지난 주 막을 내린 세계전략포럼(WSF)’에서 한 패널이 네이버와 싸이월드가 글로벌 인맥이 없어서 구글과 페이스북처럼 성공 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너무 비약이 심하며 글로벌 인맥과 글로벌 서비스로 성공은 관련성도 많지 않다.
구글과 페이스북 모두 검색과 SNS에서 후발주자였으며 선발 주자에 비해 인적 네트워크가 형편 없이 부족한 학생 신분으로 시작해 판도를 뒤집고 세계적인 사이트로 성공했다. 글로벌 인맥이야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좋겠지만 네이버와 싸이월드가 글로벌 인맥이 부족해 구글과 페이스북처럼 글로벌 사이트로 성공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구글이 설립 된 1998년만 해도 검색 시장은 ‘알타비스타’가 최고 인기 사이트였다. 알타비스타는 서버용 칩을 제조하던 세계적인 기업인 DEC (Digital Equipment Corporation) 에서 자신들이 만드는 알파칩의 성능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사이트였다. 당시만 해도 무한 해 보이던 인터넷 페이지를 빠르게 수집 한 후 검색 창에 검색 결과를 빠르게 보여 주는 것이 그들이 가진 서버 칩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알타비스타는 당시 다른 검색 사이트와 마찬가지로 웹페이지 내의 글을 분석 해 검색 결과에 나타나는 순위를 정했다.
-제목에 해당 단어가 있으면 가중치가 붙는다
-굵게 처리 된 부분에 해당 단어가 있으면 가중치가 붙는다
-보통명사나 조사와 같은 평범한 단어가 아니라 특이한 단어가 일치 되면 가중치가 붙는다.
-검색 하려는 단어가 페이지 내에 가까이 붙어 있으면 가중치가 붙는다
-검색 하려는 단어가 여러 번 중복 되어 있으면 가중치가 붙는다
실제 알타비스타의 검색 공식은 위에 것보다 복잡했지만 모두 페이지 내용을 보고 경중을 따지는 방식이기 때문에 내가 만든 웹페이지를 알타비스타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 하려고 하면 위에 규칙만 따라 웹페이지를 작성하면 되었다. 따라서 당시 검색 사이트들은 아무런 내용 없이 이런 규칙만을 따라 만든 사이트가 검색 결과 상위에 배치 되는 문제로 큰 골치에 빠져 있었다. 이 때문에 검색사이트 무용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때 구글은 페이지랭크라는 기술을 들고 나와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페이지랭크는 다른 웹페이지에 링크가 많이 걸려 있을수록 가치 있는 웹페이지로 인정 해 검색 결과 상위에 배치 준다. 페이지랭크는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브린 두 사람이 스탠포드 대학 시절 연구 논문을 작성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많이 참조 된 논문이 가치 있는 논문이라는 학계의 오랜 정설을 따르고있다. 페이지랭크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웹페이지와의 관계로 가치를 평가하기 때문에 혼자서 조작이 힘들다는 것이다. 여러 사람들이 연합 해 조작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두었다는 특징도 있다. 조작이 어려운 페이지랭크의 특성으로 인해 경쟁자들이 악의적인 스팸 페이지로 고생 할 때 구글은 안전 할 수 있었다.
페이지랭크는 창업자들이 스탠포드 대학원 시절 발표 한 '대규모하이퍼텍스트 웹 검색엔진의 해부', The Anatomy of a Large-Scale Hypertextual Web Search Engine)'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특허권리는 그들 모교인 스탠포드 대학에 있다. 구글 검색은 당시로는 혁신이었다. 구글이 효과적인 검색 방법을 개발하지 못했다면 하루가 다르게 많아지는 인터넷 문서를 효과적으로 찾을 방법이 없어서 검색 무용론을 넘어 인터넷 무용론이 나올 수도 있었다.
네이버는 한국에서 만든 검색 사이트이기 때문에 글로벌 검색 사이트와 비교 했을 경우 영문 검색 기술이 부족하다. 검색 방법을 인터넷 전체에서 가장 적합한 문서를 찾는 것이 아니라 자사 DB에 한글 콘텐츠를 넣어 놓고 찾는 방식이기 때문에 인터넷 전체를 찾는 전통적인 검색 방법과는 많이 다르다. 글로벌 인맥이 아무리 많아도 네이버는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은 구조인 셈이다.
페이스북 역시도 글로벌 인맥으로 성공한 사이트가 아니다. 페이스북이 막 등장했을 때 SNS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이미 세계 1위시장을 달리고 있었던 ‘마이스페이스’가 있었다. 마이스페이스가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자 소규모 업체들은 마이스페이스에 자신들의 콘텐츠를 퍼가서 홍보하길 원했다. 하지만, 마이스페이스는 그들 사이트 내에서 상업적인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약관을 근거로 이들 사이트들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미국 소규모 콘텐츠 업체들에게 반감을 사게 된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F8을 통해 플랫폼 개방이라는획기적인 조치를 취하자 소규모 콘텐츠 업체들의 호응을 크게 얻어 성공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지금은 일반화 된 오픈 API 전략을통해 처음으로 성공한 사이트가 페이스북이다.
마케팅도 적절했다. 페이스북은 명문대를 기반으로 한 고급 이미지 구축으로 성장했다. 페이스북은 2004 년 오픈 되었는데 초기에는 하버드 대학교 교내 커뮤니티로 하버드 대학생이 아니면 가입조차 할 수 없던 사이트였다. 창업자가 하버드 대학교 재학 시절 친구들과 교류 차원에서 만든 사이트이기 때문이다. 추후, 인기를 끌자 또 다른 명문 대학교인 스탠포드 대학교, 콜럼비아 대학교, 예일 대학교, MIT,보스턴 대학교 학생 들도 가입 할 수 있게 점차적으로 서비스를 확대 하였다. 명문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문호를 개방 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경쟁사인 마이스페이스에 비해 좀 더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되었다.
명문대를 중심으로 성장했기에 특히 청소년층과 20대 초반 층에서 꼭 가입하고 싶은 사이트가 될 수 있었다. 페이스북 역시도 글로벌 인맥으로 성공한 사이트가 아니다. 인터넷 업계에서 인맥은 핵심 경쟁력이 아니다. 글로벌 인맥이 중요하다면 뉴스, 미디어 그룹으로 세계 최고의 글로벌 인맥을 가진 ‘뉴스 코퍼레이션’이 마이스페이스를 인수 후 페이스북을 뛰어 넘어 다시 1위를 했어야 하지만 갈수록 하락 해 지금은 문닫기 직전이다.
싸이월드는 국내 시장에서 성공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국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잘 알고 대응했기 때문이다. 당시, 커뮤니티는 다음 카페와 함께 프리챌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다. 새롭게 생긴 싸이월드는 다음과 프리챌에 밀려 고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프리챌이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를 벤치마킹 해 ‘마이홈피’를 내 놓자 싸이월드는 프리챌을 고소 하였다. 싸이월드는 소송에서 졌지만 소송이 진행 되는 동안 연일 언론에 경쟁 서비스인 것처럼 소개 되어 큰 홍보 효과를 보았다. 때마침, 프리챌이 유료화를 선언하자 당일 바로 싸이월드는 영원히 무료라고 홍보를 진행했고 이에 화답하듯 사용자들이 싸이월드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싸이월드는 당시막 보급되지 시작한 카메라폰 열풍을 잘 활용했고 셀카 문화를 만들어 크게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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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싸이월드가 우리나라 사용자들의 눈높이는 잘 맞추었지만 글로벌 무대에서 사용자들의 요구사항은 맞추지 못했다. 당시 미니홈피는 외국에서 보았을 때 황당한 UI였기에 미국에 진출하면서 전체 페이지로 만들어야 했으며, 미국 사용자에게 액티브X로 도배 되어 끊임 없이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 할 수 없었기 때문에 ActiveX를 모두 버리고 표준 기술로 개발해야 했다. 사실상 새로 개발하는 것이었다. 미국판으로 모두 새로 개발했을 때는 이미 마이스페이스가 큰 인기를 얻고 있었을 때이고, 이 인기는 싸이월드가 아니라 페이스북으로 넘어 갔다.
기업이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 밖에 없다. 소비자들이 만족 할만한 제품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