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인사관리, 확 바꿔야할 때 왔다"

SAP코리아 정응섭 전무 인터뷰

컴퓨팅입력 :2015/06/11 17:58

국내 기업들은 20년 전부터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통해 회계 처리를 투명하게 한 것을 포함해, 고객관리시스템(CRM), 재고관리시스템(SCM) 등의 경영관리 시스템들을 잘 내재화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아직도 인사관리(HR) 방식은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뒤쳐져 있다는 지적이 많다. 능력과 성과를 공정하게 평가하기 보다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상사의 주관적인 평가나 HR부서의 입김 같은 게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는 게 현실이다.

최근 만난 SAP코리아의 HR솔루션 석세스팩터스 담당 정응섭 전무는 한국 기업들이 앞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려면 HR 운영 방식을 반드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무는 국내 기업들이 기존 인사관리 방식을 유지하면서 비즈니스 성장을 도모하는데 이제 한계점이 왔다고 지적했다.

1997년 IMF 사태가 터지기 전 연공서열과 호봉에 따라 직원들의 임금을 올려 주던 기업들이 이 방식에 무리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능력 있는 직원들에게 더 많은 보상을 제공하는 성과급제도를 도입한 전례가 있다.

정 전무에 따르면 최근 한국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서 빠져 나오질 못하면서 경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다시 한번 인사제도에 변화를 고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SAP코리아 정응섭 전무

정 전무는 "이제는 실제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과 그저 묻어가는 사람을 제대로 나눠야 한다는 생각이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전무는 국내 기업들의 HR 운영 방식이 바뀌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로 최근 인수합병(M&A)으로 성장을 도모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점을 들었다.

많은 기업들이 기초부터 역량을 쌓고 스스로 제품을 만드는 방식으론 적기에 시장에 대응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M&A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정 전무는 M&A가 활발해지고 서로 다른 조직이 섞이다 보면 '사람' 문제가 가장 중요하게 떠오르기 마련인데, 이럴 때 독특한 인사정책, 인재관리 시스템은 흡수된 직원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는 실제 SAP도 겪었다. 1972년 설립 이후 모든 솔루션을 직접 만들어 왔던 SAP는 2007년 처음으로 비즈니스오브젝트라는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전문 업체를 인수했다가 값비싼 교훈을 얻었다. SAP는 비즈니스오브젝트를 68억 달러라는 거액을 들여 인수 했지만 핵심 개발자들은 모두 회사를 그만둬 버린 것이다.

정 전무는 "SAP는 성공적인 인수합병을 위해 HR 운영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변화를 시작했으며 글로벌 HR 베스트 프랙티스를 적용한 섹세스팩터스를 인수하고 SAP도 글로벌하게 적용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두산은 2007년 49억 달러를 주고 소형 건설장비 업체 밥캣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M&A전략을 펼치고 있다. SAP에 따르면 외국인 직원이 55%가 넘는 두산은 최근 SAP의 석세스팩터스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정 전무는 이런 상황에서 HR 솔루션에 행정업무 처리를 자동으로 도와주는 방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영과 성공적인 비즈니스 실행을 지원해 주는 도구로써 HR솔루션이 새롭게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런 면에서 SAP의 HR 솔루션 석세스팩터스는 철저하게 현장 관리자들이 각 팀원들을 데리고 비즈니스를 실행할 때 HR이 지원하는 데 그 역할을 맞춰 만들어졌다.

관련기사

정 전무는 “석세스팩터스에는 HR분야를 연구하는 연구원만 200명이 투입돼 있어 세계 최고기업들이 성과를 창출해 낸 운영방식을 연구해 적용했다”며 “기업에서 실시하고 있는 HR 운영방식이 석세스팩터스와 다르다면 왜 다른지를 검토해봐야 하는 정도로 논리적으로 기본이 짜여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지멘스, P&G 등 글로벌 대형 기업들도 석세스팩터스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두산 같이 글로벌 운영을 하는 회사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석세스팩터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 전무는 "국내 HR시장에서 솔루션에 대한 관심이 단지 기능에 머물러선 안 된다"며 "HR 철학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동반되지 않으면 단순히 IT적인 유행으로 끝나 버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