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TV 시장 1, 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타이젠(Tizen)'과 '웹OS' 기반 스마트TV 플랫폼 확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안드로이드와 iOS가 강력한 양강 구도를 지키고 있는 모바일 시장과 달리 아직 지배적인 플랫폼이 없는 TV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개방형 플랫폼 정책도 확대되고 있다.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5 스마트TV 기술 및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개발자들에게 스마트TV 전략을 소개하고 최신 기술동향을 공유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이 의장으로 있는 스마트TV포럼과 홍원표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전략실장 사장이 회장으로 있는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가 주관하는 스마트TV 기술 및 개발자 컨퍼런스는 스마트TV 제조사들을 관련 기술을 소개하고 개발자들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 교육을 진행하는 행사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시장 전략은 상이하지만 지향점은 유사하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삼성전자는 퀀텀닷 LED 기반의 SUHD TV를, LG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소프트웨어로는 각각 타이젠과 웹OS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많은 제휴사와 개발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오픈플랫폼을 장으로 제공하면서 이를 위해 SDK를 공개 배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5에서 타이젠 OS를 탑재한 SUHD TV를 처음 선보였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처음 공개된 타이젠 TV용 SDK는 현재 1.4 버전까지 진화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 최신 SDK 1.5 버전을 배포할 예정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동영상 콘텐츠 보호를 위한 디지털저작권관리(DRM) 관련 소스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태동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수석은 “스마트TV에서 가장 중요한 콘텐츠가 VOD인 만큼 저작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DRM 기술이 중요하다”면서 “DRM을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개발자들에게 이 정도 수준의 DRM 기술을 적용한 플랫폼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LG전자 역시 올해 CES 2015에서 웹OS 2.0을 탑재한 스마트TV 라인업을 발표하고 판매에 나선 상황이다. 웹OS 2.0 기반 스마트TV는 지난해 웹OS 1.0에 비해 성능을 크게 끌어올렸다. 부팅시간도 3배 빨라졌고 애니메이션 성능도 굉장히 향상됐다. 사용자인터페이스(UI)도 세련돼졌다. UI와 콘텐츠를 구분짓기 위해 사선으로 기울어진 런쳐바를 적용한 것이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다. 마우스처럼 커서를 조작할 수 있는 리모컨도 호평을 많이 받았다. 특히 리눅스를 기반으로 멀티태스킹에 용이하다는 점을 최대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동영 LG전자 TV연구소 수석은 “기존 스마트TV의 경우 메모리 문제가 아닌 하드웨어 자원 문제로 멀티태스킹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면서 “웹OS는 미디어 파이프라인을 독립적으로 마련하고 미디어 서버를 통해 리소스를 관리해 여러 애플리케이션 간 쉬운 전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LG전자는 모든 개발자들에게 무료로 베포하는 ‘커넥트 SDK’를 통해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스마트TV 콘텐츠 개발을 장려하고 있다. 그동안 제조사별로 독자적인 SDK를 제공하다 보니 개발자 입장에서는 비슷한 앱을 각각의 TV를 위해 따로 만들어야하는 부담이 있어 관련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못했다. 커넥트SDK는 LG전자 TV 뿐만 아니라 로쿠박스, 크롬캐스트, 애플TV, 아마존 파이어TV 등 8개의 플랫폼과 호환이 되도록 지원한다.
양사가 개방형 개발 환경 조성에 적극 나서는 것은 스마트TV를 시작으로 플랫폼 경쟁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올해 첫 타이젠 스마트폰인 'Z1'을 인도 등 국가에 출시했으며 최근에는 청소기 '삼성 파워봇' 신모델에 타이젠 OS를 적용하기도 했다. LG전자가 올 초 내놓은 스마트워치 ‘어베인 LTE’에는 웹OS 기반의 LG전자 독자 스마트워치 운영체제인 ‘LG 웨어러블 플랫폼’이 탑재되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애틀러스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TV의 47.3%가 스마트TV로 전체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지만 스마트TV OS 시장에서는 절대 강자가 없는 상황이다. 구글은 여러 TV 제조사들과 안드로이드TV를 내놓고 있고 미국의 온라인 동영상 업체인 로쿠도 자체 셋톱박스와 함께 여러 중국 제조사들과 협력해 로쿠TV를 내놓고 있다.
일본 파나소닉은 모질라의 파이어폭스OS 기반 TV를 올해 유럽에서 상용화했다. 중국 알리바바도 스마트TV 사업 확장을 위해 중국 가전 제조사 하이얼과 제휴하고 있다. 샤오미와 아마존이 안드로이드 기반의 MIUI나 파이어TV 플랫폼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스마트TV 생태계를 키우기 위한 목적도 있다. 매년 13억대의 기기가 출하되는 모바일 시장과 달리 연간 스마트TV 출하량은 8천만대 수준으로 모수가 적다보니 사용자나 개발자들의 관심도가 콘텐츠 생태계가 쉽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태동 수석은 "스마트TV의 경우 절대 기기 대수가 적기 때문에 모바일에 비해 생태계 경쟁력이 약하다”면서 “경쟁력이 약하다보니 앱이나 서비스를 도입하기가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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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호 애틀러스리서치 팀장은 “소비자들이 스마트TV를 적극적으로 구매한다기 보다는 화면이 크고 화질이 좋은 TV를 사다 보니 자연스레 스마트TV 판매량도 올라가는 일종의 착시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어쨌든 개발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시장에 기회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타이젠과 웹OS 2.0을 기반으로 한 SDK 실습 교육을 진행했다. 구글코리아가 ‘거실 환경을 위한 구글의 기술’이라는 주제로 최근 구글 I/O에서 발표된 주제들을 스마트TV 관점에서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