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미국)=봉성창 기자> 우리나라 기자들은 미국 출장 갈 때, 선배나 동료 기자들로부터 한 가지 팁 아닌 팁을 전수받는다. 바로 미국 입국심사시 방문 목적을 물어볼 때 절대 취재왔다고 밝히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이야 비자 없이 전자여권으로 ESTA를 통해 비교적 수월하게 통과하지만, 불과 수년전만 하더라도 미국 대사관에서 사전에 비자를 발급받아야 했다. 그런데 대부분 기자들은 발급 절차가 까다로운 취재 비자 대신 관광 비자를 받아 미국 출장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관광 비자를 내밀면서 취재 왔다고 당당히 밝혔다가는 심층 질문은 물론 운이 없으면 별도로 입국심사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혹시 WWDC 참석하러 오셨나요?"
애플이 개최하는 세계 최대 개발자 행사 WWDC가 열리는 샌프란시스코 공항 입국 심사대에서 매번 받은 질문이다. 일년 내내 수많은 세계적인 이벤트가 열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도 WWDC는 그만큼 인지도가 높은 행사다. 이때만큼은 굳이 둘러댈 필요가 없다. WWDC 취재왔다고 하면 그냥 무사통과다.
8일(현지시각) 개막하는 WWDC2015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인 파웰역 부근에 위치한 모스코니 센터에서 열린다. 전 세계에서 거금을 주고도 치열한 예매 경쟁을 뚫은 전 세계 개발자들은 행사 하루 전 이곳 모스코니 센터에서 미리 출입증과 기념 후드티를 받는다. 그리고 가장 앞 자리에서 키노트를 감상하기 위해 미리 줄을 선다.
올해 행사는 예년과 달리 '예언성 루머 기사'들이 그리 많이 보도되지 않아 어떤 새로운 내용이 발표될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나마 기정사실화되는 것은 새로운 기능보다는 완성도에 초점을 맞춘 IOS9이 발표된다는 것과, 애플 워치 앱 개발자들을 위한 SDK인 '워치킷'이 발표된다는 것 정도다.
원래 애플은 WWDC에서 철저하게 개발자들이 환호할만한 새로운 소식을 발표한다. 지난해 새로운 개발자 언어인 스위프트와 게임 개발용 API 메탈이 발표됐을 때 관중석에서는 환호가 쏟아진 반면, 기자석에서는 멀뚱한 표정을 지었던 것이 좋은 예다. 지지난해 공개된 맥 프로도 사실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제품은 아니었다.
WWDC는 1990년에 열린 첫 행사에서 멀티미디어 플랫폼 '퀵타임'이 발표된 이래 줄곧 개발자 행사였으며, 2002년이 돼서야 새로운 하드웨어 제품이 발표됐을 정도로 전통적인 개발자 중심의 행사다. 당연히 올해도 이러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 WWDC 취재를 간다고 하면 주위에서 새로운 아이폰이 발표되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설명하기 가장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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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이나 아이패드와 같은 신제품을 통해 전 세계 IT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나가는 애플이지만, 그걸 제외하면 뭐든지 한번 정하고 지독하게 잘 안바꾸는 기업이 또 애플이다. 개최시기만 해도 줄곧 5월 중순에 열다가 2006년 한 차례를 제외하고 6월 첫째주 월요일로 자리를 옮긴 뒤 계속 그대로다. 개최 장소는 늘 모스코니센터이며 기념품은 언제나 WWDC와 개최년도 숫자가 들어간 티셔츠 혹은 후드티가 제공된다.
그외에 기사에서는 밝힐 수 없는 세세한 것 하나 까지 거의 바뀌지 않는다. 마치 스티브 잡스의 패션처럼 말이다. 행사 하루 전 행사장인 모스코니 센터와 주변 샌프란시스코 도심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