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앱 올플래시 창시자가 퓨어스토리지로 간 이유

컴퓨팅입력 :2015/06/05 17:28

넷앱에서 차세대 올플래시스토리지 '플래시레이(FlashRay)' 개발에 참여해 온 기술전문가가 제품 상용화를 앞두고 돌연 퓨어스토리지에 합류했다. 퓨어스토리지는 해당 임원이 향후 자사 신제품 개발에 함께할 것을 암시했다.

퓨어스토리지에 영입된 인물은 브라이언 폴로스키(Brian Pawlowski) 전 넷앱 수석부사장(SVP)이다. 링크드인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12년 5월부터 올 3월까지 약 3년간 플래시레이 설계와 출시를 위한 넷앱 사내벤처(start-up within Netapp)를 맡다가 퇴사직후 퓨어스토리지에 부사장(VP) 겸 수석아키텍트로 합류했다. (☞링크)

폴로스키 부사장을 영입한지 3개월만인 이달초 퓨어스토리지는 새로운 아키텍처 기반의 신제품 '플래시어레이m'을 출시했다. 모듈형 아키텍처를 적용해 새로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무중단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올플래시스토리지 장비로 묘사됐다. (☞관련기사)

퓨어스토리지는 자사를 향한 칼날이 될 수 있었던 기술의 개발 책임자를 영입했다는 사실에 대해 기쁨을 감추지 않는 분위기다. 아직은 아니지만 퓨어스토리지 차세대 제품에 폴로스키 부사장이 플래시레이를 만드는 데 투입했던 노하우를 녹이겠다는 구상도 엿보인다.

플래시어레이m 국내 출시를 알리기 위해 지난 4일 서울 삼성동 간담회에 참석한 데이빗 햇필드 퓨어스토리지 사장은 "브라이언 폴로스키의 합류는 우리에게 큰 행운"이라며 "차세대 제품 개발엔 넷앱 최고기술책임자(CTO)와 리드 아키텍트로 일해온 그의 전문성이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역시 링크드인 정보에 따르면 폴로스키 부사장은 플래시레이 개발에 앞서, 넷앱의 CTO를 맡은 적이 있다. 지난 2006년 8월부터 2012년 5월까지 약 6년간 넷앱 CTO로 일했고 그 이전엔 1994년 1월부터 2006년 8월까지 12년 소프트웨어그룹 매니저나 고객지원 총괄 등을 맡았다.

브라이언 폴로스키 전 넷앱 수석부사장. 지난 2013년 2월 플래시레이 담당 임원으로 일할 당시 촬영된 플래시레이 소개 영상 인터뷰 스크린샷. (원본: https://www.youtube.com/watch?v=8vgsQzuI9lg )

그의 경력이 사실이라면 넷앱에서만 20년을 일한 폴로스키가 플래시레이 상용화를 매듭짓지 않고 회사를 떠난 모습은 석연찮다.

지난해 EMC가 익스트림IO를 팔고 IBM이 TMS램샌(플래시시스템)을 공급하는 동안 넷앱은 당초 예고한 플래시레이의 정식 상용화 일정을 놓쳤다.무슨 일이 있었을까? 사내 우선순위 변화에 따른 불협화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넷앱은 플래시레이를 일부 고객사 대상으로 시범 공급하고, 디스크기반 유니파이드스토리지를 개량한 '올플래시FAS' 시리즈와 디스크기반 SAN스토리지를 개량한 'EF' 시리즈를 출시해 어느새 활발해진 올플래시스토리지 시장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플래시레이의 역할은 축소됐다.

실제로 넷앱의 플래시 비즈니스 총괄 임원인 타이 맥커니 부사장은 지난해 디스크, 플래시, 하이브리드 저장매체를 모두 지원 가능한 E시리즈와 FAS시리즈, 2가지 제품만으로도 광범위한 시장에 대응할 수 있다는 구상(☞관련기사)과, 올플래시보다 하이브리드 스토리지가 대세라는 비전(☞관련기사)을 제시했다.

지난 3월 당시 IT미디어 더레지스터는 넷앱 내부에서 플래시레이가 기존 제품보다 못한 우선순위에 놓였고 EMC의 익스트림IO같은 전략 제품의 대항마라는 입지를 잃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제시했다. (☞링크) 이런 상황은 플래시레이에 애착을 가졌을 폴로스키가 회사를 떠나기에 충분한 실망으로 다가왔을 것이란 뉘앙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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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넷앱은 한국에도 플래시레이 시범공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당시 핵심인 스토리지 운영체제(OS) '마스(MARS)' 1.0버전을 만든 상태였다. 넷앱 측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와 긴밀히 협력 중이며 플래시레이 개발에 알맞은 메모리를 공급받기 위해 관련 기술정보를 공유 중이라고도 밝혔다. (☞링크)

이후 공식 상용화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최근 넷앱은 만족스럽지 못한 실적을 내놓고 신임 최고경영자(CEO)를 앉힌 상태다. 그런만큼 플래시레이 상용화를 위한 물리적, 기술적 준비도와는 별개로 이를 발표하는 시점은 더 늦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