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 이동통신이 어려운 4가지 이유"

야당 정책위, '정책 보고서’서 부정적 전망

방송/통신입력 :2015/06/04 16:46    수정: 2015/06/08 11:33

“정부와 정치권의 제4이통 지원정책이 기존 사업자의 비용부담으로 이어져, 결국 기존사업자 마저 요금인하에 나서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또 수년동안 안정 기반을 확보한 알뜰폰 업계에 타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고, 투자비용 등을 고려할 때 저가요금을 내놓을 가능성도 높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는 4일 ‘정부의 제4이동통신사업자 신규 진입 정책 평가보고서’를 내고 크게 네 가지 이유를 들어 지난 28일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제4이통 허가 기본계획에 대해 이처럼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지난달 28일 미래부는 신규 사업자가 TDD(2.5GHz)와 FDD(2.6GHz) 중 기술방식을 선택해 기간통신사업 허가를 신청토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제4 이통 진입을 위해 ▲로밍 제공 의무화 ▲상호접속료 차등 적용 ▲망 구축 완료 기한 연장 ▲주파수 우선 할당 ▲단계적 네트워크 구추 허용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기간통신사업(제4이통) 허가 기본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사진 = 지디넷닷컴

■ 사업자 수와 요금 간 상관관계 없다

제4 이통을 출범시키는 가장 큰 목적은 요금경쟁에 따른 통신비 인하 효과다. 하지만 보고서에서는 유럽의 사례를 근거로 사업자 수와 요금간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GSMA 인텔리전스(Intelligence) 자료를 근거로 이통사의 개수가 3개사와 4개사인 경우, 시장의 요금지수 비교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정상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실장은 “유럽에서 낮은 요금 수준을 보이는 핀란드, 오스트리아 등의 경우에도 이통사는 3개였다”며 “특히, 제4 이통의 망 구축 등 투자비용과 사업추진을 위한 비용을 고려할 경우, 저가요금 제공 가능성은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망 구축 이외에 주파수 이용대가, 유통망 구축, 단말 조달, 홍보마케팅 비용 등 사업 추진에 필요한 대규모의 투자가 불가피하고, 망 구축에 부담이 없는 알뜰폰 사업자조차 가입자가 500만명을 돌파했음에도 여전히 적자구조인 것도 이 같은 이유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통시장이 성장이 정체된 100%를 넘는 포화상태에서 ‘나눠먹기식 정책’은 오히려 요금인하 여력만 훼손해 산업 전반의 기반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제4이통 지원정책이 기존 사업자의 비용부담으로 이어져 결국 기존 사업자마저 요금인하에 나서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프랑스의 경우 제4이통 사업자로 프리모바일이 진입하면서 요금인하 효과는 있었으나, 이후 과열경쟁으로 기존 이통3사의 매출이 2011년 224억유로에서 지난해 176억유로로 축소되면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구조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프랑스 2위 사업자인 SFR은 케이블업체인 지난해 4월 Numericable에 매각되었고 3위 사업자인 Bouyguessms SFR과 합병 실패 후 지난해 6월 직원의 15%를 구조조정 했다.

때문에 지난해 5월 로이터 통신은 프랑스 정책당국이 제4이통 진입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경쟁축소를 위한 3개 사업자로의 회귀를 선언하고, 프랑스 경제부 장관은 신규사업자 진입 목표는 달성했으나 투자 촉진과 시장성장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주었다고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 알뜰폰-제4이통 출혈경쟁 우려

보고서는 제4이통이 출범할 경우 알뜰폰과 직접적 경쟁이 불가피해 수년간 활성화 지원정책으로 안정 기반을 확보한 알뜰폰 업계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정상 실장은 “지난 1일 제4이통에 도전장을 낸 우리텔레콤이 100% All-IP 통신망으로 월 요금이 최고 3만원대를 넘지 않는 반값 요금제를 선보이고 350만 소상공인과 스마트 고객을 주 타깃으로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며 “결국 알뜰폰 시장을 잠식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프랑스에서도 2009년부터 2011년 말까지 알뜰폰 사업자들이 고성장을 유지해왔으나 프리모바일이 진입하면서 급격히 위축됐다. 때문에 2010년 4분기 7.5%에서 2011년 4분기 11.4%로 성장했던 프랑스 알뜰폰 업계는 지난해 4분기 9.6%까지 점유율이 낮아졌다.

■ 과도한 지원정책, 망 투자 유인 저해

미래부는 제4이통 허가 기본계획에 진입장벽을 낮춰주기 위한 방법으로 주파수 우선 할당, 단계적 전국망 구축, 5년간 의무제공사업자로부터 로밍 허용, 접속료 차등 등의 정책 지원방안을 담았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제4이통에 대한 과도한 지원은 망 투자 유인을 저해해 이통사 지원정책의 본래 취지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안 실장은 “제4이통에 대한 과도한 지원은 망 구축을 제대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줘 자격 미달 사업자의 진입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며 “망 투자가 크게 감소할 경우 알뜰폰과 유사한 사업자가 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텔레콤이 도심 지역 위주로 망을 구축하고 망이 구축되지 않은 지역은 듀얼 유심 탑재 휴대폰을 알뜰폰과 같이 이통사의 망을 도매로 임대하는 방식으로 커버리지를 갖추겠다고 한 것이 이를 뒷받침해 주는 근거가 된다”며 “인위적인 정부 정책 지원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고 사업 부진으로 사회적 문제가 대두 될 경우 정부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접속료나 주파수 할당대가 차등은 기존 사업자의 지원과 희생을 전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사업자에 대한 특혜 소지나 정부 세수 감소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서, 모든 사업자를 대상으로 경매하는 것에 비해 정부기금 수입인 할당대가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경제적 효과부분에서도 전국망 구축을 위해 2조원대 이상 투자를 할 경우 생산유발효과는 5년간 최대 2조3천억원, 취업유발효과는 최대 7천200명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과다한 정책적 지원으로 투자나 일자리 증대 효과를 창출하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로밍 등 정책적 수혜에 기대 망 투자에 소극적이거나 포화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될 경우 이통업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고용 창출’이 아니라 기존 이통시장 인력의 ‘이동’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프리모바일 진입 이후 1위 사업자인 오렌지는 약 7%인 5천명을 감원했고, 3위 사업자인 Bouygues는 15%인 1천500명을 구조조정 했다.

■ 망 투자비 비현실성

지난 1일 제4이통 출범식을 가진 우리텔레콤은 망 구축에 약 1조5천억원이 예상된다고 발표하면서 트래픽이 많은 도로와 도심 지역 위주로 투자하고, 빌딩 등 옥내는 와이파이, 펨토셀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복안을 내놨다.

하지만 보고서는 2012년 이동통신3사가 LTE 전국망 구축에 총 5조2천억원(SK텔레콤 2조5천억원, KT 1조5천억원, LG유플러스 1조2천억원)이 투자됐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는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2G, 3G 서비스를 제공하며 전국망을 갖춘 이통3사의 경우 이 같은 비용이 가능하지만, 네트워크 기반이 없는 제4이통이 전국 단일망을 구축할 경우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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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상 정책실장은 “지난해 기존 이통사의 LTE 투자비용을 근거로 당시 제4이통을 신청했던 KMI의 전국망 구축 비용을 추정한 결과 7년 사업기간 동안 약 5조8천억원으로 추정됐다”며 “당시 시뮬레이션 결과 전국망 구축시 CAPEX 3조1천375억원, 연간 OPEX 3천885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어 “때문에 제4이통에 대한 과도한 지원은 경쟁 보호가 아닌 경쟁자 보호로 변질돼 특정 사업자에게 대한 특혜로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정부의 특혜적 지원을 통해서는 공정경쟁을 기대할 수 없고 불공정경쟁 심화로 시장의 교란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