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랩, 하우리, 이스트소프트 등이 터줏대감처럼 자리잡고 있는 국내 백신시장에 미국, 중국, 동유럽 소재 백신회사들이 본격적인 진출을 선언했다.
글로벌 회사 중에는 시만텍, 카스퍼스키랩, 트렌드마이크로 등이 활동하고 있는데다가 이미 포화된 시장에서 무료백신보급, 기업/기관에 유료백신 라이선스 모델이 정착된 우리나라에 백신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3일 백신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진출하면서 얻을 수 있는 브랜드 가치가 그만큼 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내 진출을 선언한 회사들로는 ESET, 어베스트, 360시큐리티, 옵스왓 등이 있다. 이중 국내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무료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체코 소재 회사인 어베스트다.
최근 사업 협력 차 방한한 온드레이 블체크 어베스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전 세계 2억3천만명 사용자들 중 유럽, 남미, 러시아 등의 비중이 60%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아시아권 비중이 미미해 지난해부터 서울, 타이페이, 베이징, 심천, 홍콩 등 주요 도시에 사무소를 차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대개 글로벌 회사들 입장에서 한국은 매출비중이 큰 회사는 아니다. 이들 회사의 아태지사가 호주, 싱가포르, 일본 등에 위치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애플과 경쟁하고 있는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로서 삼성전자, LG전자의 입지가 높아진 만큼 아시아권에서 한국을 상당히 의미있는 시장으로 보는 보안회사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는 IT기술을 빨리 도입하기 때문에 일종의 테스트베드로서 우리나라를 봤다면 이제는 아시아권 진출을 위한 핵심 레퍼런스로 한국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관련 이창훈 카스퍼스키랩코리아 지사장은 "이들 회사들이 실제로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기업을 보유하고 있고, 아시아권에서는 영향력이 큰 나라이기 때문에 이 나라에 백신을 공급한다는 것 자체가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 백신회사인 360시큐리티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자사가 개발한 무료 모바일 백신을 한글화해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백신은 현재 삼성전자가 제공하고 있는 앱스토어인 '삼성 갤럭시 앱스'에서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이 회사 국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470만건 다운로드 수를 기록, 이달 중으로 500만건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했다. 얀 후앙 360시큐리티 그룹 부사장은 "현재까지 한국에서의 다운로드 기록은 본격적인 시장 진출 전 달성한 성과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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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드32(NOD)라는 백신으로 유명한 슬로바키아 소재 백신회사 ESET는 'ERA6'라는 원격관리솔루션과 백신을 함께 공급하는 방식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한다. 보안담당자가 PC에서는 물론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기업 내부 보안을 원격관리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이들은 여러 백신 중에서도 차지하는 리소스가 적고 빠르게 실행되면서도 진단율이 높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이들 제품 역시 글로벌 출시 일정에 맞춰 한글버전이 제공된다.
미국 보안회사인 옵스왓의 경우 다른 백신회사들과 비교해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이 회사는 안랩, 잉카인터넷 등 국내 백신회사들과 시만텍, 카스퍼스키랩, 비트디펜더, 인텔시큐리티 맥아피, ESET, 어베스트 등이 제공하는 40개 이상 백신엔진을 통합 제공해 악성코드 탐지율을 높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전 세계 백신엔진 중 우리나라 엔진까지 라이선스 형태로 공급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이 보안분야에서 그만큼 중요하고, 최신 공격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곳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