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과 관련된 ‘카더라’식 루머가 확산되면서 산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메르스 환자가 경기권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소문이 급속히 퍼지면서 이 지역에 밀집한 IT업계가 행여 사업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메르스 확진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날도 5명이 추가로 발생해 확진 환자가 총 30명으로 증가했다. 지난달 20일 처음으로 2명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후 2주만에 확진 환자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테크노밸리 등 경기권 ‘감염설’ 공포
경기권에는 판교 테크노밸리에 입주한 IT업체를 비롯해 수원, 용인, 평택 등에는 전자계열 대기업 협력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보건당국은 발병 환자들이 확진 판정을 받은 병원 이름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으나 확진 환자 중 다수가 경기권에서 판정을 받았다는 소문에 이 지역 업계 종사자들도 공포감에 떨고 있다. 이 가운데 경기도 평택의 한 의료기관은 메르스 환자 발생 사실을 알리며 당분간 휴원을 결정했다.
판교에 위치한 IT분야 A업체 관계자는 “인근 어느 병원, 어느 업체 직원이 메르스에 걸렸다는 식의 얘기가 돌고 있다”며 “정부가 발병 환자가 입원한 병원 등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구체적인 경로와 대상도 모른 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숙사, 제조라인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들은 일반 사무 업체보다 고민이 더 크다. 특정 지역에 인력들이 근무하는 구조로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이 더 높고 이 경우 회사 차원의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인 B업체 인사 담당자는 “게시판에 예방대책 등을 게시했지만 기숙사, 제조라인 등에서 발병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기업 메르스 예방책 홍보 나서
앞서 일부 대기업들은 확인되지 않은 메르스 감염설에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LG그룹에서는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이 사실과 다른 자사 직원의 메르스 감염설을 바로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기도 했다.
일부 대기업에서 메르스 의심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협력사 직원들의 걱정도 커졌다. 대기업 협력사 한 관계자는 “대기업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는데 사실 여부는 모르겠다”면서도 “아쉬운 처지에 업무를 하려면 해당 기업을 찾아갈 수밖에 없는데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은 확인되지 않은 감염설을 조기에 차단하는 한편 직원들을 대상으로는 예방책을 홍보하며 분주한 모습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전날 메르스 관련 예방책을 사내 게시판에 공지하고 감염 의심 증상에 대해서는 사내 병원에 신고하도록 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삼성그룹은 오는 4일부터 전북 무주에서 예정돼 있던 신입사원 하계수련회, 대학생 소통 프로그램인 '캠퍼스톡' 개최도 연기하기로 했다.
■해외사업 등 영향 받을까 ‘전전긍긍’
해외 사업을 하고 있는 업체들도 메르스 공포, 감염 확산으로 해외 수출 업무가 영향을 받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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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권 수출 비중이 높은 C업체 관계자는 “중국에도 지사가 있어 이 지역 상주 직원들이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데 한국에 환자가 더 늘어나 아시아권 확산 경로로 지목될 경우 중국 출국이 어려워져 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최근 국내 발병 의심 환자가 중국출장을 갔다가 현지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수출 관련 업체들은 메르스 확산으로 가뜩이나 좋지 않은 사업 환경에 차질을 빚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