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중국)=정현정 기자>상하이 와이탄(外灘)에서 황푸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경제 성장의 상징인 푸동 루지아주이 지역 금융 지구의 고층빌딩 스카이라인을 바라보면 익숙한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오로라플라자 전광판을 장식하고 있는 삼성전자 ‘갤럭시S6’ 광고다.
지난 4월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를 출시하면서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을 잡기 위한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지난 24일부터 사흘 간 열린 ‘인터내셔널 CES 아시아 2015’ 취재차 찾은 상하이 곳곳에서도 13억 중국 대륙을 잡기 위한 삼성전자의 만만찮은 물량 공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상하이의 명동 격인 번화가 난징루(南京路) 길을 따라 자리 잡은 광고판에는 새로 출시된 갤럭시S6 엣지 그린에메랄드 색상 제품 광고가 쉴새 없이 나오고 있다. 특히 난징루에 위치한 애플스토어 바로 앞으로 이를 포위하듯이 갤럭시S6 광고판들이 늘어서 있어 묘한 대비를 자아낸다. 애플스토어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삼성전자 모바일 기기들을 판매하는 삼성 스토어가 위치해있다.
최근 월트디즈니가 상하이 푸동에 처음으로 문을 연 첫 중국 디즈니스토어 근처에서도 어김없이 갤럭시S6 광고판을 볼 수 있었다. 아시아 최대 규모로 문을 연 디즈니스토어는 입장하기 위해 마치 인기가수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할 만큼 긴 줄을 거쳐야 할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디즈니스토어에서 쇼핑을 마치고 나오면 바로 맞은편 건물에 있는 갤럭시S6 엣지 광고를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위세와 샤오미의 약진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샤오미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2.8%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고 애플은 12.3%의 점유율로 굳건한 2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4분기까지 3위였던 삼성전자는 현지 제조사인 화웨이에 뒤쳐지며 지난 분기 판매량과 점유율이 공개되지 않은 채 4~5위권으로 밀려났다. 물론 신제품 갤럭시S6 효과가 반영되기 전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위기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실제 상하이 현지에서도 삼성전자가 처한 샌드위치 상황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CES 아시아가 열린 뉴인터내셔널엑스포센터(SNIEC) 전시장에서는 샤오미 등 현지 제조사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관계자들을 쉽게 볼 수 있었고, 푸동 지역에 위치한 리츠칼튼호텔 등에서 만난 부유층 젊은이들은 대부분이 아이폰을 들고 있었다.
CES 아시아 현장 통역을 담당한 중국인 현계영씨는 "중국에서 갤럭시 스마트폰의 전성기는 2~3년 전으로 '별에서 온 그대 방영'과 함께 최고조에 달했지만 지금은 한 풀 꺾인 상태"라면서 "젊은층들 사이에서는 애플 아이폰의 인기가 절대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통의 중국 젊은이들은 2천~3천위안(우리돈 약 35만~53만원)의 월급을 받는데 이 돈을 아무리 모아도 좋은 집이나 차는 살 수는 없어도 조금만 무리하면 아이폰은 살 수 있다”면서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일종의 명품을 소유하고 즐기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의 욕구를 애플이 채워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현지화 마케팅도 아직은 갈길이 먼 듯한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6를 중국에 출시하면서 ‘갤럭시’의 새로운 공식 중문 표기로 ‘세상을 행복으로 덮는다’는 뜻의 ‘가이러스(盖樂世)’로 정했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가이러스라는 새로운 중국 이름 대신 영문명 ‘Galaxy S6’ 혹은 ‘S6’라는 명칭만을 찾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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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위해 만난 레슬리 리우 JD닷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JD닷컴 웹사이트를 통해 갤럭시S6 판매를 시작했다”면서 “(가이러스라는 이름은 현재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S6'라는 명칭으로 판매된다”고 말했다.
난징루에 삼성 스토어 직원들도 “가이러스라고 적힌 포스터가 있느냐”는 질문에 “갤럭시는 그냥 갤럭시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고 설명했다. 이 곳 삼성 스토어를 찾은 중국인들은 갤럭시S6 대신에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갤럭시알파나 갤럭시A 시리즈 등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