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하는 데 있어 여성으로서 강점을 가지려면 여성이 강점을 가지는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사업에서 중요한 건 남녀가 아닌 개개인의 특성이며 남녀를 떠나 내가 가진 스킬과 역량을 발휘할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키, 빙글, 더벤처스 등을 연쇄 창업한 문지원 대표는 사업을 하는 데 있어 여성이 가지는 강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스타트업 업계는 여성 불모지로 취급받는다. 스타트업의 중심이라 불리는 실리콘밸리에서조차 여성 창업가를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 창업에서 여성이 차지한 비중은 36.8%에 그친다. 남성 창업이 월 평균 33만 건 이상인데 반해 여성 창업은 월 평균 20만이 안 된다. 이제 막 스타트업이 태동하기 시작한 국내에서야 말할 것도 없다.
그런 가운데 박지영 전 컴투스 대표와 문지원 빙글 대표는 대표적인 여성 창업가로서 스타트업 업계에서 여성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한다. 아래는 지난 14일 ‘비 글로벌 2015’에서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가 진행한 박지영 전 컴투스 대표, 문지원 빙글 대표와의 일문일답.
-박지영 대표는 지난 2013년 컴투스를 매각한 후 어떻게 지내나?
박지영 대표 “지금까지 18년 정도 벤처업계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학부모 모드로 돌아가서 제주도에서 편안한 삶을 살고 있다. 최근에는 몇 군데 투자 회사의 LP로 활동하기도 한다.”
-문지원 대표는 현재 빙글, 더벤처스 두 가지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어떻게 둘을 동시에 진행하나?
문지원 대표 “80대 20으로 운영하고 있다. 빙글이 80이다. 더벤처스에는 다양한 전문가 집단이 있어 이분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으며 나는 필요할 때만 개입한다.”
-빙글을 창업하고 조금 있다가 비키가 인수되었는데 비키가 먼저 인수되었다면 빙글을 창업했을까?
문 대표 “창업했을 것 같다. 창업가들에게는 메이커 DNA가 있다. 자꾸만 새로운 걸 만들고 싶은 욕구다. 그래서 더벤처스도 만들었다. 투자회사를 같이 만들어가기 위해 창업했을 것 같다.”
-박지영 대표님은 어떻게 컴투스를 창업하게 됐나?
박 대표 “대학교 4학년 때 처음 창업했다. 당시에 창업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PC 통신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을 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정보를 알기 위해 돈을 쓰지 않아서 하드웨어 판매를 하게 됐다. 이 아이템이 유지는 되지만 이걸 하기 위해서 창업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들을 많이 시도했고 빚도 많이 생겼다. 그 과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비즈니스와 사람들이 원하는 비즈니스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 무선 통신을 사용하게 되면 사람들이 반드시 모바일 게임 서비스와 같은 엔터테인먼트를 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PC 통신 사업의 시행착오를 통해 컴투스를 창업할 아이디어를 얻은 셈이다.”
-문지원 대표는 비키 전에 3D 아바타 사업을 하다 실패했다. 어떤 과정이 있었나?
문 대표 “망한 회사들을 수습하고 나서 이제 무엇을 할지 고민했고 아직 젊은데 한 번 더 해보자는 오기가 생겼다. 이왕 할 거 실리콘밸리에서 해보자는 생각에서 일단 유학을 갔다. 유학을 가기 위해 영어를 배워야했는데 미드를 번역하면서 영어공부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비키는 협업자막 툴을 탑재한 글로벌 서비스다. 글로벌 서비스가 힘든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 마켓을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인데 이때 비키 커뮤니티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겉으로는 TV 서비스지만 사실은 커뮤니티 서비스라 할 수 있는 이유다. 비키가 어려워져서 문을 닫아야 했을 때 이용자들이 한 달에 1천만 원씩 기부를 해줬다. 그 후 서비스를 TV에만 한정하지 않고 모든 관심사에 연결해 만든 것이 비키다.”.
-많은 이들이 실리콘밸리는 학벌이나 네트워크보다 실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지원 대표 부부는 하버드, 스탠포드 출신인데 학벌이 얼마나 도움됐나?
문 대표 “학벌이 있어도 사회, 문화적으로 달라서 성골, 진골 대접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대학교 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시작했기 때문에 학벌이 없었다면 우리가 만든 것을 설득할 기회가 없었을 것 같다. 다른 친구들은 말 한마디로 투자 유치한 경우도 있었지만 우리는 러닝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설명해야만 투자받을 수 있었다. 아주 초기 기업 같은 경우에는 성과가 나오기 전이기 때문에 평가할 수 있는 요소가 많지 않아서 사람을 보고 믿고 평가한다. 그럴 때 학벌이나 네트워크가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없다. VC 10명을 만나면 거의 반은 하버드, 나머지 반은 스탠포드라고 할 정도다.”
박 대표 “학생 창업가로 시작했기 때문에 함께 할 사람이 없어 후배들에게 밥을 사주면서 설득했다. 네트워크를 잘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문 대표 “하지만 학벌이나 네트워크가 중요하다해도 그게 없다고 안 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
-가장 어려웠던 순간과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박지영 대표 “망했던 때가 가장 어려웠던 순간이다. 모바일 게임을 워낙 일찍 시작했다 보니 시작 당시에는 시장이 없었다. 경험 있는 사람이 없어서 직원 뽑기도 어려웠다. 신입을 뽑아서 공부하면서 전문가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10년 걸렸다. 지금 컴투스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이끄는 분들이 그때 당시 같이 공부하고 실패해가며 배웠던 친구들이다. 그게 회사가 탄탄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그런 이들이 두 번, 세 번의 실패를 거쳐 성공했을 때 내 자식을 시집보낸 것처럼 기쁘다.”.
-빙글과 비키에는 다양한 인종, 문화의 멤버들이 있다. 어떻게 운영하나?
문 대표 “당연하게 기대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다양성에서 생기는 오해가 없도록 직원들에게 미리 물어봐서 서로서로 이해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려고 노력했다. 시간, 품을 들여 커뮤니케이션으로 풀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두 분다 부부 공동 창업자다. 좋은 점이 있다면?
박 대표 “아이가 없었을 때는 결혼했다는 게 장점이었다. 회사에서 일하고 퇴근하면 생각의 공유가 끊기는데 같이 움직이니까 그만큼 생각을 공유할 수 있고 합의점을 찾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쉬는 시간이 없다는 게 단점이었다. 그래서 집에서는 회사 얘기 하지 않고 쉬기로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아이가 생기면서 발생했다. 아이는 많은 관심을 필요로 하는데 둘 다 거이에 시간을 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진출을 노리는 후배들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면?
문 대표 “글로벌 진출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적합한 지원을 받아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어떻게 도와야 할지도 많이 고민하고 있다”
-비즈니스에서 여성이 가지는 강점이 있다면?
문 대표 “사업을 하는 데 있어 여성으로서 강점을 가지려면 여성이 강점을 가지는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엄마 역할을 제외하고 사업에서 중요한 건 남녀가 아닌 개개인의 특성이다. 남녀를 떠나 내가 가진 스킬과 역량을 발휘할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많은 여성이 성공하기 위해 가정이나 회사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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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 “사실 18년 동안 가정을 팽개치고 일하다 보니 재미있고 보람 있었다. 근런데 어느 순간 지금 계속 이걸 하는 게 행복한 게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최근 몇 년은 가족에 집중하기로 했다. 조금 더 성장하고 나서 다시 기회가 되면 또 나올 생각이다. 결국 선택은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듣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