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올랜도)=손경호 기자] 스마트폰, 태블릿 시장은 이미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포화됐다는 얘기들이 들린다. 삼성전자, 애플 등 주요 제조사들이 거의 매년 주력 스마트폰을 갈아치우는 동안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기업들은 낮은 가격을 앞세워 삼성, 애플 시장까지 넘보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 애플은 기업용 시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1년~2년 전 만해도 서로 다른 종류의 수많은 기기들을 한꺼번에 통제하는 것도 어려울 뿐더러 자신들의 개인용 기기가 감시당한다는 것에 대한 임직원들의 거부감도 컸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바뀌고 있다. 컨테이너, 앱래핑 기술이 보편화 되기 시작하면서 삼성전자, 애플, 구글 등이 그동안 겪었던 어려움들을 해결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올랜도에서 개최된 '시트릭스 시너지 2015'에서 만난 파워블로거 잭 마덴은 엔터프라이즈모빌리티매니지먼트(EMM) 시장은 이미 많이 성숙했다는 진단을 내렸다.
잭 마덴은 그의 형인 브라이언 마덴이 2002년에 만든 유명 IT블로그 '브라이언마덴닷컴(brianmadden.com)'에 4년 전부터 합류해 EMM 솔루션을 직접 다루고, 이에 대한 여러 리뷰를 게재해왔다. 지난해에는 '엔터프라이즈모빌리티:MDM, MAM, BYOD에 대해 당신이 알아야할 모든 것(Enterprise Mobility Management: Everything you need to know about MDM, MAM, & BYOD)'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브라이언마덴닷컴은 2008년 나스닥에 상장된 IT기술 구매자를 위한 컨설팅 회사인 '테크타깃(techtarget.com)'에 인수되기도 했다.
EMM 비평가로서 잭 마덴은 애플이 먼저 엔터프라이즈 분야에서 능력을 키워왔고, 2년 전부터 공개된 삼성전자 녹스(KNOX) 플랫폼, 구글 안드로이드 포 워크 등이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세 회사가 궁극적으로는 기업용 모바일 기기에서 EMM의 중요성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EMM 회사인 굿테크놀로지가 발간한 1분기 모빌리티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은 전년동기와 비교해 올해 1분기에는 업무용으로 모바일 앱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기업들이 160% 증가했다.
EMM의 핵심 DNA는 컨테이너, 앱래핑으로 요약된다. 모바일 기기 내에 업무용 앱, 데이터만 따로 저장해 관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컨테이너라면 여기에 활용되는 일반 앱들에 기업 내 보안정책을 적용할 수 있도록 일부 소스코드를 덧씌우는 것이 앱래핑이다. 애플, 삼성전자, 구글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EMM벤더들은 두 가지 기술을 활용해 보안성과 편리성을 잡으면서도 모바일 기기로 업무를 보는 임직원들의 거부감을 줄여나가고 있다.
한때 삼성전자의 인수설이 거론되기도 했던 블랙베리를 제외하면 기업용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 앞서나가기 시작한 것은 애플이다. 이 회사는 자체적으로 확보한 모바일기기관리(MDM), X코드(Xcode)로 대표되는 iOS 기반 앱개발툴, 보안성을 높이기 위한 키체인, 터치ID 등을 접목시키면서 EMM 생태계를 확장해 왔다.
기업용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등장한 삼성전자는 모바일 기기 내에 업무용, 개인용 영역을 분리하는 자체 기술인 녹스(KNOX) 플랫폼을 공개하면서 본격적인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아직은 삼성전자와 협력자인지 경쟁자인지 관계가 모호한 구글은 '안드로이드 포 워크'라는 플랫폼을 공개하면서 EMM 시장에 발을 들였다.
현재 넓은 의미에서 EMM생태계는 개발자 혹은 기업 내 IT담당자들에게 기업용 앱을 개발하거나 기존 앱을 기업용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삼성, 애플, 구글과 함께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자체 솔루션들을 개발해 더 최적화된 EMM 기술을 구현하는 모바일아이언, 에어워치, 굿테크놀로지 등으로 구분된다. 시트릭스 젠모바일의 경우도 이 영역에 속한다.
시트릭스의 경우 이날 '다이내믹 컨테이너라이제이션(Dynamic containerization)'이라는 기술을 선보이면서 경쟁사들과 차별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시트릭스 시너지 2015에서 처음 발표된 이 기술은 기업 내 IT담당자가 가상화 기술을 실행하기 위한 자체 툴인 '시트릭스 리시버'에 로그인한 뒤에 바로 앱래핑을 거쳐서 컨테이너 기술을 적용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다른 EMM벤더들이 제공하는 솔루션들의 경우 컨테이너, 앱래핑 등을 적용하려면 수일, 수주까지 시간이 걸리는 수고를 덜었다는 것이다.
시트릭스는 기존에 확보하고 있는 젠모바일로 대표되는 모바일 기기 가상화 기술, 시트릭스 워크스페이스 클라우드(CWC)와 같은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SaaS) 등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앱래핑을 적용하고, 컨테이너에서 해당 앱, 데이터들을 활용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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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잭 마덴은 다이내믹 컨테이너라이제이션은 실시간으로 어떤 기기, 운영체제(OS)를 쓰는지에 상관없이 기업용 앱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밝혔다.
다만 이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 애플 앱스토어와 같은 곳에서 사용자 라이선스 문제를 해결해야만 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개인용 앱을 쓰는 것과 달리 기업용으로 앱을 사용할 때는 해당 앱스토어로부터 앱을 가져와서 수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허용한다면 EMM 시장에서 역사적인 사건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의 관전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