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처는 어디?… IoT 트렌드 인사이드

일반입력 :2015/04/27 16:22

사물인터넷(IoT) 세상이 한발짝씩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많은 IoT 아이디어가 세계 각지에서 쏟아져 나오며, 기존 산업계의 IoT 대응도 관심 수준을 넘어 구체적이다.

현재의 IoT 아이디어는 디바이스를 퍼뜨리고, 데이터를 모아 활용한다는 수준이다. 국내의 경우 디바이스 단에 대한 아이디어가 더욱 집중적으로 쏟아진다. IoT는 디바이스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온전한 IoT는 디바이스에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 시스템으로 통찰력을 뽑아내 서비스에 적용하는 것이다. 전체 과정을 얼마나 자동화하고, 명확히 설계하느냐로 경쟁력이 나뉜다.데이터를 어떻게 모을 것인가는 서비스 제공자마다 독자적인 인프라를 구축할 지, 퍼블릭 클라우드를 활용할 지 결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자본금을 충분하게 갖지 못하는 스타트업은 퍼블릭 클라우드를 쓰고, 대기업은 자체 인프라를 구축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논의는 디바이스에서 생성되는 데이터 전체를 중앙 인프라에 집중시켜 빅데이터 분석을 할 지, 중간에 게이트웨이를 두고 유효한 데이터만 걸러내 중앙에서 분석할 지 등이다.

IoT의 경우 디바이스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는 방대하다. 디바이스의 숫자는 또 중앙 인프라에 연결되는 데이터 채널 숫자와 비슷하다. 분석 정확도를 높이려면 디바이스에서 인프라로 전송되는 데이터가 유실되지 않아야 하는데, 디바이스 수가 늘어나면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채널수가 엄청나게 증가한다. 관리하는 입장에서 보면 상당한 부담이 된다.

게이트웨이를 두고 유효한 데이터만 걸러내려는 아이디어는 저장용량 부담뿐 아니라 이처럼 데이터 채널 관리의 부담을 줄이려는 시도다.

여기서 게이트웨이를 무엇으로 삼을지도 선택해야 할 사안이다. 현재 주로 나오는 아이디어는 각 개인의 스마트폰을 게이트웨이로 삼는다. 스마트폰은 단독으로 IoT 디바이스 역할을 하기도 하며,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되는 게이트웨이 역할도 한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게이트웨이로 삼는 경우 개인용 서비스에 주로 관련된다. 제조업 설비 관리나 공공시설물 관리 같은 서비스는 스마트폰을 게이트웨이로 삼기 힘든 조건을 갖고 있다. 이에 각 디바이스 데이터를 모아 정제하는 용도로 별도의 게이트웨이 장비를 활용한다.

‘디바이스-게이트웨이-중앙 인프라’ 순으로 이뤄지는 데이터 처리 체계와 전혀 다른 접근법도 있다. 비트코인의 P2P기술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IBM이 주도적으로 개발하는 이 기법은 ‘어댑트(Adept)’라 불리는데, IoT 디바이스가 또 다른 IoT 디바이스와 연결되는 형태를 갖는다. 어뎁트는 블록체인, 텔레해시, 비트토렌트 등을 주요 기술로 활용한다.

블록체인은 분산형 트랜잭션 처리 엔진이다.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된 전자통화 기술에서 활용된다. 비트코인의 거래장부 역할을 하는 블록체인은 여러 장소에 걸쳐 저장되는 데이터 사이의 연관성을 추적하게 해준다. IBM의 IoT사업을 총괄했던 폴 브로디 전 부사장은 디바이스가 다른 디바이스의 작동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블록체인을 그렸다.

가령 스마트폰으로 도어록을 열 때 블록체인으로 암호화 통신을 하게 한다. 누군가 스마트폰으로 도어록을 열거나 잠글 수 있도록 관리자는 도어록에 접속 허가 기기를 등록한다. 스마트폰으로 문을 작동시킬 때 적정 사용자의 경우 도어록이 자체적으로 올바른 접속인지 판단해 허가를 내리게 된다. 관리자가 추후 통신 내역을 추적할 수 있다.

중앙집중형 아키텍처로 이 같은 시나리오를 구현할 경우 스마트폰의 도어록 접근 시 모든 명령과 허가를 중앙의 클라우드에서 하게 된다. 끝단의 기기와 기기 간 간단한 접속허가도 중앙의 클라우드까지 갔다가 나오게 되므로 비효율적이란 게 IBM의 생각이다.

어뎁트처럼 P2P 방식의 아키텍처는 스마트홈 같이 일정 범위 환경 안에 구현되는 IoT 서비스에서 효율적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현재 IBM과 협력해 스마트가전에 어뎁트를 적용하는 것을 연구개발중이다.

텔레해시는 블록체인에서 사용되는 메시징 프로토콜이다. 자바스크립트객체표기법(JSON)을 사용해 분산된 정보를 공유한다. 비트토렌트는 파일 공유 프로토콜로 데이터를 이동시키고 유지하는데 사용된다. 비트토렌트 파일 공유 프로토콜은 블루투스, 지그비 등 저대역폭의 데이터 연결수단을 사용하는 상황에서도 각 디바이스의 컴퓨팅 파워를 모아 쓸 수 있게 해준다.

이에 대해 게이트웨이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견도 있다. 어찌됐든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분석해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게이트웨이에 활용되는 IT기술은 스트리밍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찾아내는 콤플렉스이벤트프로세싱(CEP)을 핵심으로 하는데, 단순히 P2P 기술만 사용하면 데이터를 분석하기 힘들어진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과 별개로 막대한 데이터를 받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데이터 저장, 분석, 이벤트 알림, 머신러닝, 시각화 등의 요소가 요구된다.

실제 IoT서비스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부분은 이 백엔드 시스템에 있다고 보는 입장이 우세하다. 그러나 전세계 몇몇 기업을 제외하면, 각 기술요소에 모두 전문지식을 보유한 사업자는 없다. 특히 각 요소별 전문가는 희소해서 모든 전문가를 직원으로 고용하는 데 많은 고정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하나의 IoT 시스템을 구축할 때 프론트엔드 서비스와 백엔드 서비스를 모두 구축해야 하므로, 단일 기술벤더를 활용하는 것도 힘든 상황이다.

이에 퍼블릭 클라우드의 IoT 요소기술 서비스를 묶어 제공하는 ‘스위트’ 전략이 등장하고 있다. 그 시작은 마이크로소프트(MS)다.

MS는 애저 IoT 스위트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디바이스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취합해 저장하고, 분석하면서 실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제반 기술을 묶었다. 애저의 여러 서비스 요소 중 IoT에 필요한 것만 모았다. 애저 이벤트허브, 도큐먼트DB, 애저 스트림애널리틱스, 애저 노티피케이션허브, 애저 머신러닝, HD인사이트, 파워BI 등으로 구성된다.

MS는 스위트 내 요소 서비스로 시나리오별 아키텍처 설계 컨설팅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분석 플랫폼, 인프라 관리, 자산관리 등을 개발자와 사업자가 하나하나 고민하지 않고, 이 스위트를 가져다 적용하면 된다는 게 MS의 설명이다.

구글이나 아마존웹서비스는 아직 IoT 스위트란 이름으로 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 대신 오라클이 자사의 퍼블릭 클라우드에서 스위트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 프론트엔드 개발을 위한 모바일 클라우드 서비스와 서버 사이드를 위한 IoT 클라우드 서비스다. 두 서비스는 현재 베타 단계로 공개 프리뷰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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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바이스 단 플랫폼 싸움도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실시간OS(RTOS), 안드로이드나 데비안 같은 경량의 리눅스, MS의 IoT용 윈도10과 닷넷, 오라클의 자바SE8 등이 경합한다. 삼성전자나 LG전자, 지멘스, GE 같은 제조업체들은 저마다의 독자 플랫폼을 노리고 있다.

최윤석 한국오라클 전무는 “IoT에서 중심이 되고 싶어하는 헤게모니 싸움이 있을 것”이라며 “서로 중심이 되려는 배척관계 속에서 협력이 잘 될 것인가 보면 자칫 다 따로따로 노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롭게 서비스를 기획하는 사람이 가치를 더 크게 만들려면 개별적으로 데이터를 끌어안기보다 오픈해야 파이가 커진다고 본다”며 “아직 이에 대한 논의가 충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