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유통법 시행 6개월이 지났지만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개정 논의에서 한동안 잠잠했던 폐지 논의까지 다시 점화되는 양상이다.
2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전병헌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공동 개최한 ‘단말기 유통법 폐지? 존치?’ 토론회에서 각종 제도 개선 논의가 쏟아졌다.
우선 토론회를 주최한 전병헌 의원은 “단말기 유통법으로 지난 6개월간 통신 시장의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 선택의 제약을 가져왔다”며 “인가제를 통한 통신요금 담합에 이어 단말기 가격 또한 담합 환경을 공고히 만들어 준 꼴”이라고 지적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이병태 KAIST 교수는 단말기 지원금 규제 자체가 잘못이라는 논지를 펼쳤다.
이병태 교수는 “단말기 유통법으로 통신비를 인하할 수 있다는 주장은 현재 산업구조에서 애초에 달성할 수 없는 목표”라며 “부분적인 소비자 후생의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산업적인 피해를 감수할 만한 규제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계 통신비 절감의 여력은 이통사의 이익 구조를 볼 때 제조사의 단말기 지원금 확대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며 “휴대폰 구입비용은 지원금 규제를 자율로 풀어 낮출 수 있다는 외국 사례를 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운영위원인 김보라미 변호사는 “보조금(지원금)은 원칙적으로 불법이 아니라 헌법상 보장되는 영업의 자유 범위에 포함된다”며 지원금 규제에 관련한 모든 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이병태 교수와 같이 법 자체 폐지가 아닌 지원금 규제 관련 법 조항을 모두 폐지해야 한다는데 힘을 실었다.
박기영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는 “시장이 빠르게 변화중인 통신 산업 규제는 ‘통신 복지’ 차원에서 규제 정도로만 필요하고 많은 부분은 시장과 소비자 참여를 통해 자율적으로 정화되고 정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유통 현장에서도 현재 시행중인 형태의 법에 대해서 비판 의견을 드러냈다.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이사는 “가계 통신비 절감과 이용자 차별 해소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것은 지금 와서 되돌아보면 너무 이상적인 목표였다”면서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서는 불법이 자행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고, 이용자 차별을 해소하자니 비싼 값에 단말기가 팔리는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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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지원금 상한제 폐지 등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뜻을 강조했다.
이종천 이사는 “소비자에게 지원금 규모를 알리는 공시제는 유지하면서 상한규제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국회에서 논의되길 바란다”며 “소상공인 중심의 유통을 보호하자던 입법 취지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