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반드시 잊혀야 하는 이유”

송명빈 “잊혀질권리 이슈, 디지털 재앙 전초조짐”

일반입력 :2015/04/10 13:44

“잊혀질권리 이슈는 커다란 디지털 재앙 앞에 작은 전초조짐일 뿐입니다. 지금까지는 누군가로부터 기억되고 인정받고자 기록과 저장에만 집중했지만, 이제는 디지털 세상에서 언제까지 떠돌지 모를 내 기록들을 깨끗이 지우는 데 민·관·학이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잊혀질 권리, 나를 잊어주세요> 저자 송명빈.

인류가 인터넷을 본격적으로 사용한 지 이제 겨우 20~30년에 불과하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고성능 PC 개발과 함께 초고속 인터넷망이 전세계에 깔렸고, 스마트폰과 같은 혁신적인 디바이스가 등장했다. 야후, 구글과 글로벌 인터넷 기업뿐 아니라 네이버 다음과 같은 국내 검색 포털 사업자들이 앞 다퉈 전세계 흩어져 있는 정보들을 끌어 모으며 가입자 유치에 열을 올렸다.

나아가 이제는 사용자들이 블로그·카페·SNS·메신저 등을 통해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는 주체가 됐으며, 소소한 일상부터 대외비 사업 영역 기록에까지 여러 인터넷 플랫폼이 활용되고 있다.

여기에 보안을 이유로 곳곳에 설치된 CCTV와 스마트폰을 통해 수집되는 위치정보, 인터넷 사용을 통해 쌓인 각 사이트의 빅데이터까지 모두를 연결하면 개인의 사생활은 완전히 사라진다. 즉 특정 사람의 동선과 취향, 기분, 숨기고 싶은 비밀까지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는 무서운 디지털 시대다. 죽어서도 시시콜콜한 내 정보가 후손의 후손에까지 전달될 수 있다는 뜻이다.

송명빈 저자는 스페인에서 시작된 ‘잊혀질권리’ 이슈가 디지털재앙을 사전에 경고하는 신호라는 입장이다. 머지않아 적산된 정크 데이터에 대한 처리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것이 분명하고, 이로 인해 정크데이터 자동처리 시스템 구축이 요구될 것이란 전망이다.

“계속 쌓이기만 하는 불필요한 데이터들은 사생활 문제, 사회적 비용문제, 반도체 한계 문제, 환경문제, 검색 효율 문제, 빅데이터 시대의 로우데이터 순도 유지 문제 등을 낳을 겁니다. 많은 검색 포털 사업자들이 대규모 IDC센터를 구축하고 그동안 쌓은 정보들을 자산으로 평가하며 꽉 움켜쥐고 있지만 여러 측면에서 한계가 분명 올 거예요. 이 피해는 사업자뿐 아니라 데이터생산자인 소비자에게까지 미칠 거고요.”

이에 송명빈 저자는 ‘디지털 에이징시스템’을 개발, 아내인 이경아씨와 함께 디지털 소멸 국제 특허를 취득했다. 디지털 에이징시스템은 사용자가 게시물을 업로드할 때 타이머를 설정하면 지정 시점에 자동으로 해당 게시물이 삭제되는 기술이다. 현재 일부 메신저에서 도입된 메시지 자동 삭제 기능과 유사하면서도, 한 차원 높은 기술이다. 이미 일부 검색 포털사와 금융사가 해당 기술의 도입을 검토 중이다.

“잊혀질권리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만 입안준비자, 서비스 사업자, 네티즌 등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고 있어요. 잊혀질권리보다 상위 개념인 디지털 소멸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저의 주장은 모든 기록들이 다 사라지고 잊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사업자들이 사용자들에게 삭제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라는 겁니다.”

저자는 유럽발 잊혀질권리의 맹목적 수용보다는 이보다 진보한 개념인 디지털 전체의 소멸을 주창하고 있다. 잊혀질권리가 개인이 인터넷에 올린 특정 기록이나 흔적을 지우는 데 그친다면, 디지털 소멸은 모든 디지털 정보가 늙고 병들어 결국 소멸되는 방식이다. 소멸 대상은 인터넷·디바이스·OS·네트워크·자동차·빌딩 등 광범위하다.

“디지털 기기의 출현이 대략 70년 정도고 인터넷 사용 기간이 20~30년 정도예요. 한 세대가 지나지 않다 보니 그 동안 죽은 사람에 대한 고민도 제대로 없었고요. 법안이나 약관이 시대의 변화를 못 쫓아가고 있어요. 그 동안 회원과 데이터 늘리기에만 몰두했을 뿐이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제 디지털 소멸을 학술적, 산업적 영역으로 보고 IT 강국인 한국이 가장 먼저 국가적 차원에서 같이 고민해보자는 겁니다.”

송명빈 저자는 방대한 데이터가 낳은 거대한 문제들이 해일처럼 몰려오기 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 그 동안 복사된 주민등록증이 누군가의 PC에서 새어 나가 문제를 일으키고, 반도체 기술 한계에 따른 데이터센터 비용 증가로 사업자들의 부담이 더 커지기 전에 불필요한 데이터를 삭제하고, 앞으로 삭제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하자는 것.

관련기사

“지금까지 많은 사업자들이 그까짓 저장소 비용쯤이야 했지만 과거엔 텍스트와 이미지를 올리던 사용자들이 이제는 고품질 동영상을 퍼붓고 있어요. 저장 공간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테고, 반도체 기술의 한계로 비용 부담이 커질 겁니다. 수력발전소로 운영하던 데이터 센터도 결국 화력발전소, 원자력 발전소의 전력을 끌어다 써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겠죠. 개인 사생활 보호측면 뿐만 아니라 사업자들의 비용 부담, 나아가 환경 보호까지 생각하면 디지털 소멸 기술 도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송명빈 저자는 자신을 성서에 나오는 ‘노아’에 비유했다. 그리고 디지털 소멸 특허를 기반으로 개발하고 있는 디지털 에이징시스템을 ‘노아의 방주’에 빗댔다. 정크 데이터가 몰고 올 거대한 해일에 맞서기 위해 민·관·학이 함께 노아의 방주에 모여 머리를 맞대자고 거듭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