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관심이 크죠. 그런데 이걸 공짜로 나눠 준다면 어떨까요? 심지어 사용하면 추가로 보너스를 주기까지 합니다!”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다. 하나 둘 사례가 생겨나고 있는 이야기다. 물론 조건이 있다. ‘데이터’를 내놓으면 된다. 간단한 조건이지만, 이 때문에 ‘빅브라더’ 논란도 일어난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웨어러블 기기를 무료로 나눠주고, 인센티브까지 제공하는 사례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글로벌 대형 업체들도 관련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최근 열린 2015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 포럼에서도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초청으로 강연자로 나선 마크 다니엘 아인슈타인 프로스트&설리번 ICT리서치 대표 겸 도쿄지사장은 “웨어러블 기기를 무료로 나눠주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그가 든 대표적인 사례는 영국 석유회사인 브리티시페트롤륨(BP)의 경우다.
BP는 직원 3만여명에게 핏비트에서 만든 스마트 밴드 제품을 무상으로 나눠줬다. 금전적인 대가를 전혀 받지 않았고, 대신 직원들은 이를 착용하고 다니며 보험업체에 자신들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에만 동의하면 됐다. 보험사는 이를 수집해 연령대 등 조건에 맞춰 분류, 의료보험료 산정을 위한 기준으로 삼을 수 있었다. 물론 직원들은 자신의 건강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자동차 업계에도 비슷한 경우가 적용됐다.
미국의 한 완성차 업체가 차량과 운전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 잘못된 운전습관을 찾아내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자동차 업체는 운전자의 특성에 대한 데이터를 얻어 차량 개발에 사용할 수 있었고, 운전자는 잘못된 습관을 바로 잡아 연간 150달러 가량의 연비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기기는 공짜, 대신 데이터 제공으로 윈-윈
이처럼 웨어러블을 통한 새로운 경제가 구축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관련 플랫폼 개발도 활성화되고 있다.
아인슈타인 대표는 일본 히타치 사례를 소개했다.
히타치는 ‘사업 현미경(Business Microscope)’이라는 솔루션을 개발해 적용, 성과를 냈다.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 조직 구성원들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흐름을 추적해 분석한 결과 부서간 의사소통이 부족한 경우 이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해 조직 내부 의사소통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했다.애플과 구글이 내놓은 의료 관련 플랫폼도 의료계와 빅데이터 분석 업계 등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서비스다. 애플의 ‘리서치키트’와 구글의 ‘구글피트’는 각기 자신들이 보유한 운영체제(OS)인 iOS와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기기에서 수집한 피트니스 관련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특히 미국은 물론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원격 의료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드넓은 국토와 보편적이지 못한 의료보험 체계로 인해, 중국은 여전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저소득층과 오지 마을 거주자 등을 위해 이 같은 서비스 발전과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이른바 '빅브라더' 논란도 있다. 제공하는 데이터가 개인의 건강이나 신체 정보에 관한 것인만큼 민감한 정보를 제공한데 따른 우려도 적지 않다.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우리도 이에 대한 우려를 당연히 인지하고 있다며 원칙을 세우고 사회적 가이드라인도 잘 준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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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국내 업체들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한국 시장의 수요가 아직은 충분치 않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판단이다. 다만 가까운 시일 내에 이 같은 움직임이 활성화될 조짐은 있다.
아인슈타인 대표는 한국 업체의 동향에 대해 “아직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한국은 언제나 변화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하게 될 것(should be)”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