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튠스 모델, 저널리즘에도 통할까?

네덜란드 이어 캐나다서도 '건별 과금' 등장

일반입력 :2015/04/07 10:13    수정: 2015/04/07 10:25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뉴스 전용 아이튠스를 만들자.

뉴욕타임스 스타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카가 지난 2009년 1월 쓴 칼럼 제목이다. 당시 그는 애플이 아이튠스에서 판매되는 노래들에 복제 방지를 적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가격도 유연하게 적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느닷없이 저널리즘 얘기를 꺼냈다. (☞ 데이비드 카 칼럼 보기)

당시만 해도 아이패드는 생각도 하지 못하던 시절. 다만 그 무렵 테크크런치가 대형 화면 아이팟 터치 출시설을 보도해 관심을 모았다. 데이비드 카는 바로 그 기사를 인용하면서 신문이나 잡지들에겐 새로운 희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테크크런치 기사 보기 )

지난 2월 작고한 데이비드 카는 뉴욕타임스를 대표하던 칼럼니스트. 특히 첨단 기술 관련 칼럼에서 깊이 있는 식견을 보여준 것으로 유명하다.

6년 전 데이비드 카가 예견했던 모델이 현실 속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어 화제다. 최근 ‘저널리즘계의 아이튠스 모델’이라고 함직한 서비스가 연이어 시도되고 있는 것.

지난 해 5월 네덜란드의 브렌들이 ‘저널리즘계의 아이튠스’로 큰 관심을 모은 데 이어 이번엔 캐나다의 위니펙 프리 프레스(WPF)가 건별 과금 형태의 유료 모델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기사 한 건 당 가격은 200원 내외

미국의 저널리즘 전문 사이트 니먼저널리즘랩은 5일(현지 시각) WPF의 건별 과금 모델 도입 소식을 자세히 전해주고 있다.

WPF의 건별 과금 방식을 자세히 한번 살펴보자. 일단 기사 한건당 가격은 27캐나다 센트(한화 약 235원)으로 책정됐다. 월 구독료로 결제할 경우 16.99 캐나다 달러(약 1만4천800원)다. 종이신문을 구독할 경우 인터넷신문은 무제한 접속할 수 있다.

이 같은 가격은 네덜란드 업체인 브렌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브렌들의 기사 건별 가격은 200원 수준이다. 매출은 브렌들과 언론사가 3대 7로 나눈다. 이 서비스는 약 10개월 만에 20만 가입자를 모집했을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WPF는 지난 2011년 캐나다 바깥 지역 독자들에게 뉴욕타임스와 유사한 유료 서비스를 도입했다. 한 달에 10건까지는 공짜로 제공한 뒤 더 읽기를 원하는 독자들에겐 과금을 하는 방식이었다.

지난 해 이런 방식의 디지털 유료화로 올린 매출이 385만 캐나다 달러(33억5천만원)였다. WPF는 건별 과금을 도입할 경우 올해 디지털 유료화 관련 매출이 10~15% 가량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낙관적인 기대감의 근거는 뭘까? WPF는 조사 결과 자신들의 독자들이 월 평균 15건 정도 기사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따라서 건별 과금을 할 경우 독자들이 한 달에 평균 4.05 캐나다 달러(약 3천500원) 정도를 부담하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정도면 경쟁사들의 유료 서비스에 비해 굉장히 양호한 수준이라는 게 WPF의 주장이다.

■ 회원 등록 유도…맞춤형 서비스 시도

이번 행보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또 있다. WPF는 아직 유료 정책을 적용하기도 전부터 사이트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계정을 만들어야 기사를 볼 수 있도록 한 것. 건별 과금 정책이 적용되면 곧바로 그 계정을 신용카드 정보와 연결하도록 했다.

니먼저널리즘랩에 따르면 WPF가 모든 이용자들에게 계정을 만들도록 한 것은 유료화 뿐 아니라 다른 목적도 갖고 있다. 이용자들의 뉴스 소비 행태를 분석한 뒤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테면 특정 이용자가 환경 문제와 관련된 기사를 주로 읽을 경우엔 사이트 내 알고리즘이 그 부분을 파악해서 관심사 위주로 편집해주겠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플립보드나 자이트 같은 개인 맞춤형 미디어들과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WPF는 또 일단 한번 읽은 기사는 다음번에 또 읽더라도 추가 과금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그 기사가 새로운 내용으로 업데이트됐더라도 그냥 읽을 수 있게 된다.

가격 정책도 흥미롭다. 일단 27센트란 가격은 특별한 의미는 없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사의 경중에 따라 가격을 달리할 계획이다. 이를테면 날씨 정보 같은 것들은 좀 더 저렴하게 제공하는 반면 탐사 보도 기사들은 비싼 가격을 적용하게 된다.

물론 이를 위해선 정교한 소액 결제 시스템이 뒷받침돼야만 한다. 그 부분은 앞으로 WPF가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니먼저널리즘랩에 따르면 WPF는 독자들이 읽은 기사가 불만족스럽다고 할 경우에는 환불 조치할 계획이다. 이 부분은 네덜란드 업체 브렌들의 영향을 받았다고 WPF 측이 밝혔다.

최근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수익 악화로 고민에 빠져 있다. 천하의 뉴욕타임스조차 줄어드는 종이신문 광고를 디지털 매출로 상쇄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 아이튠스 모델은 저널리즘의 새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아이튠스 모델’이 디지털 저널리즘의 새로운 희망봉이 될 수 있을까? 스티브 잡스가 ‘아이튠스’를 앞세워 디지털 음악 시장에 활기를 되찾아줬던 것을 저널리즘 현장에서도 재현해낼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질문이다. 브렌들이나 WPF 같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성공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는 멀고 험난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짜 뉴스에 포털에 널려 있는 한국적 상황에서는 더더욱 실행하기 쉽지 않다.

니먼저널리즘랩은 WPF 사례를 소개하는 기사 첫 부분에서 기사와 노래가 다른 점에 대해 몇 가지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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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노래는 여러 차례 들을 수 있는 반면 기사는 한번 읽으면 그만이라는 것. 또 노래는 구매하기 전에 들어볼 수 있지만 뉴스는 일단 소비하기 전까지는 어떤 상품인지 제대로 알 수 없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니먼저널리즘랩이 지적한 더 큰 과제는 따로 있다. 아이튠스 조차 요즘은 스포티파이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에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저널리즘계의 아이튠스’는 과연 적용 가능할까? 국내에선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다는 쪽에 한 표를 던지면서도, 해외 시장에서 연이어 시도되고 있는 실험에 자꾸만 관심이 간다. 저널리즘 종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런 실험들이 자그마한 성공 경험이라도 제공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