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된지 6개월이 지났다. 법 제정 당시 만큼이나 시행 과정에서도 다양한 주체들의 이해가 충돌하면서 혼선을 빚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제도를 실행하는 정부나 법을 만드는 국회, 이해관계의 중심에 서 있는 통신사와 제조사, 유통업계, 소비자, 시민단체 모두가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동의하면서도 서로 엇갈린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체적으로는, 과거 '시장실패' 수준의 혼탁한 이동통신 시장에서 한단계 진일보 했다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다만, 입법 취지였던 이용자 차별 방지가 완전히 뿌리 뽑히지 않았고, 궁극적인 목표인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로 이어지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회 차원의 법 개정 논의가 구체화되면서, 단말기유통법 6개월동안 당초 정책적 목표는 달성했는지, 또 미진한 부문은 무엇이었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다. ■ 이용자 차별은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과거와 비교해 저가 요금제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는 점이 눈에 띤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신규 가입자 기준으로 이동통신 가입 당시 선택하는 요금제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법 시행 직전 지난해 3분기 평균 4만5천원대에서 이달 들어 3만6천원대까지 떨어졌다.
미래부 관계자는 “과거 번호이동 위주로 지급되던 지원금이 신규가입과 기기변경에 동일하게 지급됐고, 과거 LTE 6만원대 이상 요금제만 27만원의 지원금이 지급되는 분위기에서 저가 요금제에도 비례적으로 지급돼 요금제 간 차별이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단말기 지원금 지급을 조건으로 부가서비스 가입을 강제할 수 없도록 법에 명시하면서, 일시적인 휴대폰 기기값 할인을 받기보다 합리적인 통신비 할인을 선택하는 소비 패턴으로 변화됐다는게 미래부의 분석이다.
실제 법 시행 직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월평균 가계통신비는 14만8천422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직전 분기 대비 1.8% 감소한 수치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가입 당시 요금제가 보다 저렴해지는 쪽으로 돌아선 부분은 긍정적인 효과지만, 월평균 가계통신비 인하는 법 시행에 따른 정책 효과보다 시장의 침체로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가계통신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실제 통신요금 인하나 단말기 가격 부담 해소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지출하는 통신요금이 줄어든 부분은 단말기유통법과 별개로 알뜰폰 이용자가 증가한 측면과 단말기유통법 상 저가 요금제에 공시된 지원금의 효과로 나눠볼 필요가 있다”며 “단말기 출고가 인하 흐름도 있었고 중고가 단말기도 이전보다 늘고 있지만, 지원금 수준이 엄격하게 제한된 조건에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단말기 값은 오히려 높아진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 시장 침체, 일시적 현상?
엄격해진 지원금 규제로 시장이 침체되고 있는 만큼 단말기유통법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게 유통업계의 주장이다.
실제 단말기유통법 시행에 따른 피해가 가장 큰 곳은 위탁판매를 맡고 있는 판매점을 비롯해 소규모 유통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 산발적으로 발표되고 있는 폰파라치 제도 포상금 강화, 신고센터 및 가입자 대상 문자 발송 등의 법 제도 개선책이 유통망을 겨누고 있다는 것이 대리점과 판매점들의 입장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단말기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애틀러스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월평균 국내 휴대폰 판매량은 약 173만대, 2014년 법 시행 전 9개월동안의 월평균 판매량은 143만대에 달했다. 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된 지난해 4분기도 월 평균 143만대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시장이 급격하게 축소된 것은 분명 아니지만, 지난해 미래부의 이통사 영업정지 이후 시장침체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 단말기 유통법 이후 긍정적인 부분은?
단말기유통법이 불러온 효과를 두고 이해 당사자간에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는 부분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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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새로운 휴대폰을 구입해야만 받을 수 있었던 마케팅 지원금이나 요금할인 혜택을 자급제폰으로 가입할 때도 동일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래부 역시 이 제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가입절차 개선 등의 방안을 마련키도 했다. 또 가입 조건의 문턱을 1년 약정으로 넓힌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월 평균 2만5천여명이 단말기를 새로 구입하지 않고도 기존 통신요금에서 12%를 할인 받았다. 정부는 지난해 이통3사의 공시 지원금 내역을 두고 요금할인 기준율을 다시 책정하고 있다. 할인율이 더욱 강화된다면, 실질적인 가계통신비 인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