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의 제조거점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국내 전자업체를 대표하는 두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베트남을 글로벌 생산기지로 육성하고 있다. 양질의 노동력을 상대적으로 적은 인건비로 활용할 수 있어 수익성 확보에 유리하다는 점이 역시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지리적 이점과 뛰어난 물류 인프라도 강점이다. 베트남 정부도 전자제품 주요 생산국 발돋움을 위해 제반 산업 육성과 인적 자원 제공, 시장 확대, 신규 투자 유치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9천만명에 달하는 전체 인구의 절반 가량이 30세 이하 젊은층일 정도로 소비시장으로서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LG전자는 27일 베트남 북부 항구도시 하이퐁에서 정관계 인사 및 LG 관계자 등 약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LG전자 베트남 하이퐁 캠퍼스' 준공식을 열었다. 하이퐁 캠퍼스에서는 TV, 휴대폰, 세탁기, 청소기, 에어컨,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부품(IVI) 등을 생산한다.
이 곳에서 생산된 제품은 베트남 내수시장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으로도 수출된다. 지난해 11월부터 일부 라인 가동을 시작한 하이퐁 캠퍼스에 LG전자는 오는 2028년까지 총 15억달러를 투자해 중국에 이어 제3의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베트남의 풍부한 노동력과 베트남 제3의 도시이자 항구도시라는 하이퐁의 지리적 이점, 베트남 정부의 법인세 혜택 등을 활용해 글로벌 생산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베트남 북부 박닌성과 타이응웬성에 대규모 휴대전화 공장을 운영하며 베트남을 최대의 수출 전진기지로 삼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8년 25억달러를 들여 베트남 북부 박닝성 옌퐁공단에 휴대폰 생산1공장을 세운데 이어, 2013년에는 20억달러를 투자해 타이응웬성에 생산2공장 가동도 시작했다.
또 타이응웬성에 휴대폰 생산설비 확충을 위한 30억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계획도 베트남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타이응웬성 공장은 기존 박닌성 제1공장을 제치고 세계 최대 휴대전화 생산기지로 부상하게 됐다.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휴대폰의 절반 가량이 베트남에서 만들어진다.
이와 함께 2017년까지 5억6천만달러를 투자해 베트남 호치민에 위치한 사이공 하이테크파크(SHTP)에 TV 중심의 소비자가전(CE) 복합단지를 건설하다는 계획도 밝혔다. 지난해에는 응웬 푸 쫑 베트남 당서기장이 방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나 투자허가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내년 1분기 가동 예정인 단지에서는 에어컨, 냉장고, 식기세척기를 생산하며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R&D 센터 건립 계획도 포함돼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운영하는 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수는 약 10만명으로 추산되며, 삼성의 총 투자금액은 112억달러로 베트남 내에서 가장 큰 외국인 투자자다. 현재 삼성은 베트남 총 수출액의 20% 가까이를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과 LG 외에도 포스코그룹, 금호아시아나, 두산, 롯데 등이 베트남을 동남아시아 지역 내 주요 시장으로 보고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또 국내 기업 뿐만 아니라 해외 주요 IT 기업들도 베트남에 속속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노키아로부터 인수한 휴대폰 제조사업 구조조정 계획의 일환으로 중국 내 제조공장 두 곳을 폐쇄하고 중국의 절반 수준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 하노이로 생산기지를 옮겼으며, 인텔은 호치민 첨단산업 공단지역에 약 10억달러 규모의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등 코스타리카의 생산 시설을 베트남으로 이전하고 있다.
주요 글로벌 제조사들이 차세대 생산거점으로 베트남에 주목하는 이유는 베트남 정부의 첨단산업 지원 의지와 더불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 동남아 시장과의 접근성 등이 꼽힌다.
최근 KOTRA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베트남 최저임금은 월 310만동(하노이, 호치민 등 1지역 기준, 약 16만원)이다. 최근 인력난으로 매년 15% 수준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등 다른 동남아 지역 국가들에 비해 노동력의 질이 높고 임금수준은 낮은 편으로 알려졌다. 특히 첨단 산업의 경우는 베트남 임금 수준이 저렴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영국공인회계사협회(ICAEW)가 1991년부터 2012년까지 동남아국가연합(ASEAN) 주요 회원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조사한 결과 베트남이 184%로 1위를 기록했다. 태국(85%), 싱가포르(81%), 말레이시아(80%) 등 보다 월등히 높다. 노동 투입량 대비 생산량 또는 부가가치를 나타내는 노동생산성이 증가하면 기업 입장에서 비용이 줄어들고 이윤이 커진다.
베트남 정부도 공격적으로 해외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전자제품의 주요 생산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제반 산업 육성과 신규 투자 유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하이테크 관련 산업은 15년간 10% 우대법인세율을 적용받으며, 추가로 과세소득 발생연도로부터 4년간 법인세 면제, 면제 기간 종료 후 9년간 50% 세액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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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베트남에서 사업을 시작한 2009년 이후로 처음 4년간 10%의 법인세 면제를 받았고 그 후 9년간 50%의 법인세 감면을 적용받았다. 이밖에도 투자규모와 매출액, 고용규모 등 조건에 따라 법인 소득세 우대, 수출입 관세 우대, 토지 사용료 우대 등 혜택을 제공한다.
소비시장으로서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9천만명에 달하는 인구 중 30세 이하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발전형 인구구조를 가지고 있고 변화에 민감해 아시아 신흥국 중에서도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