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의 미디어 전문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카는 지난 해 10월 흥미로운 기사를 한편 썼다. 페이스북이 가독성 떨어지는 언론사 사이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란 얘기였다. 언론사 콘텐츠를 페이스북 플랫폼 안에 호스팅해서 좀 더 가독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카가 이 기사를 쓸 때만 해도 그냥 흘러가는 얘기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23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이 데이비드 카의 기사에 거론된 방식을 실제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를 다룬 다큐멘터리 ‘페이지원’에도 등장했던 데이비드 카는 지난 달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 페북 플랫폼 내에서 보면 훨씬 빠르고 편리
일단 기사 내용부터 살펴보자.
페이스북은 향후 몇 개월 동안 새로운 방식을 실험할 예정이다. 언론사들의 기사를 자신들의 플랫폼 내에 호스팅해서 바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한 마디로 설명하면 현재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네이버 뉴스와 같은 방식으로 서비스하겠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버즈피드,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이 변화된 페이스북 서비스의 초기 파트너로 참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뉴욕타임스와 페이스북은 이미 계약 채결 직전 단계까지 이르렀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렇게 할 경우 언론사들의 트래픽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많다. 요즘 잘 나가는 복스 같은 경우 전체 트래픽의 40% 가량이 페이스북을 통해 들어온다. 당연히 언론사들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페이스북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당근’을 마련하고 있다. 페이스북 플랫폼에서 노출되는 기사 옆에 광고를 게재해서 수익을 올리도록 하는 방안을 놓고 언론사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페이스북이 왜 ‘콘텐츠 호스팅’에 관심을 갖는 걸까? 표면적인 이유는 ‘고객 서비스 향상’이다. 언론사 사이트들은 페이스북에 비해 로딩 속도가 너무 느리기 때문에 독자들을 짜증나게 한다는 것.
특히 페이스북에 있는 링크를 누른 뒤 언론사 페이지로 연결될 경우 별도 브라우저에서 느리게 뜨는 사이트 때문에 불만들이 적지 않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모바일 기기로 페이스북에서 언론사 사이트 링크를 누를 경우 로딩되는 데 약 8초가 걸린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이 정도 로딩 시간은 지나치게 길다고 생각하고 비판하고 있다.
결국 페이스북이 언론사 콘텐츠 호스팅을 추진하는 것은 ‘로딩 속도’와 ‘끊김 없는 서비스’란 두 가지 요소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 언론사들, 현재의 수익과 미래의 자유 맞바꿀 가치 있을까?
과연 이런 이유 밖에 없을까? 이 정도 이유라면 언론사는 몰라도 독자들은 페이스북의 ‘콘텐츠 호스팅 전략’을 굳이 비판할 이유는 없다. 최소한 독자 입장에선 서비스가 확연하게 개선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니먼저널리즘랩이 잘 지적했다.
니먼랩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개별 언론사에 비해 훨씬 많은 독자 데이터를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페이스북은 이용자들이 자신들의 플랫폼 내에 머물길 원하고 있다. 이럴 경우 페이스북은 광고주들에게 더 많은 광고료를 물릴 수 있다.
또 다른 부분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미국 주요 언론사들은 페이스북을 통한 트래픽 유입이 엄청난 편이다. 복스 같은 경우는 페이스북을 통해서 들어오는 비중이 40%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페이스북이 언론사들의 콘텐츠를 자신들의 플랫폼 내에 호스팅할 경우 어떻게 될까? 당연한 얘기지만 참여하지 않은 언론사들의 트래픽은 왕창 줄어들 가능성이 많다.
그럴 경우 점차 페이스북이 많은 언론사들에겐 ‘독자들의 관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렇게 되면 페이스북을 찾을 유인은 훨씬 더 많아진다. 뉴스가 그 곳에 다 모여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포털들이 뉴스 서비스를 처음 시작할 때와 비슷한 공식이 적용될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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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니먼랩은 질문을 던진다. 페이스북의 이런 제안에 대해 언론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당장 페이스북이 지급해 줄 추가적인 수익원과 미래의 독립성을 맞바꾸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일까?
니먼랩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도 함께 제시한다. “지금 당장 콘텐츠 유료화로 성공할 가능성이 없는 언론사들에겐 단기적으론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는 게 니먼랩의 대답이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뒤 어떤 일이 있을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고 니먼랩은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