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생태계가 모바일로 급속히 옮겨가면서 관리 채널이 늘어 내부 비용이 증가하는 등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판매자의 경우 시장 입지가 더욱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대형 포털 사업자들의 지배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모바일에 답이 있다고 입을 모으고, 개성 있는 상품으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4일 ‘온라인 쇼핑트렌드와 인터넷’이란 주제로 ‘굿인터넷클럽’ 세미나를 개최했다.
먼저 세종대학교 이동일 교수는 온라인 쇼핑 트렌드가 모바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인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많은 사업자들이 모바일 구매 프로모션을 앞 다퉈 시행한 탓에 과대하게 보이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그는 모바일 쇼핑 시장이 커지면서 중소 판매자의 입지가 점점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모바일로의 전환이 기존 온라인 쇼핑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살펴봐야 한다”면서 “2012년부터 온라인 쇼핑 시장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데 모바일이 전체 시장을 키우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SK플래닛 김용민 팀장 역시 11번가 자료를 토대로 “PC 트래픽을 모바일이 흡수할 뿐 전체 거래액에선 별 차이가 없었다”며 모바일 쇼핑 트렌드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오히려 모바일이란 관리 채널이 하나 더 늘어나 비용이 증가하고, 상품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셀러들 입장에서는 달가운 현상만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교수는 국내 온라인 쇼핑 환경이 국내·외 안팎으로 곤경에 처했다면서 우려를 표했다. 재작년까지 소매 시장이 활성화 되고 이들이 백화점을 넘어서고 대형마트를 넘봤지만, 급부상한 아마존이나 알리익스프레스와 같은 외산 서비스들의 위협이 커지고 있다는 것.
이동일 교수는 “현재는 아마존이나 알리바바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겠다는 입장이지만 칼끝이 반대로 향하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하면 굉장한 위협감을 느낀다”며 “우리의 온라인 비즈니스가 그 동안 큰 착각을 했구나 자각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반면 윤자영 스타일쉐어 대표는 모바일 쇼핑 트렌드로 개인 쇼핑몰 운영자들이 기회를 찾고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저마다의 뚜렷한 개성으로 많은 중소 사업자와 브랜드들이 기회를 찾고 있다는 것.
윤 대표는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노력만 한다면 소비자들한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면서 “개발자 없이도 호스팅 서비스를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또는 무료로 쇼핑몰을 열 수 있다 보니 팔려고 하는 상품의 개성만 뚜렷하면 팬이 생기고 성장도 가능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동일 교수와 김용민 팀장은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만이 모바일 시대의 생존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기존 질서에 안주하려고 하면 지금의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후퇴할 수밖에 없다”며 “끊임없이 창조적 파괴를 해야 한다. 외부로부터 겪는 어려움을 오히려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야 하고 글로벌로 진출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으로 이 교수는 정부와 정치권이 갖고 있는 중소 판매자에 편향돼 있는 정책을 비판했다. 특히 오프라인 쇼핑 시장을 정치권이 무리하게 괴롭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동일 교수는 “올해 공정거래위원회 정책을 보니 타깃이 TV홈쇼핑 인허가 취소에 맞춰져 있는 것 같다. 한 곳쯤 문 닫게 하겠다는 것 같다”면서 “웬만큼 질서를 흔들어서는 기존 체제가 깨지지 않겠다는 신념이 있는 것 같은데, 균형 잡힌 접근을 한다는 이유로 중소 판매자들에게 맞춘 편향적인 정책들 때문에 상당히 위험한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패널들은 온라인 쇼핑 트렌드가 결국 모바일로 전환됨에는 틀림이 없고, 결국 모바일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개성 있는 상품, 콘텐츠로 승부할 것을 주문했다.
관련기사
- “핀테크, 왜 인터넷 은행에 목매고 있나?”2015.03.24
- 韓 인터넷 기업인 한자리…“가자 세계로”2015.03.24
- 인터넷 ‘민주주의 도구’인가 ‘감시 도구’인가?2015.03.24
- 진중권 "게임, 21세기 바꾸는 새 패러다임"2015.03.24
김용민 팀장은 “PC 온라인 시절 재주는 쇼핑몰이 넘고 돈은 검색 사업자가 번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는 다르다. 검색 포털의 우산이 통하지 않는다”며 “버티컬 앱 서비스의 경우 초반 이용자를 모으는 데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자기만의 색깔을 갖고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모바일에 답이 있다”고 강조했다.
윤자영 대표는 “거시적인 트렌드를 인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팔려고 하는 소비자들의 욕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다변화 된 채널이 있는 시대니 이를 잘 활용해 뿌릴 수 있는 강력한 콘텐츠를 만들고, 세분화된 소비자들에게 맞는 것들을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