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종합화학을 인수하는 한화케미칼에 대해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 가격 인상률 제한 조치를 부과했다. M&A로 지배적 1위 사업자로 올라서는 한화케미칼의 가격 인상, 화학업계 가격 담합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 조치다.
5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한화케미칼과 계열회사인 한화에너지가 삼성종합화학의 주식을 취득하는 행위가 국내 EVA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어 가격인상을 제한하는 내용의 시정조치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EVA는 에틸렌, VAM(Vinyl Acetate Monomer)을 중합해 만들어지는 폴리에틸렌의 일종으로 발포성, 접착성, 투명성이 우수해 신발 밑창, 태양전지 필름, 비닐하우스 필름 등의 소재로 사용된다.
공정위는 화학업체들이 EVA 국내 가격 인상률을 수출하는 가격 인상률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고, 인하의 경우 수출 가격 인하율보다 더 많은 할인율을 적용하도록 제한 조치를 내렸다.
화학업계는 향후 3년 간 EVA 수출가격이 올라 국내가격을 인상해야 하는 경우 국내가격 인상률을 당해 반기 수출가격 인상률 이하로 정해야 한다. 반대로 향후 3년 간 EVA 수출가격이 인하되는 경우에는 그 인하율을 당해 반기 수출가격 인하율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
업체는 천재지변 등으로 이행이 어려운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 반기마다 시정명령의 이행 결과보고서를 공정위에 제출해야 한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11월 계열회사인 한화에너지와 함께 삼성종합화학의 주식을 각각 27.6%, 30.0% 취득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한화케미칼의 삼성종합화학 인수는 한화가 삼성의 석유화학, 방위산업 부문 계열사들을 일괄 인수하는 빅 딜의 일부다. 한화그룹의 방위산업 인수에 대해 공정위는 시장경쟁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며 최근 조건 없이 승인 조치한 바 있다.
반면 화학분야에서 한화는 이번 거래를 통해 삼성종합화학, 그 자회사인 삼성토탈까지 한꺼번에 인수해 국내 석유화학 시장에서 1위(매출액기준) 사업자가 된다. 한화케미칼과 삼성토탈이 공통적으로 생산하는 4개 폴리에틸렌(PE) 제품 시장도 지각 변화가 전망된다.
EVA 시장에서는 인수 후 한화케미칼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68%(판매량기준)로 1위가 된다. 공정거래법상 경쟁제한성 추정요건에 해당되게 됐다.
공정위는 나머지 3개 제품에 대해서는 한화케미칼, 삼성토탈의 시장점유율이 그만큼 높지 않고 다수 경쟁사업자, 수입량의 존재로 기업결합으로 인해 경쟁이 실질적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번 결합으로 한화케미칼이 삼성토탈을 인수하게 되면 EVA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고 경쟁사 간 가격, 수량 등에 대한 협조 가능성이 증가해 경쟁이 저해될 우려가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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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합 이후 한화케미칼, 삼성토탈은 시장점유율 합계가 높아지는 동시에 경쟁사업자의 수도 4개에서 3사로 줄어들게 된다. EVA의 품질과 구색 면에서도 한화케미칼과 삼성토탈이 경쟁사들보다 훨씬 우위에 있어 결합당사회사의 가격인상 우려가 전망된다.
태양전지 필름용·코팅용 EVA의 경우 한화케미칼의 품질이 경쟁사들보다 월등할 뿐만 아니라 결합당사회사의 시장점유율이 각각 90%, 87%로서 양사가 시장을 거의 양분하고 있다. EVA 시장은 수입의 비중이 10% 미만으로 낮아 경쟁사 간 협조는 더욱 용이한 구조로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