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스페인)=박수형 기자> “대기업은 인프라를 가지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처럼 절박함을 통해 서비스 혁신을 이뤄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국내 이동통신 1위 사업자를 이끄는 CEO가 취임 이후 기자들과 공식적으로 만난 첫 자리에서 꺼내든 이야기다.
서비스 혁신을 발표하는 자리도 아니다.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ICT 기업들이 저마다 차세대 서비스와 제품을 시연하는 MWC 현장에서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은 2일(현지시간) 이같이 말했다.
스타트업 이야기를 꺼내든 이유는 MWC 막이 오르자마자 먼저 찾은 곳이 스타트업 전시 부스였다는 것이다.
장동현 사장은 “제가 원래 관심이 많은 곳이 스타트업인데 IoT에 관계된 스타트업 몇군데를 둘러봤다”며 “칩셋 솔루션을 가지고 있는 곳과 그와 연계된 서버 솔루션을 가진 ARM에 가봤다”고 밝혔다.
이어 “IoT 쪽을 보다 보니까 통신사업자는 생태계 내에 사업을 일일이 직접 하려는 생각이 매우 강한데, 과연 그렇게 하는게 향후에도 유효한 방법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장 사장은 SK플래닛에 열달간 몸을 실었던 경험으로 이를 설명했다. SK텔레콤의 자회사지만 통신보다 OTT 성격에 가까운 회사에서 있다보니 통신사와 관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통신사는 관계된 영역의 모든 일을 도맡으려고 하고, 통신사와 일을 같이 하는 OTT 사업자는 일정 부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갖추려 한다는 것이다. 즉 두 회사 성격 탓에 충돌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사물인터넷 세상에서 무엇인가 연결돼 수직적으로 서비스를 구현할 때 한 기업이 모든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누군가는 플랫폼이라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고, 그 안에서 수직적인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드는 이도 있어야 하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만들어내 체험하는 구조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각각의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장동현 사장이 절박하게 일 한다고 표현한 스타트업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려고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는 집단이다.
장 사장은 이에 “SK텔레콤의 기본 역할은 스타트업이 제대로 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주는 것”이라면서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스타트업은 스타트업대로 각각의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IoT 시대에 장동현 사장이 주장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상생 스토리는 머지않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SK텔레콤의 본격적인 IoT 사업이 곧 시작되기 때문이다.
장 사장은 “IoT 플랫폼으로 모비우스를 5월 중에 상용화할 계획”이라며 “처음에는 많이 부족하겠지만, 우리와 제휴관계에 있는 사업자와 교감하면서 완성도를 높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가능하면 기술 표준 등 우리 것만을 주장하기보다는 고객을 중심에 놓고 네트워크 디바이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과 같이 만들어 나가는 구조로만 갈 수 있다면 꽤 의미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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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고민을 한 듯 보이는 말도 남겼다.
장 사장은 끝으로 “이야기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미국 1위 통신사인 버라이즌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같이 해보자고 했다”며 “통신사들이 이런 고민이 있는데, 누군가 먼저 체계를 만들어 나간다면 올해 꼭 성과가 나진 않더라도 이런 방식이 유효하지 않겠냐는 정도의 모델은 낼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는 걸고 있다”고 이야기를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