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간결결제 서비스인 '구글월렛'을 자사 모바일 OS에 선탑재키로 결정하면서, 국내 인터넷 업계에 또다시 모바일 선탑재 논란이 거세게 일 전망이다.
27일 인터넷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모바일 결제 시장 강화 차원으로 최근 미국 3대 통신사와 협약을 맺고 미국에 출시되는 4.4 이상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구글월렛을 기본 탑재하기로 했다.
문제는 전세계 모바일 OS의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한 구글의 독과점 행태가 전세계적으로, 또 전방위에서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부터 국내 인터넷 기업들은 구글이 자사 OS 기기에 구글 검색을 선탑재하는 것에 반발은 물론,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네이버 앱스토어와 같은 경쟁 마켓 입점을 금지하는 폐쇄적인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핀테크 시장이 떠오르자 구글이 구글월렛과 같은 간편결제 서비스까지 안드로이드폰에 기본 탑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독과점의 폐해를 더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
모바일 간편 결제 시장은 네이버·다음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기업뿐만 아니라, 전통 강자인 페이팔과 알리페이 그리고 구글·페이스북·텐센트 등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이 적극적인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밖에도 유통·금융·통신 등 다양한 분야의 국내외 업체들이 앞 다퉈 뛰어들면서 신흥 시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전세계 스마트폰 보급률은 24.5%(KT경제경영연구소)로, PC보급률을 처음으로 앞지르는 등 모바일 시장이 활황기에 접어들면서 모바일 간편 결제 시장은 이미 놓칠 수 없는 대어로 급부상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지난해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를 3천530억달러(390조원) 가량으로 추정하고, 2016년에는 2배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 가운데 전세계 모바일 OS의 90% 이상, 특히 국내 시장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이 자사 OS를 무기로 기존 시장 흔들기에 나서 국내 인터넷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모바일 OS 독점 기업들의 이런 행보가 성장하는 국내의 간편 결제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 구글월렛 선탑재에 나선 것은 애플이 작년 10월 '애플페이'를 선보인 뒤 불과 3개월 만에 미국 결제 시장 1위인 페이팔을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한 것에 대한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또 업계는 구글이 모바일에서 페이스북 등에 주도권을 뺏기자, 독과점 기업이란 외부 시선에 신경 쓰기보다는 모바일 영향력 확대에 방점을 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편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간편결제 시장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국내 대기업의 위협 때문에도 더 크다. 삼성전자는 미국 시장서 '루프페이'를 인수하며 자사의 스마트폰 내 '삼성페이' 선탑재를 통해 세를 불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이 같은 OS 사업자 및 휴대폰 제조사의 선탑재가 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주목하고 있다. 과거 사례를 놓고 봤을 때 특정 플랫폼에 선탑재를 통해 자사 서비스를 끼워 파는 행위가 공정한 경쟁을 제한해 시장을 왜곡시켰고, 나아가 이용자 후생 저하까지 초래했다는 것.
실제로 공정위의 무혐의 결론이 난 구글의 자사OS 내 검색엔진 선탑재는 PC에서 2위를 고수해온 다음(다음카카오)이 결국 구글에 모바일 검색 시장을 내주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 1월 구글의 모바일 검색점유율은 12.2%로 11.1%인 다음을 앞질렀다.
그나마 지난해 4월 미래창조과학부는 필수 앱을 제외한 선탑재 앱의 삭제 권한을 부여하겠다며 중재에 나섰으나, 여전히 OS 사업자·제조업체·통신사들은 이용자 후생과 무관한 앱들을 선탑재 하고 있다.
특히 구글이 지난 26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자사 앱마켓에 검색광고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자사 앱마켓 선탑재 및 경쟁사의 독립 앱마켓 방해 행위에 대한 업계의 우려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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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과거 MS가 인터넷 익스플로러 끼워팔기로 웹브라우저 시장 점유율 1위인 넷스케이프를 시장에서 몰아낸 전례를 경험한 바 있다”며 “이런 맥락에서 업계는 이번 OS 사업자의 자사 간편결제 서비스 끼워팔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2013년 한국의 공정위가 일찌감치 구글의 검색엔진 선탑재 건에 대해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린 상황이라 향후 전개되는 상황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구글이 최근 MB 비서관 출신 임재현 씨를 영입함으로써 구글이 이제 한국에서도 본격적인 로비를 통해 각종 논란을 무마하려 들 것 같아 심히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