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이 2015년 ICT 업계의 뜨거운 화두 중에 하나라는 사실에 대부분 동감을 할 것이다. 업계에서는 2014년을 개화기로 정의하고 올해에 본격적인 성장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제조사들의 움직임은 빠르고 치열하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스마트폰 제조사 상위 10대 업체 중 2개 업체만이 관련 제품을 출시했지만 올해는 7개의 업체가 이미 관련 기기를 출시했거나 첫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애플은 4월에 ‘애플 워치’를 출시하겠다고 발표를 했으며 삼성전자는 MWC2015에서 '오르비스'(프로젝트 명)를 공개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안드로이드 웨어 기반의 'LG 워치 어베인(Urbane)’과 웹 OS 기반의 자체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대형 기업들의 공격적인 대응에도 불구하고 시장 활성화가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구글 글래스는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아 지난 1월 판매가 중단되었다. 2013년 출시된 삼성 갤럭시기어(Galaxy Gear)는 반품률이 30%에 육박한다는 내부문 서가 공개되어 홍역을 치르기도 하였다. 리서치 조사 전문업체 TNS 조사 결과, 웨어러블 기기를 구매한 소비자 가운데 3명 중 1명은 구매 후 6개월 이내에 사용을 중단하였다.
이와 같이 업계의 기대와 사용자 사이의 간극이 큰 상황에서 ‘페블 타임’의 등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페블(Pebble)은 예전과 같이 신형 스마트워치 `페블타임`을 발표하면서 킥스타터를 통해 투자금을 모집했다. 그리고, 단 하루 만에 목표 금액 500만 달러를 넘어섰다. 공개한지 30분만에 100만달러(약 11억340만원)를 모집했는데 이는 킥스타터 6년 역사상 최단 기간이다.
한국시간 기준 25일 오후 8시 현재 페블은 39,253명으로부터 총 8,343,417달러를 투자받은 상황이다. 과연, 페블 타임의 어떠한 특징 때문에 사용자들이 열광을 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합리적인 가격이 가장 중요
TNS의 보고서에 의하면 사용자의 55%는 웨어러블 기기에 대해 '불필요하게 비싸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전 출시된 삼성전자의 기어S의 출고가는 29만 7천원이다. LG전자의 G워치R은 35만 2천원이며 애플 워치의 일반 모델은 38만여원(349달러)이다. PC를 비롯해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과 같은 기기 보급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선 상황에서 이렇게 높은 비용을 지불할 사용자는 많지 않다.
'페블타임'은 초기에는 킥스타터에서만 사전 주문을 받은 뒤 판매하는데 가격은 159달러이다. 양산이 된 이후에는 일반매장에서 199달러 정도에 판매될 예정이다. 앞 모델인 페블 스틸의 가격도 199달러였다. 18K 골드로 제작되어 아예 고급 사용자를 노리는 ‘애플 워치 골드’ 모델과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대중들의 눈높이로 가격을 낮추어야 한다. 즉,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부품들로 가득 채워넣는 스펙 경쟁은 의미가 없는 셈이다.
■기기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대형 제조사들의 ‘스마트 워치’ 중에서 의식적으로 ‘워치’라는 표현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배터리에 자신이 없다 보니 일반 시계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나 블로거들은 이러한 제조사들의 마케팅에 동의하며 ‘시계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버튼을 눌러야 시간을 확인할 수 있고 배터리가 하루나 이틀정도 밖에 가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손목에 자리잡고 시계 모양을 하고 있는 기기를 구매하는 사용자에게 이러한 논리를 펴는 것은 억측에 가깝다. 페블은 이번에 처음 적용한 컬러 e잉크 디스플레이를 통해 초당 30 프레임을 보여주면서 7일간의 배터리 수명과 방수 기능을 지원한다. 버튼을 누르거나 손목을 흔들지 않아도 항상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웨어러블에 적합한 UI
대부분의 스마트 워치는 풀터치 스크린을 지원하고 있다.(덕분에 배터리가 오래 가지 못하고 제조 비용이 올라간다.) 이를 기반으로 안드로이드 웨어의 카드형 UI나 내장 키보드가 제공되고 있다. 최근에서야 음성인식 기능이 제공되고 있지만 공공 장소에서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용자들은 작은 화면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느낌이 들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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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블은 자체 제작한 '페블 OS'를 통해 스마트 워치에 최적화된 ‘타임라인’이라는 UI를 선보였다. 기기에 있는 세 개의 버튼을 이용해 사용자가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눠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제공한다. 복잡하게 따로 앱을 설치할 필요 없이 과거 받았던 문자나 운동기록 등은 과거 버튼으로, 미래 일정이나 내일 날씨 등은 미래 버튼을 눌러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얼마전에 열렸던 CES는 물론이고 곧 개최된 MWC에서도 대형 제조사들이 웨어러블 기기에 관심을 보이고 관련한 제품을 출시할 것이다. 냉정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구매를 해야 하는 사용자들은 관심도 없는데 공급자들만의 잔치를 하는 듯한 느낌이다. 원론적인 결론이기는 하지만 좀 더 소비자의 입장에서 제품을 만들고 꼭 필요한 기능만 제공해야 한다. 적어도 제조사들은 이번 ‘페블 타임’의 초반 돌풍을 신중하게 살펴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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