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되면서 제조사들은 신흥 시장으로 달려갔다. 13억과 중국과 12억 인구의 인도가 주요 타겟이 되어 시장 조사가 진행되었고 관련한 전략이 수립되었다. 피처폰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신흥 시장은 새로운 먹거리로 충분해 보였다. 다만, 선진 시장에서 판매되었던 고가 단말기로는 힘들다고 판단했기에 업체들은 너도나도 중저가 라인업을 강화했다.
제조사들의 움직임을 묵묵히 지켜보던 구글은 영민하게 움직였다. 안드로이드를 이용하여 중저가 스마트폰의 주도권을 갖고자 시도한 것이다. 구글 I/O 2014를 통해 발표한 ‘안드로이드 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안드로이드 원’은 구글이 제조사들의 개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게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표준 규격을 제공하는 인증 프로그램이다.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지만 100달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의 가격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2014년 9월 15일(현지시간), 구글은 예정대로 '안드로이드 원'이 적용된 첫번째 스마트폰을 인도에 출시했다. 마이크로맥스, 카본, 스파이스 등 3개 인도 업체들과 제휴해 제품을 만들었다. 판매가격은 카본의 스파클Ⅴ는 6,399루피, 마이크로맥스의 Canvas A1은 6,499루피, 스파이스의 Dream Uno는 6,299루피로 한화로 10만원 후반대 정도 수준으로 가격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안드로이드 원’에는 순정 안드로이드만 설치되기 때문에 구글로서는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게 된다.
하나 둘씩 마무리되어 최근에 발행되고 있는 2014년 시장 보고서들을 살펴보니 전문가들의 예상은 크게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전세계 스마트폰의 4대 중에 1대가 중국에서 판매되었으며 인도에서는 8천만대가 넘는 스마트폰이 소비되었다. 안드로이드가 설치된 스마트폰은 한해 동안 10억대가 넘어 사상 최고의 성적을 이루어 냈으며 중저가 스마트폰의 비중은 급격히 증가되었다.
시장 상황이 예측대로 움직였으니 ‘안드로이드 원’의 성적도 좋았을까? 적어도 작년 4분기 성적은 그렇지 못한 듯 하다. 구글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기 때문에 정확한 내용은 알지 못하지만 전문가들은 약 100만대 정도의 ‘안드로이드 원’ 스마트폰이 출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에서 약 67만 6천대 정도가 실제로 판매된 것으로 추측된다. 인도의 4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2,160만대였으니 분기 점유율이 3%에 불과한 셈이다.
신통치 않은 ‘안드로이드 원’의 성적표는 전체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영향을 주었다. 사상 최고치를 갱신한 안드로이드가 유독 4분기 성적표가 좋지 못한 것이다. ABI 리서치의 자료에 의하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판매량은 2,055 만대로 전분기대비 5%가 하락했다. 분기 기준으로 안드로이드의 판매량이 하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안드로이드 원’의 실패가 전체 안드로이드 판매량에 직접적인 영향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일정 부분 작용을 한 것만은 사실이다.
구글이 신흥 시장에 관심을 주면서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된 선진 시장에서는 애플이 약진을 하고 있다. 아이폰 5C로 중저가 시장 공략에 실패한 애플은 6에서는 기존의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하면서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만들어 냈다. 안드로이드가 장악하고 있던 패블릿 시장에 ‘아이폰 6 플러스’를 통해 진출한 것이다. '아이폰 6’도 그 전에 비해 훨씬 화면이 커졌다. 애플의 전략을 적중하여 작년 한해동안 7450만 대의 아이폰을 판매했다. 대화면 아이폰때문에 '잡스 정신'을 버렸다는 비판이 무색할 정도의 인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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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6 시리즈가 선진국 시장에서만 인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장 조사 기관인 ‘캐널리스’는 작년 4분기에 중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스마트폰을 판매한 제조사는 ‘애플’이라고 발표했다. 저가 스마트폰이 주로 팔릴 것이라는 예측과는 전혀 다른 결과이다. AOSP(Forked Android) 또한 골치거리이다. 샤오미를 중심으로 AOSP 기반으로 자사 콘텐츠를 추가해 만들어내는 제조사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4분기에만 8500만대의 AOSP 스마트폰이 판매되었다.
인도 시장에서는 MS가 의외의 변수로 등장하기도 하였다.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로컬 제조사인 마이크로맥스, 카본 모바일이 리드하긴 했지만 루미나 시리즈의 성장율이 예상보다 빠르다. 덕분에 MS의 4분기 출하량은 전분기 대비 19%나 증가했다. 결국, 시장의 흐름을 전망하고 기민하게 만들어낸 ‘안드로이드 원’은 영 신통치가 않고 오히려 기존 시장을 잠식당한 것이다. 이것이 사상 최대 실적을 만들어낸 안드로이드가 받은 2014년 4분기의 성적표이다. 이러한 추이가 단기간으로 끝날지, 계속될 것인지, 그리고 구글이 어떠한 전략적 변화를 할 것인지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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