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왜 전기차를 만드는 걸까

대표적인 '넥스트 빅싱'…카플레이 한계 느꼈을 수도

일반입력 :2015/02/16 13:39    수정: 2015/02/16 13:42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애플이 전기차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애플의 전기차 프로젝트는 지난 13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로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1년 째 전기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관련 엔지니어만 수 백 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 역시 애플이 전기차 개발을 위해 관련업계 전문가를 연이어 만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14일에는 로이터통신의 후속 보도가 이어졌다. 특히 로이터는 월스트리트저널과 달리 애플이 무인차 개발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물론 애플은 연이은 보도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여러 정황 증거를 종합해보면 애플의 전기차 개발 작업 프로젝트는 사실이라고 봐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이쯤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애플은 왜 전기차 개발에 관심을 갖는 걸까?”란 질문.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몇 가지로 정리해보자.

1. 전기차는 실리콘밸리의 '넥스트 빅싱'이다

전기차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애플만은 아니다. 구글은 수 년 째 무인차 개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테슬라 역시 애플 직원까지 빼가면서 전기차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IT 전문 매체인 매셔블은 이런 이유를 들어 애플이 전기차를 개발하는 것은 실리콘밸리 모든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사실은 지난 1월 열린 CES만 봐도 알 수 있다. CES2015는 자동차 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저마다 스마트 자동차 시스템이나 자동 주행 장치, 가상현실 디스플레이 같은 것들을 들고 나와 관람객들의 눈을 끌었다.

기후나 연료처럼 지구 환경과 결합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전기차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구글의 야심대로 ‘스스로 주행하는’ 차를 개발하는 것은 인류의 오랜 꿈이다.

2. 애플도 '넥스트 빅싱'이 절실하다

현재 애플은 지구 상에서 가장 잘 나가는 기업이다. 시가 총액 7천억 달러를 사상 최초로 돌파하면서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애플에겐 고민이 적지 않다.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아이폰이 언제까지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 알 수 없다. 스마트폰 시장 자체가 서서히 포화 상태를 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애플이 아이폰을 이을 혁신 상품으로 내놓은 아이패드는 서서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지금쯤이면 ‘다음 행보’를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물론 애플은 이미 준비를 하고 있다. 당장 올해 애플 워치를 내놓을 예정이다. 또 몇 년째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는 애플TV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전기차는 그 다음을 이어줄 혁신 제품으로 봐야 한다. 지금까지 보도된 내용을 종합해보면 애플의 전기차 프로젝트는 이제 막 시작단계다. 최소한 3, 4년 내에는 쉽게 출시되기 힘든 상태란 얘기다.

전기차 선두주자인 테슬라는 매년 15억 달러를 연구개발(R&D) 투자하고서도 겨우 3만5천대 정도 출하하는 데 머물렀다. 그만큼 긴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작업이다. 물론 애플은 현금 보유고만 1천800억 달러에 이르고 있어 자금 고민으로부터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3. 자동차 대시보드 너머를 지배하고 싶어한다

또 다른 IT 전문 매체인 더버지의 해석도 흥미롭다. 지난 해 선보인 카플레이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애플이 지난 해 내놓은 카플레이는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자동차 성능까지 통제하지는 못한다는 것. 따라서 진정한 스마트 자동차 시장의 강자가 되기 위해선 카플레이를 뛰어넘는 것을 만들 필요가 있다.

애플의 전기차 프로젝트는 그 해답이라는 것이 더버지의 분석이다. 더버지는 애플이 탁월한 디자인 능력을 활용해 각종 시스템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해 줄 경우 상당히 매력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업체들 입장에서도 애플은 매력적인 제휴 상대다. 더버지 역시 “포드, GM, 폴크스바겐을 비롯한 자동차업체들 중 어느 누구도 애플이 손을 내밀 경우 최소한 제휴를 고려는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4. 애플 맵의 경쟁력을 높여줄 ‘스트리트뷰’가 필요하다

그 동안 애플의 고민 중 하나는 지도 서비스였다. 경쟁업체인 구글에 지도 서비스를 의존하는 상황 자체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2년 전 자체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구글과 결별했지만 여전히 경쟁력은 그다지 뛰어난 편이 못 된다. 특히 애플 맵의 한계 중 하나는 거리를 직접 찍은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애플은 이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C3 테크놀로지스의 3D 오버헤드 이미지를 활용했다. 하지만 거리 모습을 직접 촬영한 구글 맵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많았다.

더버지는 “애플이 전기차를 내놓을 경우 3D 지도를 보강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5. 문제는 자동차가 아니라 플랫폼

애플의 전기차 프로젝트는 아직 초기 단계다. 애플 규모 정도 되는 회사는 R&D 차원에서 추진하다가 폐기하는 프로젝트가 적지 않다. 따라서 전기차 역시 아직은 상용화를 논하기엔 이른 단계일 가능성이 많다.

물론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애플이 전기자동차에 관심을 가질 만한 유인은 충분하다. 자금과 인력 면에서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봐도 크게 그르진 않다.

최근 상황과 관련해서는 매셔블의 분석이 눈에 띈다. 애플이 지난 해 초 선보인 카플레이는 아이튠스와 연동된 첫 스마트폰이었던 모토로라 RGKR과 유사하다는 것.

2005년 출시된 모토로라 ROKR은 끔찍한 수준이었다. 그 때문에 스티브 잡스는 스마트폰을 만들 경우엔 직접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매셔블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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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역시 같은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할 당시 폰 자체보다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처럼 전기차도 마찬가지 관점으로 바라보는 된다는 얘기다. 애플에게 중요한 것은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이기 때문이다.

애플이 처음 아이폰을 내놓을 당시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로 떠오를 것이란 예상을 한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후 진행된 상황은 알고 있는 그대로다. 애플의 자동차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