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범 대표 “척박한 벤처 생태계, 500볼트가 대안”

온·오프라인·모바일 통합 ‘O2O 벤처연합’ 지향

일반입력 :2015/02/13 16:42    수정: 2015/02/14 10:53

미래부 산하 미래글로벌창업지원센터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국내 IT산업에서 한 해 평균 2만2천100여개의 스타트업이 생겼고, 이 중 1만5천900여개가 폐업했다.

국내 스타트업의 창업 2년 뒤 생존율은 54%. 또 4년 뒤 생존율은 3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는 이보다도 훨씬 낮은 생존율을 말한다.

이처럼 국내 스타트업들이 단명 하는 이유는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기술은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자금과 네트워크 등이 부족해서다. 열정 하나로 ‘맨땅에 헤딩’하다 운 좋게 성공하는 스타트업들도 있지만, 대부분 일정 수준이 되면 여러 한계에 봉착하고 문을 닫는다.

창업 초기만 해도 스타트업의 메카인 실리콘밸리 진출을 꿈꿔보지만, 한국에서 스타트업 하기란 그야말로 마치 차고에 갇혀버린 고독한 싸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업계의 차가운 목소리다.

하지만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온·오프라인·모바일 영역을 모두 아우르는 벤처연합체인 ‘500볼트’가 올 1월 공식 출범한 것. 비슷한 사업구조를 가진 옐로모바일이 ‘모바일 온리’를 콘셉트로 하고 있자면, 500볼트는 어느 한쪽의 플랫폼이나 분야를 추구하지 않는다. 그것이 진정한 O2O 시대를 주도하는 전략이란 판단에서다.

김충범 500볼트 대표는 1년에 약 50개씩, 10년간 총 500개의 작은 기업들을 제휴 방식으로 인수·합병함으로써 서로 간의 장점을 결합하고 발전 시켜 최고의 수익을 거둠은 물론, 건강한 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은 사업하기 참 힘든 나라예요.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 스타트업이 기업의 허리를 받치고 있는데 왜 우리는 그러지 못할까 고민이 들었죠. 일본의 경우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세미나와 학회가 만들어지고, 소기업 창업가들이 성공한 대기업 임원에게 어떤 해법을 찾아 발전하는 문화가 잘 갖춰져 있는데 우리나라는…”

김 대표가 500볼트를 설립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기업은 작은 기업들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멀리하고, 작은 기업들은 항상 ‘생존’에만 절박한 구조적인 문제가 눈에 들어왔던 것. 이에 하나의 트랙을 중심으로 묶였을 때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들을 연합해 ‘죽음의 계곡’을 넘는 그림을 그리게 됐다.

가령 ‘결혼’을 주제로 벤처연합을 짠다면 ‘결혼정보회사(온라인)-전문 예식홀(오프라인)-결혼정보검색 및 예매 사이트(모바일)’를 한 트랙으로 짜고, 이에 적합한 기업들을 인수·합병 하는 식이다. 모바일 라이프 플랫폼을 지향한 트랙의 예는 결혼뿐 아니라, 교육·문화·출산 등도 해당될 수 있다.

500볼트는 이미 14곳 정도의 기업을 제휴 방식으로 인수·합병했다. 이를 가리켜 김 대표는 ‘얼라이언스 인수합병’이라고 이름 지었다.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 규모를 확장하지만, 실제 사업의 운영은 제휴 형태를 유지하는 경영모델을 채택했다. 피인수 기업의 경영권과 고유 문화를 보장한다는 뜻이다.

사업의 취지나 당위성은 척박한 국내 스타트업 환경을 고려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각 카테고리 및 계열사 간의 사업 시너지를 기획하고 창출하면서, 피인수기업에 대한 경영과 투자 지원, 그리고 이들의 사업실적을 관리함으로써 일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고 하니 작은 기업들에겐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에 드는 자금은?”이란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기본 자금도 있지만, 1년 반 이상 준비해 오면서 시리즈 D까지 단계별로 여러 벤처캐피탈(VC)로부터의 투자유치 계획이 이미 세워져 있어요. 이 VC들에게 최고 수익률을 만들어줄 자신도 있고요. 하지만 자본 논리에 빠지는 VC들과는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500볼트는 모바일 서비스 기업부터, 온라인 및 오프라인 제조기업까지 대상으로 두고 이들과 지분맞교환 방식으로 인수·합병을 체결한다. 또 특정 사업부문의 기업가치 총합이 5천억원 수준에 이르면 해당 비즈니스 플랫폼이 자생력을 갖췄다고 판단하고 ‘미련 없이’ 엑시트(투자금회수)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과정은 향후 ‘도돌이표’처럼 반복된다.

특히 피인수 기업들이 회사에 언제 합류하느냐에 따라 추후 기업가치를 높이 평가받는 구조를 탈피, 특정 기간 동안 해당 기업이 거둔 수익에 따라 재평가를 거쳐 지분맞교환 작업을 다시 한다는 방침이다.

“마치 강남 땅 투기 하듯 먼저 인수됐다고 해서 기업 가치를 더 크게 책정해주는 구조는 문제가 있다고 봐요. 최초 똑같이 10억짜리 가치를 지닌 회사라면 같은 선에서 경쟁할 수 있는 공정한 룰을 만들어주는 게 맞다고 봅니다. 500볼트는 기준 시점을 정해 영업이익 기준으로 재평가해서 다시 지분맞교환을 진행합니다. 이를 보안하는 다른 모델도 있고요.”

김충범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문화처럼 창업주들이 새로운 회사를 만들고, 기업 가치를 높여 엑시트 하는 과정이 즐거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국내에서는 엑시트 하면 곧 ‘은퇴’가 되고 ‘먹튀’라는 인식이 강한데, 이는 한국 기업의 구조나 문화 특성이 너무 오너를 지치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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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엑시트 하고, 다시 이들이 열정을 갖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 500볼트보다 더 발전된 모델의 벤처연합까지도 꾸리는 일이 가능해지기를 김 대표는 소망하고 있다.

“현재 600억원으로 평가되는 기업 가치를 1년 내에 5천억까지 달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올해는 연내에 50개의 얼라이언스를 완성해 빠르게 IPO까지 갈 계획도 세웠고요. 500볼트는 마케팅과 회계지원, 투자유치와 실제 사업 실행 전반 까지 지원해주는 벤처연합입니다. 온·오프라인·모바일 모든 경계를 넘나드는, 또 서비스업과 제조업, B2C와 B2B 등 경계를 넘어선 진정한 의미의 O2O 연합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