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MS-노키아 기업결합 ‘조건부’ 동의

동의의결 절차 착수…”해외사례 참고”

일반입력 :2015/02/05 12:00    수정: 2015/02/05 13:17

이재운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노키아의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뜻하는 동의의결 절차 착수 결정을 내렸다. ‘특허괴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MS의 계획안을 받아 들인 것이다. 다만 최종 승인은 아직 내리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일 오후 전원회의를 열고 MS와 노키아간 기업결합에 대해 동의의결 절차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MS는 지난 2013년 하반기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부 인수를 발표한 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경쟁감찰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공정거래 규제 당국의 승인을 요청해왔다.

국내의 경우 MS는 공정위에 지난해 8월 27일 동의의결을 신청했고, 공정위는 약 1개월 뒤인 9월 16일 1차로 전원회의를 소집해 동의의결 여부를 심사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당시 사안이 복잡한데다 MS도 자진시정 방안을 수정, 보완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심의속개를 결정했다.

MS, 특허괴물 우려에 자진시정안 제출

MS와 노키아의 결합 승인 시 가장 우려되는 점은 MS가 모바일 시장에서 특허 분야의 ‘괴물’이 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었다. MS는 모바일 운영체제(OS)를 비롯해 해당 분야에서 표준특허(SEP)는 물론 ‘사실상의 표준특허(de facto SEP)’ 등 상당 양의 핵심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소프트웨어는 물론 단말기 제조까지 모든 부분을 아우르는 수직형 기업결합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됐다.

이 경우 삼성전자나 LG전자, 팬택 등 국내 모바일 기기 제조사는 물론 HTC나 화웨이 등 다른 제조사와 맺었던 특허사용료 계약에 대해 수정을 요구하거나 파기한 뒤 소송전에 돌입하는 등의 우려가 제기되면서 MS가 먼저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절차를 밟아온 것이다.

공정위는 1차 전원회의 이후 MS가 자진시정방안 수정, 보완과 관련해 ▲시정조치의 적용범위와 관련해 상품시장과 지리적 시장의 범위 등의 확정 ▲MS와 스마트폰 제조사 간 맺은 사업제휴 계약의 수정의 쟁점 사항 등에 대한 의견 차이를 좁히는데 시일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최종 결정사항을 살펴보면 우선 MS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대한 특허 라이선스 부여 시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조건(FRAND) 준수, 판매금지청구소송 금지, 향후 7년 간 현행 특허료 수준 초과 금지 등을 약속했다.

또 MS가 직접 단말기를 제조하게 되면서 경쟁사간 경영 상의 핵심정보를 공유해야 하는 상황으로 인해 시장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사업제휴 계약에서 정보공유 근거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해외서도 유사사례에 조건부 승인...노키아도 심의 예정

공정위는 이 같은 사항에 대해 해당 기업이 속한 IT·전자시장이 기술발전 속도가 빠른 혁신시장이라는 점과 MS의 자발적인 시정으로 경쟁제한 우려 요소를 실효성 있게 해소할 수 있다는 점, 미국이나 중국, 대만 등 해외 경쟁당국도 유사한 사안에 대해 동의의결 절차를 적용한 점을 바탕으로 이를 수용했다고 설명했다.해외의 경우 미국 FTC는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당시 FRAND(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ion) 조건 준수와 모토로라가 보유한 표준특허권의 당국 허락 없는 판매 금지 등을 조건으로 승인한 바 있으며, 중국과 대만은 MS와 노키아 건에 대해 역시 유사한 조건을 걸어 승인했다.

관련기사

다만 동의의결 절차 개시에 대해서만 결정된 것으로, 최종 승인까지는 잠정안 마련을 통해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을 거쳐 다시 심의와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휴대전화 사업부 매각 이후 네트워크 장비와 특허권 라이선싱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노키아 법인에 대해서는 동의의결 절차를 신청하지 않은 만큼 통상적인 위원회 심의절차에 따라 심사할 예정이라고 공정위 관계자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