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이어오던 미국 가전양판점 라디오쉑(RadioShack)이 파산 절차에 돌입하면서 국내 전자제품 유통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유통 업계는 국내 시장은 환경이 달라 미국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100년을 못 채우고 사라진 美 라디오쉑
지난 2일(현지시간) 포브스 등 주요 외신들은 1921년에 설립된 라디오쉑이 이달 안으로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서(챕터11)를 제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400여개에 이르는 매장 중 200여개를 매각하고 나머지를 폐쇄할 예정이며, 현재 미국 이동통신사인 스프린트와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온라인 유통업계 강자인 아마존과 중국계 유통업체인 샌파워 등이 컨소시엄이나 재인수 등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라디오쉑은 94년간 사업을 이어 온 ‘유서 깊은’ 전자제품 유통업체다. 초기 우편 판매를 시작으로 이후 미국 전역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대형 업체로 성장했지만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피하지는 못했다. 라디오쉑을 위기로 몰아간 아마존이 매장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는 것은 꽤나 아이러니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이기도 하다.
■국내 업계, 온·오프라인 모두 강화해 정면 돌파
국내 업계 사정은 어떨까? 국내의 대표적인 업체인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 프라이스킹(SYS리테일)은 이 같은 위기론에 대해 ‘우리는 다르다’라고 항변한다. 양 사 관계자는 “계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유통매장이 대개 시 외곽에 위치하고 있다. 자가용을 운전해 쇼핑에 나서는 미국 소비자들의 특성상 외곽에 넓은 면적의 매장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형태가 일반적인데, 전자제품 구매자들이 어느 순간부터 온라인을 통한 구매를 늘리면서 오프라인 매장 업체들이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하이마트나 전자랜드 매장은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배달이나 설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도 소비자가 운반의 부담을 갖지 않게 해주는 요인이다.
하이마트의 경우에는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는 전략을 잇따라 선보이며 새로운 동력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오프라인의 경우 롯데그룹 편입 이후 롯데마트 매장에 100% 입점하는 등 매장 확대를 충분히 달성한 만큼 온라인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그 동안 간헐적으로 실시해 온 큰 폭의 할인행사인 ‘대박 딜’을 상시 운영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공격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다. 또 온라인에서 물건을 주문한 뒤 집 근처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받아 볼 수 있는 옴니채널 전략도 20여개 지점에서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고객 반응을 토대로 점차 보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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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랜드는 삼성전자 디지털플라자 대표였던 옥치국 대표를 영입하며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온라인 강화는 물론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수도권 매장 확대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임대 상가만 있던 용산에 새로 직영매장인 파워센터 매장을 개설했고, 이에 앞서 명동에 외국인 관광객 대상 면세 매장인 ‘전자랜드 쿡앤킹’을 열기도 했다.
이달미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환경은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매장 접근성이 좋아 양상이 다르다”며 오프라인에서 소비자와 가격을 협상(흥정)하는 과정이 있는 점, 현재 고가인 UHD TV 가격이 점차 하락하면서 구매가 증가할 요인이 있는 점 등 호재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