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모바일용 반도체 기업인 퀄컴의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다. 스냅드래곤810 발열 논란이 아니다. 실적 탓이다.
28일(현지시간) 퀄컴은 회계연도 2015년 1분기(2014년 10~12월) 실적을 발표한 자리에서 연간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주당 조정 순익 전망치는 5.05~5.35달러에서 4.75~5.05달러로, 매출액은 당초 268억~288억달러에서 260억~280억달러로 낮췄다. 새로 제시한 수정액과 종전 전망치의 차이는 크지 않지만 하향 배경에 대한 설명이 더욱 우려를 키웠다.
몰렌코프 CEO는 실적 전망치 수정에 대해 “우리의 대형 고객이 차기 주력제품에 스냅드래곤810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실적 하향에는 중국 내 경쟁상황 심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몰렌코프 CEO의 발언은 퀄컴이 이제 더 이상 스마트폰 프로세서 시장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퀄컴이 매출액 기준 50% 점유율에 달하는 과점 사업자였다면 앞으로는 스마트폰용 프로세서 시장이 경쟁관계로 전환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앞서 몰렌코프 CEO가 언급한 대형 고객은 삼성전자로 추정된다. 자체 AP인 A시리즈를 탑재하던 애플이 새삼스럽게 스냅드래곤을 채택할리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애플은 시장 점유율 40%에 이르는 스마트폰 대형 거래선이다.
이어진 29일 삼성전자의 실적발표에서도 모바일용 시스템LSI 사업 확대에 대한 언급은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허석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상무는 “1분기 첨단공정인 14나노 핀펫을 안정화해 신제품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중장기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파운드리 거래선 다변화와 함께 모바일AP 경쟁력 강화를 중점적으로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시스템LSI 전략 강화는 투자 확대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명진 삼성전자 IR 전무는 “14나노 핀펫 공정은 올해말 기준 30% 수준이 될 것”이라며 “17라인 페이즈2는 시스템LSI로 계획돼 있고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17라인은 삼성전자가 화성에 건설한 하이브리드 팹으로 1단계 투자는 D램으로 진행됐다. D램 투자가 상반기 완료될 것으로 보여 하반기 이후 페이즈2 투자 논의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14나노 핀펫의 양산으로 자신감을 얻은 삼성전자가 하반기에는 시스템LSI 투자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물론 삼성전자의 공정 투자는 자체 칩 개발 사업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삼성전자는 애플 등의 거래선 프로세서를 위탁 양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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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삼성전자가 개발하고 있는 공정기술은 파운드리를 넘어 자체 시스템LSI에도 적용된다. 공정기술은 전반적인 자체 SoC 경쟁력 향상으로도 이어진다. 설계는 별개이지만 앞선 공정에 설계 기술력까지 갖췄다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시스템LSI사업부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은 더 커진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올해 시스템LSI사업부가 프리미엄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선사업부 전략에도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움직임이 반영될 전망이다. 최근 블룸버그는 갤럭시S6에 들어갈 대부분의 물량을 시스템LSI에서 공급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