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핵심 전략은 '프리미엄'이다. 판매대수를 늘리는 것보다 고가폰에 주력해 마진을 끌어올리겠다는 뜻이다. G3나 G플렉스2 같은 제품이 이런 전략을 통해 나왔고 적자였던 사업이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3분기에는 영업이익율이 3.9%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 전략만으로 충분한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결과 애플은 오히려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벌리며 '프리미엄폰'의 아성과 입지를 더 강화하고 있다.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은 낮은 가격으로도 엇비슷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갤럭시를 앞세운 삼성전자 또한 LG로서는 상대하기 쉽잖은 적이다.
결국 관건은 소비자가 LG 브랜드의 프리미엄을 얼마나 인정하느냐다.
문제는 여러 시장 지표가 여기에 의문 부호를 달고 있다는 점이다. 보조금 경쟁이 위축돼 브랜드 정면 승부가 불가피해진 국내 시장에서 LG 점유율은 뚝 떨어졌다. 어차피 비싼 돈을 주고 사야 하는 프리미엄폰이라면 소비자는 아이폰과 갤럭시를 선택한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LG 점유율이 중국 업체들에게 추월당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말 LG 폰 사업을 맡게 된 조준호 사장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 실적(29일 발표)이 3분기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한 걸로 나올 경우 상황은 더 그렇다.■제품은 프리미엄일 수 있지만 브랜드는?
무엇보다 여러 시장 지표가 LG에 유리하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애플이 신제품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를 출시한 이후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15%였던 점유율을 33%로 늘리면서 기존 2위였던 LG전자를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시장조사업체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조사에서도 단통법 시행 이후 LG전자의 점유율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단통법 시행 이전인 지난해 8월 32.6%였던 LG 점유율은 지난해 12월 12.2%로 쪼그라들었다. 한자리대 점유율을 기록하던 애플이 11월과 12월에 각각 34.1%와 24.4%를 기록하면서 2위로 올라서고, 삼성전자가 55%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현상을 두고 보조금이라는 가격 정책을 무기로 쓸 수 있었던 이전과 달리 단통법 시행 이후 가격탄력성이 낮아진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브랜드 선호 현상이 더욱 공고해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때 19%까지 올랐던 팬택의 점유율이 워크아웃과 맞물려 단통법 이후 6.8%로 낮아진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한 제조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삼성전자나 애플 제품에 비해 저렴한 LG전자, 팬택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단통법 이후 가격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똑같이 비싼 돈을 주고 사야한다면 브랜드 파워가 높은 삼성이나 애플 제품을 선택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애플이 단통법 이후 가장 큰 수혜를 받은 것처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제조사들 입장에서는 기존에는 돈을 쓰는 만큼 제품을 많이 팔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는 시장이 됐다”면서 “시장이 인위적으로 통제되면서 제품들 간의 가격 차별화가 거의 없어진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제품은 앞으로도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 시리즈, 아이폰 정도가 될 것”라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이미 지난해 11월 벌어진 이른바 '아이폰6 대란' 상황에서도 확인됐다. 당시 이동통신사들은 법적 기준을 초과한 보조금을 갓 출시된 아이폰6에 집중시켰는데, 이에 대해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과)는 이동통신사들이 소위 '팔릴 만한 제품'이 아이폰6라고 생각해서 집중시킨 것 아니겠나라며 다른 제품들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이 국내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올해 LG전자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에게 추월당할 위기에 처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6%의 점유율로 4위까지 올라섰던 LG전자가 올해는 다시 5위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점유율은 6.1%로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삼성전자(26.6%)와 애플(16.4%)의 뒤를 이어 레노버(7.4%)와 화웨이(6.6%), 샤오미(6.5%)가 LG전자를 앞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스마트폰 가격↑ 이익률↓ 디커플링 왜?
대외적으로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물밑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보니 이익률 방어마저 어려운 게 현실이다. 통상 프리미엄 전략은 점유율 보다 이익률에 중점을 둔다는 의미지만 LG전자 휴대폰 사업 영업이익률은 애플이나 삼성전자와 비교해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사실은 프리미엄 제품에 합당한 가격으로 팔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LG전자는 지난해 전략 스마트폰 G3를 미국 시장 출시와 거의 동시에 가격을 크게 낮췄다. 지난해 7월 초 2년 약정 기준 199달러에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G3는 그 달 말부터 약정 기준 판매가를 99달러로 인하했다. 몇 달이 지난 현재는 2년 약정을 할 경우 기기값이 무료다. 반면 지난해 10월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4의 경우 현재까지도 통신사 약정 기준 299달러의 판매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LG전자가 엇비슷한 출고가를 가진 다른 경쟁 제품에 비해 더 많은 보조금을 스마트폰에 싣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LG전자의 스마트폰 평균판매단가(ASP)는 235달러로 229달러를 기록한 삼성전자를 넘어섰다. 그러나 삼성의 경우 프리미엄 폰부터 저가폰까지 라인업이 많고 한 때 세계 점유율이 30%를 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비교할 수 없다. 프리미엄폰으로만 승부하는 애플 ASP의 경우 600달러라는 점과 비교하는 게 더 낫다. 아직 중저가 제품으로 승부하는 샤오미와 화웨이, 레노버 등 주요 중국 업체의 ASP는 각각 173달러, 166달러, 86달러다.
LG의 영업이익률이 낮은 것 또한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프리미엄 전략으로 원가가 높지만 실제 판매가는 그다지 높지 않아 마진을 남길 여지가 많지 않다는 뜻이 된다. LG전자의 휴대폰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분기 2.4%를 기록하며 적자를 면한 이후 3분기 3.9%로 소폭 올랐지만 4분기 다시 1% 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중저가에 주력한 중국 제조사들의 영업이익률 평균치인 2.2%와 유사한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화웨이는 1.7%, 레노버는 0.9%, 샤오미는 4.4% 등의 이익률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3분기 영업이익률이 전년 동기(18.3%) 대비 크게 하락했음에도 7%대를 유지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률이 26.5%로 여전히 IT 업계 최고 수준이다.■새 사령탑 조준호 사장 위기 돌파 전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LG의 프리미엄 전략은 지금까지 유효했던 게 사실이다. 초기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전략적 판단 착오로 어려움을 겪다가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제품력을 끌어올려 적자를 흑자로 돌려놓았기 때문이다. G3와 G플렉스2 같은 제품이 이런 전략의 정점에 있다.
하지만 시장이 가면 갈수록 브랜드와 가격으로 철저하게 이중화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아이폰과 엇비슷한 브랜드 신뢰도를 얻기에는 시간이 걸리고, 중국 제품과 차이가 나는 프리미엄이기 때문에 돈을 더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에는 중국 제품의 품질이 급상승하고 있다는 뜻이다.
LG로서는 품질 제고 못지 않게 가격 정책과 제품 라인업 등을 다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LG전자가 새해 처음으로 선보인 전략 제품인 G플렉스2의 가격 정책에서도 이같은 고민이 묻어난다. LG전자는 지난 2013년 첫 커브드 스마트폰 G플렉스를 내놓으면서 100만원에서 100원이 빠진 99만9천900원의 초고가 정책을 썼지만 하드웨어 성능을 크게 끌어올린 후속작 G플렉스2의 가격은 80만원대로 10만원 가량 낮췄다. 해외 출시 가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독일 아마존에서 전작인 G플렉스(850유로) 보다 낮은 599유로(약 77만원)에 예약판매를 시작한 것에 비춰 기존보다 가격을 낮출 가능성이 크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주)LG 대표이사로 6년 간 재직하면서 LG그룹 전체의 경영 전략을 총괄해왔던 조준호 사장을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장에 새롭게 임명했다. 조 사장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LG전자 정보통신사업부문 전략담당과 북미사업부장을 역임하면서 초콜릿폰·샤인폰 등 피처폰 시절 LG 휴대폰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엔지니어 출신 박종석 사장이 G시리즈로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면 이제 스마트폰에서도 브랜드 마케팅의 성과를 내야하는 과제가 남았다.
LG전자는 구체적인 전략 제시를 오는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로 예정된 조준호 사장의 공식 데뷔 무대 이후로 미룬 상태다. 다만 당분간은 국내를 비롯해 북미, 남미, 유럽 등 LG전자 점유율이 높은 시장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위주 판매 전략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관계자는 LG전자 점유율이 높지 않은 중국 등 신흥 시장에서는 중저가 전략이 큰 의미가 없는 만큼 북미, 유럽, 남미 등 기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시장에서 주력 제품 위주의 판매 전략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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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뷰’시리즈에 이어 ‘G프로’를 단종시키고 주력 제품 라인업을 G시리즈, L·F 시리즈, G플렉스 시리즈 등으로 간소화하면서 선택과 집중에도 나선 상태다. 라인업을 줄이면 다품종 모델을 운영하는데서 오는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중요도가 커지고 있는 중저가 시장에서는 가격 보다는 차별화된 제품으로 승부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조성하 LG전자 MC사업본부 한국영업담당 부사장은 최근 G플렉스2 국내 출시 행사에서 “국내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과거 나왔던 하이엔드 모델의 가격이 떨어져서 팔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각 소비층에 맞는 콘셉트를 적용한 '아카'나 '와인스마트', 'G3 비트' 등 모델을 출시한 것처럼 단순히 원가경쟁력 측면이 아니라 소비자 세그먼트에 적합한 제품을 공급해서 차별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