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15개월이 지난 구형 스마트폰 ‘갤럭시노트3’가 애플 아이폰6를 제치고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동통신사들이 지원금 상한 규제가 풀리는 구형 제품에 보조금을 집중 투입하면서 벌어진 기현상이다.
전략폰 쏠림 현상에 더해 최신 스마트폰이 아닌 구형제품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9일 시장조사업체 애틀러스리서치가 집계한 12월 5주(12.25~12.31) 스마트폰 판매량 순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를 통해 출시된 갤럭시노트3의 주간 판매량은 1만8천여대로 2위를 차지했다. 전주보다 무려 순위가 21계단 상승하며 애플 아이폰6를 제쳤다.
1월 첫 주에는 잠정 집계 결과 갤럭시노트3가 갤럭시노트4를 제치고 판매량 1위로 올라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까지 갤럭시노트4는 8주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10위권 내 스마트폰이 모두 2014년 이후 출시된 신제품인 것과 비교하면 지난 2013년 9월 출시된 갤럭시노트3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채롭다.
이같은 판매량 급증은 지난해 연말 이동통신사들이 지난 24일부로 출시 15개월이 지난 갤럭시노트3에 대해 경쟁적으로 보조금 지원에 나선데 따른 현상이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출시 15개월이 지난 구형 스마트폰은 30만원으로 제한된 보조금 상한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지원금이 출고가와 비슷해 거의 공짜로 제품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갤럭시노트3가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불을 당긴 것은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24일 89.9요금제 기준 갤럭시노트3의 보조금을 기존 30만원에서 65만원으로 올렸다. 이어 SK텔레콤은 지난달 27일 갤럭시노트3의 보조금을 100요금제 기준으로 72만5천원으로 올렸고, KT는 아예 99요금제 기준 갤럭시노트3의 보조금을 출고가와 동일한 99만원으로 책정하면서 갤럭시노트3가 사실상 공짜폰이 됐다.
가격 인하 효과가 구형 제품에 집중되면서 수요가 몰리는 현상에 대해 업계에서는 단통법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만든 일종의 부작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고가요금제를 쓰면서도 공짜폰에 가까운 최신폰을 구입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15개월 이상 지난 구형폰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갤럭시노트3 열풍의 경우 시장에 풀려있는 재고물량이 소진되면 자연스럽게 사그러지겠지만 삼성전자 '갤럭시S5'를 비롯한 후속제품들 역시 15개월 제한이 풀릴 때마다 신제품을 제치고 인기를 얻는 추세가 앞으로도 일정 주기를 두고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단통법 시행 이후 구형제품에 대한 공짜폰 수준의 대규모 보조금 투입이 없지 않았음에도 유독 갤럭시노트3에만 폭발적인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 역시 단통법 시행 이후 가격탄력성이 낮아진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브랜드 선호 현상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소비자들의 '공짜폰' 수요는 사그러들지 않은 상태에서 10만원대 고가 요금제를 써도 아깝지 않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소비자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갤럭시노트3 품귀 현상이 빚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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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한 관계자는 출시 15개월이 도래한 구형 단말기가 한 두 개가 아니지만 갤럭시노트3에만 수요가 폭발적으로 몰리는 것은 이 제품이 단통법 시행 이후 등장한 유일한 '살만한 공짜폰'이기 때문이라면서 시장이 인위적으로 통제되면서 제품들 간의 가격 차별화가 거의 없어진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은 앞으로도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 시리즈, 아이폰 정도가 될 것라고 말했다.
한편, 단말기 유통법의 효과가 구형폰에만 집중된다는 지적이 일자 미래부는 갤럭시노트3의 지원금 인상이 본격화되기 전임을 감안하더라도 15개월 이상 지난 단말기의 판매량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단말기 유통법 시행 이후 G3 캣식스, 갤럭시 알파, 아카, G3 비트 등 최신폰에 대해서도 지원금이 상향되고 출고가가 인하돼 소비자들의 최신 단말기 구입 비용부담이 줄고 단말기 선택권이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자료를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