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컬러 사진을 공개하기까지 보름이나 지체했을까?
유럽항공우주국(ESA)이 지난 1일(이하 현지 시각) 혜성 탐사선 로제타가 보내온 67P/추류모프-제라시멘코(이하 67P) 컬러 사진을 공개해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 동안 67P에 착륙한 탐사로봇 필레(Philae)가 보내온 사진은 전부 흑백이었기 때문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공개된 사진은 혜성 탐사선 로제타가 지난 달 17일 찍은 것이다. 당시 로제타는 내비게이션 카메라인 ‘내브캠(NAVCAM)’을 이용해 67P 혜성 사진을 찍었다.
당연히 궁금증이 뒤따른다. ESA는 왜 찍은 지 보름이나 지난 뒤에야 컬러 사진을 공개한 것일까?
■ 로제타 일부 장비, 연구 결과 발표 엠바고 걸려 있어
애틀랜틱은 2일 ESA 과학자들이 67P 컬러 사진을 뒤늦게 공개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가장 큰 이유는 로제타 발사를 주도한 과학자들이 입수한 이미지 공개와 저명 학술지에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일 사이에서 곡예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탐사선 로제타에 탑재된 몇몇 장비들은 발견 결과를 공식 발표하는데 제한이 가해져 있다.
이번 탐사에서 발견한 결과를 저명 학술지에 발표할 때까지 공개를 미루도록 돼 있다는 것. 이런 점 때문에 경우에 따라선 발견 결과 공개까지 수 개월이 소요될 수도 있다고 애틀랜틱이 전했다.
애틀랜틱은 “이런 제약 조건은 과학자들이 발견 사실을 검증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과학 팬들은 그 기간 동안 아무런 새로운 소식도 접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유는 장비 문제다. 로제타가 지구로 보내온 사진은 대부분 내부에 탑재돼 있는 내비게이션 카메라인 ‘나브캠(NAVCAM)’으로 찍었다. 문제는 이 카메라는 흑백 사진만 찍을 수 있다는 점이다.
ESA가 이번에 공개한 컬러 사진은 로제타 호에 탑재돼 있는 오시리스(OSIRIS)로 찍은 것이다. 오시리스는 12개 필터가 있는 협각 카메라와 14개 필터가 있는 광각 카메라로 구성돼 있다.
덕분에 이 카메라는 사람 눈으로 식별할 수 없는 빛의 파장까지 포착할 수 있다.
■ 오시리스 카메라,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진짜 색상'도 촬영
오시리스는 푸른색, 녹색, 오렌지색 필터로 촬영한 이미지를 혼합해 진짜 색상을 재현해 내게 된다. 오시리스는 지난 2007년 화성 탐사 당시에 이미 생생한 컬러 사진을 보내온 적 있는 첨단 장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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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틱에 따르면 67P 같은 혜성은 육안으로 보면 석탄보다 더 검게 보인다. 따라서 설사 사람이 로제타 호를 타고 67P 혜성 근처를 지나가더라도 이번에 공개된 사진 같은 색상을 볼 수가 없다.
결국 로제타 탐사팀은 오시리스가 찍은 사진을 이용해 67P 혜성의 진짜 색상을 재현해 내는 데 상당한 시간을 소요했을 것이라고 애틀랜틱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