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무엇을 버렸고 무엇을 키우나

다가올 '이재용 시대' 삼성 사업 청사진

일반입력 :2014/12/03 18:04    수정: 2014/12/05 10:10

정현정 기자

‘포스트 이건희’ 체제를 대비하는 삼성그룹이 잇따른 사업구조 재편으로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실적이 부진한 그룹 내 비주력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개편 작업이 최근 속도를 내고 있다.

동시에 기존 핵심 사업에는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기업간거래(B2B)와 사물인터넷(IoT) 등 신성장 동력에 대해서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을 펼치며 과감한 투자로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 2일 미국 코닝에 광소재 사업을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광섬유와 광케이블 등을 생산하는 자회사 삼성광통신을 무선사업부 조직 내에 흡수하며 관련 사업을 영위했지만 이번 매각으로 생산시설과 인력이 모두 코닝으로 넘어가게 된다.

광소재 사업 매각 배경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광소재의 경우 다른 사업 분야와 연관성이 낮고 사업규모도 크지 않은 만큼 주력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매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팔고, 떼어내고, 합치고…' 비효율 걷어낸다

이미 삼성은 내부적으로 비주력 사업에 대한 정리 작업에 나선 상태다. 지난 10월에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사업의 해외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LED는 삼성전자가 지난 2010년부터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육성해 온 분야다.

또 다른 신수종 사업인 태양광 사업 비중도 축소되고 있다. 지난 5월 삼성정밀화학은 태양광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생산 합작사 지분을 파트너인 선에디슨에 매각하며 지분율을 크게 줄였다.

사장단 인사와 임원 인사 후속으로 내주 초 발표되는 조직개편을 통해 이같은 방향성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무선사업부 내 소프트웨어 총괄조직인 미디어솔루션센터(MSC)는 국내 조직 인력 대부분이 소비자가전(CE)과 부품 등 유관 사업부문으로 전환 배치 되면서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이번 조직개편에서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부를 자회사인 삼성메디슨으로 합병해 사업을 일원화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의료기기 분야 역시 지난 2010년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된 후 투자가 이어졌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그룹 차원에서도 비주력 사업에 대한 정리가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달 말 비핵심 계열사인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석유화학과 방위산업 관련 4개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사업 매각과 함께 유사한 계열사끼리 합병하거나 지분관계를 정리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 중이다. 합병을 추진했던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주주들의 반대로 잠정 무산됐지만 여전히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될성부른' 사업엔 과감한 인수합병

삼성은 기존 주력 사업과 함께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신규 사업에는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스마트홈(사물인터넷)과 기업간 거래(B2B) 등이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7일 미국 뉴욕에서 개최한 투자자 포럼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중심으로 한 시스템LSI 사업과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위주의 디스플레이 사업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하며 대내외에 성장 의지를 피력했다.

지난 5월에는 홍콩 투자자 포럼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 B2B 보안 솔루션 녹스(KNOX), 스마트홈 등에 대한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공격적인 M&A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핵심 소재 기술과 특허를 다수 보유한 독일 노발레드(Novaled)를 인수했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이스라엘의 동영상 스트리밍 스타트업 박시(Boxee)와 스마트TV용 애플리케이션 개발 업체 모블(MOVL) 등 스마트TV 소프트웨어 관련 스타트업을 잇달아 인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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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는 2억달러를 투자해 미국의 사물인터넷 플랫폼 업체 스마트싱스를 인수했으며 미국 공조 전문 유통 업체인 콰이어트사이드도 사들였다. 또 지난 9월에는 캐나다 모바일 클라우드 솔루션 회사인 프린터온을, 10월에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관련 소프트웨어 업체인 프록시멀데이터를 인수하기도 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그룹 내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는 동시에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에도 나서는 등 그룹 내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은 강화하고 있다면서 주력 사업에 집중하는 대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수순을 밟으면서 새로운 경영 체제를 만드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