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경쟁사 죽이려 아이팟에 DRM 추가"

아이팟 집단소송 시작…원고측, 첫날부터 거센 공세

10년 전 제기됐던 아이팟 소송이 마침내 시작됐다. 애플이 추가한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 기술이 소비자들의 권리를 침해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특히 이번 소송에선 3년 전 작고한 스티브 잡스가 핵심 증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플 아이팟 DRM 문제를 둘러싼 소송이 2일(현지 시각) 오클랜드 지역법원에서 시작됐다고 씨넷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 애플, 경쟁사 의식한 뒤 급하게 DRM 추가

첫날 소송에서 핵심 쟁점은 애플의 DRM 기술인 '페어플레이'였다. '페어플레이'는 아이팟 이용자들이 아이튠스에서 구매하거나 합법적인 CD에서 내려받은 음악만 재생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애플 특유의 DRM 기술이다.

씨넷에 따르면 원고를 대표한 보니 스위니 변호사는 이날 “애플은 경쟁사들이 아이팟에서 음악을 재생하는 법을 알아냈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에 소프트웨어에 변화를 줬다”고 주장했다. 애플이 시장 점유율 잠식을 우려해 DRM 정책을 강화했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에 대해 애플 측을 대표한 윌리엄 아이작슨 변호사는 “중간에 생소한 것을 끼워넣게 되면 소비자 경험과 제품 전체의 품질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애플이 경쟁사들을 의식해 중간에 제품 정책을 바꾸는 건 있을 수 없다는 의미다.

원고들이 제기한 아이팟 가격 인상 부분 역시 말도 안 된다고 맞섰다. 아이작슨 변호사는 “아이팟 가격이 오른 것은 스토리지 용량이 늘어난 때문”이라면서 경쟁사 압살을 통한 가격 인상이란 주장을 반박했다.

이번 소송은 소비자 800만 명을 대표한 집단 소송이다. 원고 측은 이날 열린 첫 공판에서 애플 측이 불필요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아이팟 가격을 높게 책정했다고 공격했다.

또 다른 관심사는 스티브 잡스가 애플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하던 시절 임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이다. 잡스는 지난 2003년 애플 임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뮤직매치의 음원이 아이팟에서 재생될 수 없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집단 소송을 제기한 측에선 잡스의 이 이메일이 경쟁사에 부당한 피해를 입히려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 800만 명 집단 소송…잡스 영상도 증거 자료로 채택

이번 소송 원고들은 총 3억5천만 달러 배상금을 요구하고 있다. 승소할 경우 2006년 9월 12일부터 2009년 3월 31일까지 아이팟을 구매한 800만 명에게 배상금을 주게 된다.

9일 동안 계속될 이번 소송에는 필 쉴러 애플 마케팅 부문 부사장과 아이튠스 부문을 이끌고 있는 에디 큐 부사장도 증언대에 오를 예정이다. 또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가 생전에 녹화된 영상도 증거 자료로 채택됐다.

이번 소송이 처음 제기된 것은 지난 2005년이었다. 당시엔 애플이 아이팟 이용자들에게 아이튠스에서 구매한 음악만 재생하도록 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당시 법원은 이 부분은 합법이라고 판단했다.

그러자 원고들은 쟁점을 바꿔서 애플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경쟁 서비스를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애플이 DRM 기술인 페어플레이를 경쟁사들에게 라이선스하기를 거부하면서 아이튠스 접속을 막은 부분이 핵심 쟁점이다.

따라서 원고 측은 소송 과정에서 애플의 이 같은 정책이 독점금지법 위반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