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왜 구글을 견제하는가

전문가 칼럼입력 :2014/11/26 15:53    수정: 2014/11/26 17:22

조중혁
조중혁

유럽연합 입법 기관인 유럽 의회가 유럽에서 시장 점유율 90%에 달하는 구글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검색 서비스와 다른 서비스를 분리하도록 요구하는 법안을 상정 중이다. 유럽연합 의회 동의안 초안에 ‘구글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구글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법으로 시장은 평가하고 있다. 유럽 회의의 양대 정파인 유럽국민당그룹(EPP)과 사회당그룹(PES) 모두 찬성하고 있어 통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표면적으로는 구글이 검색 시장에서 얻은 독점적 지배력을 다른 사업까지 확장 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지만 그 동안 미국과 유럽 사이에 있었던 일을 돌이켜 보면 단지 검색 시장의 시장 지배력이 강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법안을 만드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스노든이 폭로하고 비즈니스인사이더가 기사화 내용을 보면 구글은 미 정보 기관이 감시할 수 있는 별도 방법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이디, 이메일, 계정을 만든 날짜와 시간, 최근 2~3일간 로그인 내용, 이용자 휴대폰번호, 연락처 정보, 친구 목록, 동영상과 사진,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메시지, 접속한 컴퓨터 위치 정보 등 상세한 정보를 구글로부터 제공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글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을 비롯한 미국 대형 인터넷 회사들이 미 정부에게 정보를 제공했지만 구글은 특히 미국 정부와 친밀도가 높다. 다른 대형 인터넷 업체와 다르게 구글은 공식적으로 정부를 위한 인터넷 서비스 사업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 정부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해 효율성을 증진시키는 일은 물론이고, 국제적으로 가장 민감 할 수 있는 군사 분야에도 미 정부와 발을 맞추며 일을 하고 있다. 미 해군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분석해 정보를 공유하거나 전세계 해상 보안에 관련 된 정보를 모아 군사 작전에 활용 할 수 있게 도와 준다. 국제 사회는 이런 과정에서 구글이 확보한 정보를 미 정부 기관에 전달 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구글이 미 정부에 정보를 많이 주고 있다는 것은 그들의 공식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 할 수 있다. 구글은 2009년 이후 투명성 보고서(transparency report)를 발표하고 있다. 2014 년 3월에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그 동안 각국 정부가 구글에게 알려 달라고 요구한 정보가 120% 증가 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당연히 가장 많이 정보를 요구한 나라는 미국이었다. 미국은 연예인과 정치인에 대한 정보부터 적대국에 대한 정보까지 다양하게 요청했다. 심지어 바티칸에 대한 정보까지 알려 달라고 요청해 국제적인 문제가 된 적이 있다.

구글은 미국 기업이었지만 유럽에서 시장 점유율 90%로, 미국 시장 66% 보다도 높을 정도로 유난히 유럽에서 강하다. 구글이 유럽에서 독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자 유럽은 오래 전부터 구글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6개국 정보보호기관들은 2013년 4 월 구글의 통합 프라이버시 정책이 유럽연합 기준에 어긋난다고 판단해 변경을 지시했으며, 스페인 정보보호당국은 2013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유로 벌금 90만유로를 부과했다.

프랑스도 이용자의 정보가 어떻게 수집, 활용되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벌금 15만유로를 부과하기도 했다. 프랑스 아르노 몽트부르 프랑스 경제장관은 "유럽이 세계 거대 IT기업들의 디지털 식민지가 될 위험에 처해 있다” 며 “구글은 프랑스 광대역 업그레이드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럽은 미국, 중국과 함께 세계를 이끌어 가는 거대 공동체지만 두각을 나타내는 인터넷 업체가 유난히도 드물다는 특징이 있다. 전 세계 사이트 통계를 보여 주는 알렉사 (Alexa.com) 기준으로 상위 50 위 사이트를 분석해 보면 미국 기업이 가장 많이 보이지만, 중국이 12개 사이트 (Baidu.com, Taobao.com , qq.com 등)로 뒤를 잇고 있다. 러시아도 4 개 사이트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 사이트는 찾아 보기 힘들며 구글의 의존도를 증명하듯이 Google.de / Google.co.uk / Google.fr 만 찾을 수 있다 . 구글이 전 세계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지만 유독 유럽에서 자주 구글을 견제하는 뉴스가 나오는 이유는 그만큼 경쟁력 있는 자국 기업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거대 단일 경제권이며,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선진국이 즐비하게 포진해 있는 유럽에서 주목 할 만한 인터넷 업체를 찾기 어려운 이유가 무엇일까?

주목 할 점은, 유럽 주요 국가들이 유로화를 사용하는 단일 경제권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같은 화폐를 사용하는 단일 경제권이지만 각 나라별로 경제 상황이 크게 차이 난다는 점이 인터넷 기업의 발전을 가로 막는 이유로 보인다. 독일과 네덜란드는 흑자 규모가 큰데 비해, 스페인과 그리스는 수입 의존형 경제 구조로 적자 국가이다.

독일은 세계 4위 경제 강국이지만, 라트비아는 95위로 국민 소득이 낮다. 국가가 자국 경제를 건전하게 운영하기 위한 대표적인 수단은 화폐 발권 기능과 기준 금리 결정 권한을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유로존은 이 모든 것을 유럽중앙은행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자국 기업을 키우기 위한 자금 지원과 정책적 지원 등에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인터넷 산업은 생태계가 형성 되기 전까지 수익을 만들어 내기 어려워 일정 부분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 부분이 효율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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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금은 전 세계가 저금리를 정책을 유지 하고 있는데 이는 유럽도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들이 저금리를 통해 미래 산업에 대한 자국 기업 경쟁력 강화에 힘 쓰고 있는데 비해 유럽은 부동산 투기 같은 비 생산적 분야로 자금이 많이 흘러가고 있다. 단일 경제권이지만 나라별로 다른 정책과 경제 상활을 이용 해 손 쉽게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리스크가 큰 산업에 굳이 투자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벤처 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언어가 지나치게 많은 것도 유럽에서 인터넷 사업이 발전 할 수 없는 장벽이 되고 있다. 유럽 연합의 공식 언어가 24개나 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지나치게 다양한 언어는 검색으로 대표되는 포털 사이트의 발전을 가로 막고 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종혁 IT컬럼니스트

문화체육부 선정 '올해의 우수 도서'로 선정 된 ‘인터넷 진화와 뇌의 종말' 저자이다. 96년 국내 최초 인터넷 전문지였던 '월간 인터넷' 기고로 글쓰기를시작하였다. 02년 '서울시청 포털' 메인 기획자로 일을 했다. '서울시청 포탈'은 UN에서 전자정부 세계 1위로 대상을 수상해 우리나라 전자정부의 기틀이 되었다. 미래부 '월드IT쇼' 초청 연사, 콘텐츠진흥원 심사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이동 통신사 근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