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4억달러 규모인 오라클의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인수 작업이 유럽에서 암초를 만났다. 유럽연합(EU) 반독점규제 당국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데이터베이스(DB)였다. EU는 오라클이 썬의 마이SQL을 인수할 경우 DB 시장을 독점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오픈소스인 마이SQL을 없애고 오라클DB 고객으로 흡수할 것이란 우려도 강했다. 이에 오라클은 EU에 마이SQL을 최소 5년 동안 독립적 존재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하고서야 EU의 허가를 받았다.
내년 1월로 오라클에서 약속한 시한이 끝난다. 외부의 예상대로 오라클이 마이SQL을 없앨 것이냐에 시선이 강하게 쏠리는 시점이다. 2010년 이래 마이SQL을 사랑했던 개발자들과 사용자들은 오라클을 맹비난했다. 마이SQL을 폐기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잊혀질만 하면 나돌았다.
약속한 시점을 앞두고 오라클은 외면적으로 마이SQL 투자를 중단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표적인 마이SQL 클론 ‘페르코나(Percona)’가 오라클의 마이SQL 에 우호적인 발언을 해 주목된다.
페테르 자이체프 페르코나 최고경영자(CEO)는 이달초 미국 지디넷과 인터뷰에서 마이SQL 오픈소스 DB는 지난 수년간 감소하기는 커녕, 오라클의 책임 하에서 확실히 개선됐다고 밝혔다. 이는 오라클의 경쟁사이자 저격수였던 회사가 내놓은 의견이어서 특별하다.
페르코나는 전직 마이SQL 스탭이 2006년 창업한 회사로, 가장 오랜 시간동안 마이SQL 클론을 제공해왔다. 오라클의 마이SQL 유료기술지원 사업을 위협하는 경쟁사 중 하나이며, 줄곧 오라클을 비난하는 입장이었다.
DB엔진의 순위에 의하면, 마이SQL은 오라클DB에 이은 세계 2위 DBMS다. 그리고 세계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오픈소스 웹 개발스택 'LAMP(리눅스-아파치HTTP서버-마이SQL, PHP)'의 핵심 요소다. 1위인 오라클DB쪽으로 마이SQL 사용자층을 흡수하면 오라클은 난공불락의 DB 독점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이점이 오라클의 음흉한 의도라고 외부인사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마이SQL이 오라클의 소유로 바뀐 뒤 마이SQL에 대한 오라클의 태도는 주된 비판거리였다.
마이SQL의 민감성 버그를 수정하기까지 오라클의 반응이 더 느려져 보안 위협을 초래한다는 게 대표적이다. 취약점과 민감성 패치 업데이트에 대한 정보도 커뮤니티에 거의 공유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었다. 마이SQL의 가치를 오라클에서 의도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자이체프 CEO는 오라클이 마이SQL을 죽일 것이란 공포와 불확실성이 항상 있어왔기에 지금 마이SQL 커뮤니티는 매우 흥미로워 하고 있다며 약 5년 동안 주시해온 결과, 오라클은 많은 엔지니어링 리소스를 마이SQL에 투입했고, 오라클 덕에 마이SQL이 그전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고 내 견해를 수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마이SQL은 현대 애플리케이션에 더 잘 맞게 만들어졌다며 그전의 마이SQL은 모든 것이 되려고 했고, 솔직히 수 많은 품질 이슈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썬을 인수한 후 오라클은 마이SQL 개발인력을 2배 늘렸으며, 품질관리(QA)팀도 3배 늘렸다. 한국오라클의 마이SQL 세일즈담당인 장민환 상무는 “경쟁사 대비 최소 5배 이상의 개발 인력을 투입했으며, 이를 통해 매년 3-4회 새 버전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자이체프는 현대 애플리케이션에서 사용자들의 요구사항과 오라클 주도의 마이SQL 개발이 적절한 짝을 이루고 있다는데 높은 점수를 줬다. 그는 “사용자들은 쉬운 관리, 매우 빠른 쿼리 처리를 위한 오픈스택과 통합, 멀티 코어에서 확장 등을 필요로 하는데, 이는 오라클의 인도 하에 지난 수년간 마이SQL에서 초점을 맞췄던 것”이라고 말했다.
자이체프는 지난 수년동안 오라클에 대해 취해왔던 자신의 입장이 회사를 위한 행동이었다고 시인했다. 그는 나는 마이SQL에서 일했고, 오라클은 최대의 적이었으며, 주요 DB인 오라클을 대체하려 했던 회사를 위한 메시지였다”며 “현 시점에서 일어나는 일은 우리가 우리의 적과 결혼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은 '오라클은 나쁜 존재고, 적이다. 오라클은 마이SQL을 죽이고, 경쟁을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는 매우 결함있는 생각이다. 오라클은 바보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라클이 만약 오픈소스 관계형DB를 리드하고 싶다면, 포스트그레SQL이나 다른 것보다 마이SQL이 훨씬 나은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의견은 더 이상 마이SQL의 존폐 여부와 오라클의 숨은 의도에 힘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과거 히피문화 같은 소수 집단에서 오픈소스SW가 사랑받았다면, 이제 오픈소스SW는 광범위하게 쓰이는 주류 기술이 됐다.
이제 누가 오픈소스 개발을 주도하느냐보다 얼마나 쓸 만한 기술이냐가 핵심인 것이다. SW 벤더의 상용 라이선스에 대한 종속 탈피도 오픈소스에서 더는 중요한 이슈라 하기 어렵다.
자이체프는 클라우드에서 우리는 또 다른 벤더 종속이 있다는 걸 볼 수 있다”며 “예를 들어 당신이 마이SQL을 아마존 클라우드에서 돌린다면, 그들의 API 때문에 사실상 모든 부분에서 아마존이란 벤더에 종속된다고 지적했다.
장민환 상무는 여러 마이SQL 클론 회사들이 마이SQL과 오라클을 깎아내리려 과도한 마케팅을 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마이SQL은 스케일아웃 구조에 강점을 가진 DB로 특정분야에서 오라클DB의 부족한 기능에 강하다”며 “오라클DB 사용자의 70%가 마이SQL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리아DB가 한동안 마이SQL과 100% 호환된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마리아DB 10버전부터 GTID 사용방식이 달라지는 등 별개의 DB로 가고 있다”며 “구글이 마리아DB로 교체한다는 내용도 결국 구글, 페이스북 등이 만드는 웹스케일SQL이란 오픈소스 RDB가 마이SQL을 모태로 하게 되면서 마리아DB 개발사의 마케팅으로 판명됐다”고 지적했다.
라이선스 정책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썬 시절부터 GPL 라이선스 기반의 무료 커뮤니티 버전과, 유상지원을 포함한 상용 라이선스 버전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물론 가장 낮은 등급인 스탠더드 라이선스가 서버당 2천달러로, 이전의 600달러대 기술지원 등급이 사라지긴 했다.
그는 “GPL은 일부에만 사용해도 전체 애플리케이션과 시스템의 소스코드까지 함께 공개해야 한다”며 “때문에 지적재산권 보호 측면에서 오라클 라이선스를 선호하는 기업도 많다”고 설명했다.
오라클의 상용 마이SQL 라이선스는 스탠더드, 엔터프라이즈, 클러스터 등 3단계로, 프리미어 서포트를 기본으로 받을 수 있으며, 소스코드 공개의무가 없다. 엔터프라이즈 이상의 등급은 백업, 모니터링, 고가용성(HA) 등의 추가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썬 시절부터 독특했던 컨설턴트 지원도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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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3년 기준 총소유비용(TCO) 측면에서 MS나 사이베이스보다 마이SQL 상용라이선스는 여전히 90% 이상의 비용절감효과를 보인다”며 “다른 오라클 솔루션과 인증이 상당히 많이 진행됐는데, 최근 오라클 엔터프라이즈 매니저 12c 인증을 받아. 오라클DB와 마이SQL을 하나의 환경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의 사용자그룹에 대한 지원과 관리는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오라클 전문엔지니어가 참여하는 ‘한국MySQL사용자그룹’이란 페이스북 그룹페이지가 올해부터 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