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저가형 태블릿 ‘화이트박스’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게 됐다. 시장 확대에 주요 축이었던 인텔의 저가+보조금 정책에 변화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의 모바일 프로세서 사업 확대 노력에 따라 큰 수혜를 입었던 중국산 화이트박스 제품의 기세가 주춤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화이트박스는 중국 중소 제조사들이 별도의 상표 없이 각종 부품을 공급 받아 조립해 출시하는 형태의 제품으로, 최소 500대에서 많게는 수 천 대 정도의 주문을 받아 생산에 돌입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아무런 상표도 없이 조립됐다고 해서 이 같은 명칭이 붙었다.
■인텔 덕에 인기 끈 中 화이트박스
‘짝퉁’, ‘엉성함’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화이트박스는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화이트박스 제품은 3분기 동안 1천650만대를 출하, 이 기간 세계 태블릿 시장의 29.9%를 차지해 애플(1천230만대, 22.3%), 삼성전자(970만대, 17.6%)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이런 인기에는 낮은 가격에 비교적 높은 성능을 내는데 이유가 있다. 여기에는 인텔 아톰 프로세서의 역할이 크다. 인텔은 PC용 프로세서 기술을 바탕으로 고성능을 제공하는 모바일 프로세서를 선보였다. 하지만 전력소모량이 높아 퀄컴과 미디어텍 등에 밀려 스마트폰 시장은 물론 태블릿 시장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인텔이 꺼내든 것은 ‘파격적인 저가 정책’과 ‘공격적인 보조금 정책’이다. 인텔은 경쟁사보다 1/2~1/3 수준 가격으로 칩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공동 마케팅 형태로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화이트박스 업계의 성장에 크게 일조했다.
■'손해 보는 장사'를 '너무' 잘 해...보조금 폐지할 듯
문제는 이러한 전략이 지나치게 흥행한 나머지 ‘실적 악화’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미 인텔은 화이트박스 시장에 대한 영업목표를 초과 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지난 3분기 인텔의 모바일 사업부 매출은 고작 100만달러에 그쳤고, 10억달러의 영업손실까지 더해지며 체면을 구겼다. 전년 동기 매출이 3억5천300만달러였던 점과 비교하면 더욱 초라하다. ‘손해 보는 장사’를 ‘너무 잘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인텔은 화이트박스 시장에 대한 전략 수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IT 전문매체 폰아레나는 16일(현지시간) 인텔이 저가형 안드로이드 태블릿 시장에 지급하던 보조금을 점차 축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스테이시 라스곤 번스타인리서치 연구원에 따르면 인텔이 200달러 미만 저가형 안드로이드 태블릿 제조사에 제공하던 보조금은 1대 당 51달러에 이른다. 조제프 무어 모건스탠리 연구원에 따르면 이러한 보조금의 영향으로 인텔은 지난해 3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고 올해는 그 손실폭이 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인텔이 내년 70억달러의 손실을 끝으로 이 같은 보조금 정책을 종료하고 대안을 적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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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 다른 형태의 정책을 실시할 경우 방향에 따라서 중국 화이트박스 제조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우선 지금과 같은 10만원대 가격의 제품 생산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다른 제조사 프로세서를 사용할 경우 최적화 등의 문제로 인해 현재 ARM 코어 기반의 다른 대형 제조사 제품 보다 뒤처지는 성능을 보일 확률이 높기 떄문이다.
폰아레나는 “소비자에게 있어서 보조금 제도의 종료는 수 년 내에 저가형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가격이 더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며 대신 “인텔은 모바일 칩 사업부의 적자 행진을 멈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