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中, 100페타플롭스 슈퍼컴 각축전

일반입력 :2014/11/17 10:21    수정: 2014/11/17 11:04

미국이 중국과 일본에 이어 100페타플롭스(PFLOPS)를 웃도는 속도의 슈퍼컴퓨터(이하 '슈퍼컴') 개발을 추진한다. IBM '오픈파워' 아키텍처를 품고 초당 10경(京)회 이상의 부동소수점 연산 수행이 가능한 시스템 2종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미국 지디넷은 지난 14일 미국 에너지부가 3억2천500만달러(약 3천578억원)를 투자해 오는 2017년까지 IBM, 엔비디아, 멜라녹스와 공동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을 만든다고 보도했다.

IT업체 3곳이 정부 후원을 통해 개발 중인 슈퍼컴은 2가지인데 각각 '시에라'와 '서밋'이라 불린다. IBM 오픈파워 아키텍처를 채택한 프로세서와 엔비디아의 '볼타' 그래픽 칩과 멜라녹스의 고속 네트워킹 기술을 품었다.

보도에 따르면 시에라(Sierra)와 서밋(Summit)은 초당 17페타바이트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게 되는데 이는 페이스북 사진 1천억장 이상을 1초만에 옮기는 것과 맞먹는 연산 성능이다.

이 가운데 서밋은 150~300PFLOPS에 달하는 최대 처리 성능에 도달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서밋이 지향하는 주 사용처는 테네시 주의 오크리지국립연구소와 같은 민간 또는 과학 연구다.

시에라가 목표하는 최대 처리 성능은 100PFLOPS를 웃도는 수준이다. 캘리포니아주의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에서 핵무기 시뮬레이션과 같은 군용 연구에 활용하는 게 주된 개발 목적이다.

이들이 목표 성능에 도달시 현존 슈퍼컴들을 압도하게 된다. 오크리지연구소의 '타이탄(Titan)'이 미국 세계 기록인 27페타플롭스를 최대 성능으로 보유했고, 세계 최고인 중국의 '톈허2(Tianhe-2)'가 55페타플롭스에 근접한 수치를 보여 준다.

미국에 앞서 중국과 일본 정부도 몇년 안에 100PFLOPS 이상의 처리 속도를 내는 슈퍼컴 개발 계획을 세우고 투자를 진행해 왔다. (☞관련기사)

중국은 지난 2012년에 인텔 프로세서 제온, 엔비디아 GPU 테슬라, 중국 자체 개발 MIPS 프로세서 '갓슨3B'를 탑재한 톈허2 성능을 끌어올려 내년까지 100PFLOPS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성공할 경우 100PFLOPS 수치에 대한 세계 최초 타이틀은 중국 몫이 된다.

일본도 고베 지역의 이화학연구소(RIKEN)와 후지쯔의 협력 프로젝트 '플래그십2020'을 추진 중이라고 올해 밝혔다. 오는 2020년까지 기존 슈퍼컴 'K컴퓨터'와 이를 상업용으로 만든 '프라임HPC FX10'의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포스트 FX10 시스템'을 만든다는 내용이다. 여기엔 스팍64-XIfx 프로세서가 탑재된다.

미국 정부가 중국과 일본에 앞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 개발에 성공한다면 그에 활용된 고성능컴퓨팅(HPC) 기술을 제공한 업체들의 역량도 재조명받을 수 있게 된다. 특히 x86 프로세서 기반 서버 조직을 매각한 뒤 자체 프로세서 '파워'의 개방형 아키텍처 생태계를 짜기 위해 노력해 온 IBM이 최대 수혜주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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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은 이들 시스템에 자사 '데이터 중심' 접근법이라는 노하우를 녹여낼 계획이라고 공언했다. 이는 데이터가 널려 있는 도처에 그걸 처리할 컴퓨팅 파워를 함께 놓아둠으로써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불필요하게 위치를 바꾸는 데이터량을 최소화해 성능 효율을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톰 로사밀리아 IBM 시스템 및 테크놀로지 그룹 수석부사장은 전통적인 슈퍼컴퓨팅 접근법은 더 이상 폭증하는 데이터 규모에 알맞지 않다며 IBM의 '데이터 중심' 접근이라는 새로운 컴퓨팅 패러다임은 데이터 증가율에 대응 가능한 개방형 컴퓨팅 플랫폼의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