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트럭에 버스까지...무인차 현실로

일반입력 :2014/11/04 08:27    수정: 2014/11/04 08:29

손경호 기자

트럭 운전자가 아이패드를 보면서 고속도로를 주행하고, 자동차 운전자가 시내와 도심외곽을 가로질러 운전하면서 뒷자석에 앉은 사람과 대화를 나눈다. 버튼만 누르면 자동차가 알아서 빈 공간을 찾아내 자동주차한다.

사람이 전혀 필요없는 100% 무인자동차 시대가 오기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걸리겠지만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자율주행에 필요한 기반 기술들은 실제 고급 자동차에 적용될 정도로 무르 익었다. 차 간 간격을 파악하고, 중앙선을 넘지 않도록 수시로 확인하면서 자동차들 간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수 있는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고속도로 주행 환경에서 자율주행 버튼만 누르면 운전대에서 손을 떼도 되는 기술이 실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무인 자동차 '유레카(EuroCar)' 연구개발 작업을 진행중인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심현철 부교수는 이미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벤츠S 클래스, 닛산 인피니티Q50S 등이 국내에서도 판매 중이라며 운전석에 사람이 앉아 있는 한 이러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닛산 인피니티Q50 시리즈에 새로 적용된 것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daptive Cruise Control, ACC)'과 '액티브 레인 컨트롤(Active Lane Control, ALC)'이라는 기능이다. ACC는 적응식 정속주행 시스템이라고도 불린다. 이 기술은 주행속도와 차간거리 등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기술이다. ALC는 중앙선 등을 감지해 자동차가 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자동조정해준다.

심 교수에 따르면 이전까지는 '레인 디파처 워닝(Lane Departure Warining, LDW)' 이라는 기술을 통해 차선을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운전자에게 경고를 표시해주는 기능을 구현했으나 이제는 아예 자동으로 조정하는 수준까지 기술이 개발된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지난해 9월 S500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연구용 자동차를 통해 도심, 시외에서 약 100km 구간에 대한 자율주행에 성공했다. 일명 '베르타 프로젝트(Bertha Project)'라고 불리는 이 작업은 독일 남서부 만하임에서 출발해 포르츠하임까지 한번도 운전대에 손을 대거나 페달을 조작하는 일 없이 자율주행을 구현했다. 흥미로운 점은 벤츠의 창업자인 칼 벤츠의 부인인 베르타 벤츠가 약 125년 전에 세계 최초 자동차인 '페이턴트 모터바겐'으로 장거리 운행에 성공한 경로가 이와 같다는 것이다. 베르타 프로젝트라는 이름이 여기서 유래했다. 벤츠는 신형 E클래스, S클래스에 이미 적용된 기술들을 활용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벤츠가 지난달 공개한 '퓨처 트럭 2025' 역시 주목할 만 하다. 무인자동차와는 차이가 있지만 고속도로에서 듀얼 카메라, 레이더 센서를 활용해 주변을 감지하고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하이웨이 파일럿(Highway Pilot)'이라는 시스템이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약 10년 뒤에는 주행 중인 트럭 운전석에 앉아 아이패드로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밖에도 벤츠는 주차장까지 직접 운전하고 가야만 자동 주차를 활용할 수 있는 기존 시스템과 달리 운전자가 도로변에서 내린 뒤 스마트키에서 주차 버튼을 누르면 알아서 인근 주차장을 찾아가 빈 공간에 자동으로 주차하는 기능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기능 역시 실제 여러 모델에 옵션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트럭 대신 버스에 무인자동차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도 구글, 테슬라를 포함한 미국 내에서 교통체증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검토되고 있다.

산업계 계측기술 전문회사인 키사이트(구 애질런트) 본사에 근무하고 있는 서정익 부장은 최근에는 고속도로 표지판을 감지해 제한속도를 파악하는 기술까지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자동차에서 무인자동차로 가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자동차들 간에 커뮤니케이션을 어떤 식으로 구현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자동차의 경우 이미 전자장치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기능들이 전자적인 방법으로 구현된다. 그러나 관련 모듈 제조사인 보쉬, 덴소, 현대모비스 등은 저마다 다른 프로토콜을 통해 자동차 내부에서 오는 신호들을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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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자동차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여러 자동차들 간에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긴급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관련 서정익 부장은 통신을 위한 프로토콜이 제각각인 탓에 자율주행 중에 여러 자동차들이 표준화되지 않은 주파수를 통해 통신을 하다가 신호간섭이 일어날 경우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러 통신 기술들 중 최근 5G 이동통신 구현을 돕는 유력한 기술로 거론되고 있는 '밀리미터파(mmWAVE)'를 자동차들 간 통신에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으나 아직은 미개척 분야 중 하나다.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 간 통신(Vehicle to Vehicle, V2V) 기술을 표준화해 차 간 거리, 속도, 움직이는 방향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