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에 대한 비난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제도 폐지보다는 분리공시제, 보조금 상한제, 요금인가제 폐지 등의 추가적인 보완장치를 통해 개선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시됐다.
28일 전병헌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주최한 단통법 토론회에서 곽정호 정보통신산업연구원 산업정책실장은 “단통법 시행초기 법제도의 존폐 논란보다 시장변화에 대한 면밀한 실태조사와 모니터링을 기반으로 분리공시제도, 보조금상한제, 인가제폐지와 같은 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 실장은 “지금까지 불법 보조금, 통신 과소비와 같은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이용약관 규제, 지원금 금지 법제화, 이용자 차별 규제와 같은 제도 개선이 있었지만 효과가 미비했다”며 “단통법은 초기 시행결과 부작용도 있지만 시장상황 변화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단말기 유통구조를 뜯어고치는 일은 단기간에 달성되기 어렵지만 존폐 논란보다는 제도개선을 통해 건전한 산업발전과 소비자후생 증대라는 정책목표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분리공시 도입, 단통법 실효성 강화 첫째 요소?
다만 분리공시제나 보조금 상한제, 요금 인가제 등은 단통법을 넘어 이통시장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내용들이라 격론이 오갔다.
분리공시제의 경우 당장 단통법 시행을 며칠 앞두고 찬반양론이 확연하게 갈린 논의다. 규제개혁심사위원회에서 상위법과 충돌한다는 이유로 도입이 보류됐지만, 분리공시 재도입을 논의하는 개정안이 국회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분리공시에 홀로 반대 의견을 표명해온 삼성전자는 단통법의 시장 안착과 분리공시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장정환 삼성전자 상무는 “단통법이 시행된 뒤 이통사가 책정한 지원금이 줄어들자 그 화살을 분리공시가 도입 안됐다는 점에 돌리는 부분이 안타깝다”며 “분리공시가 출고가 인하로 이끈다는 의견이 있는데 출고가는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되고, 제조사 장려금을 공개한다고 출고가가 인하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 어느 나라에서 어떤 제품을 살 때도 소비자가 보조금을 알고 사지는 않는다”며 “전병헌 의원이 삼성의 국내 단말기 마진이 해외 마진의 4배가 된다는 주장에 대해선 부인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는 분리공시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발제를 맡은 곽정호 실장은 “제조사 장려금이 분리되지 않으면 단통법의 요금할인 수준이 명확치 않다”며 “소비자가 보조금 출처를 쉽게 파악해 과도한 보조금 경쟁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신 건국대 교수는 “소비자 알 권리가 가장 중요하다”며 “삼성은 분리공시가 필요 없다고 하는데 휴대폰은 통신 서비스와 결합이 된 상품이기 때문에 어떻게 가격에 만들어지는지 분명하게 알아야 할 이유가 있다”고 반박했다.
■ 요금 인가제 폐지로 경쟁 활성화?
요금 인가제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통신비를 올리거나 신규 상품을 출시할 때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다.
곽 실장은 “요금 인가제 이슈는 통신사의 요금 경쟁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규제로 작용해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면서 “반면, 약탈적인 가격 등 시장지배력을 견제하는 최소한의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요금인가제가 담합된 요금 형태를 불러왔다”며 “후발사업자는 선발사업자를 쫓아가면서 요금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인가제 폐지에 대해선 후발업체인 KT와 LG유플러스가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토론자로 참여한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는 “요금인가제는 경쟁상황만 개선되면 국회 논의나 법 개정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폐지되는 것이지만 지금은 시장상황과 관계없이 논의가 나오고 있다”며 “요금 인가제가 사라지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지배력을 전가시키는 상황이 연출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 단통법, 존폐 논란 보다는 제도 개선
곽 실장은 “단말기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일이 단기간에 이뤄지긴 어렵다”면서 “초기 시행 결과 일부 실효적인 반응이 있기 때문에 제도 개선을 통해 건전한 산업발전과 소비자 후생 증가라는 정책목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헌 SK텔레콤 정책협력실장은 “현재 시장 현상을 살펴야 할 때”라며 “성급한 처방보다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류제명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십수년간 쌓이고 싸인 왜곡된 구조의 시장에서 소비자 편익과 거리가 있는 유통관행을 고치는 작업을 진행중”이라며 “새로운 환경과 룰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은 시장 참여자들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일각에서 주장되는 폐지 논쟁에 신중해야 하며, 제도개선을 통해 단통법 본래의 입법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대로 단통법에서 한 발 더 나간 이야기도 나왔다. 단말기와 서비스를 분리해 판매하는 완전자급제에 관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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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상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실장은 “단통법에서 4가지 정도의 차별이 이뤄지는 점이 있다”면서 “점진적으로 완전 자급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완전자급제 도입으로 고착화된 제조사와 이통사의 담합 구조를 고쳐나가고, 분리공시의 진화된 방식으로 보조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