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보조금’에 울고 웃는 글로벌 업체

일반입력 :2014/10/28 16:44    수정: 2014/10/29 09:43

이재운 기자

글로벌 전자업계가 중국 내 보조금 정책 변화에 울고 웃고 있다. 정부가 파격적인 보조금으로 시장을 키우기도 하지만, 자국 업체 밀어주기나 보조금 폐지에 따라 시장이 축소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가 해외 LED 조명 사업을 철수한 배경 중 하나로 ‘중국 정부의 자국 업체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꼽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9년 삼성전기와 50 대 50 비율로 공동 출자해 삼성LED를 설립하면서 LED 조명 시장에 본격 뛰어 들었다. 하지만 유럽계 제조사들의 텃세 속에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이어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저하돼 결국 사업을 접게 됐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가능한 비결은 바로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있다. 보조금을 받는 만큼 가격 인하 여력이 생기고, 이는 곧 경쟁 업체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된다.

디스플레이 업계 들었다 놨던 ‘혜민공정’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글로벌 전자 업계가 들썩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디스플레이 업계와 ‘혜민공정(惠民工程)’으로 불리는 보조금 정책에 따른 변화다.지난 2012년 6월부터 중국 정부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친환경 가전 제품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가장 큰 수혜를 본 품목이 바로 액정표시장치(LCD) TV다. 에너지 효율 1등급과 대기전력이 0.5W 이하인 LCD TV 구매자에게 정부에서 100위안~400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TV 시장이 급팽창했다.

TV 제조사는 주로 현지 업체들이 수혜를 봤지만,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사로는 중국뿐 아니라 한국과 대만 모두 들썩였다. 보조금 정책 시행 이후 그 해 국경절 기간 T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리수 비율로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이 같은 정책이 종료되면서 디스플레이 업계에 우려가 몰아쳤다. 실제로 시장조사 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지난해 국경절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 하락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는 올해 국경절 연휴 판매량이 전년 대비 5% 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스마트폰 보조금 삭감에 놀란 애플-삼성

중국 내 스마트폰 성장세도 보조금 축소로 인해 정체를 겪고 있다. 그 동안 중국 이동통신사들은 경쟁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며 고가형 스마트폰은 물론 중저가형 제품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팽창을 이끌었다.

이에 따라 중국계 제조사는 물론 삼성전자와 애플 등 해외 업체들도 상당한 판매고를 올릴 수 있었다. 특히 애플은 제품을 공식 출시하지 않고도 병행수입이나 직접 구매, 중고 거래 등으로 상당한 점유율을 기록해 결국 애플스토어 신규 개설과 팀 쿡 CEO의 방중을 이끌어낼 정도였다.

하지만 이통사들이 보조금을 점차 축소하면서 올 봄부터 시장 정체의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고가형 제품으로 높은 이익률을 기록하던 삼성전자와 애플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이달 초 디스플레이서치는 지난 8월 스마트폰용 LCD 패널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44%나 하락한 14달러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대만 디지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레노버, 샤오미, 쿨패드 등 중국계 스마트폰 제조사의 최근 매출도 제자리 걸음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는 이통사들이 보조금 대신 통신요금 효율화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단말기 대금 부담이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따라 각 제조사들은 전략 수정 등 비상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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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팀 쿡 CEO가 최근 중국을 방문해 아이폰6 플러스 등 신제품 판매 전략회의를 진두지휘했다. 삼성전자는 중저가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고, 쿨패드는 각 유통 채널 별로 최적화된 제품 다변화를 도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LCD TV나 스마트폰 등에서 보듯 중국의 보조금 정책에 따라 전 세계가 울고 웃는다”며 “삼성이나 LG 같은 유수의 국내 제조사들도 중국 내 보조금 변화에 대해 늘 예의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