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폭스, 시스코 덕에 무료로 H.264 코덱 지원

일반입력 :2014/10/15 09:25

오픈소스 브라우저 파이어폭스가 특허 기술이 많이 들어간 H.264 코덱 기반 영상을 지원한다.

미국 씨넷은 14일(현지시각) 파이어폭스가 특허 장벽을 넘어 대중적인 동영상 포맷을 지원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배포를 시작한 파이어폭스33 정식판의 핵심적인 변화다.

안드레아스 갈 모질라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개인 블로그를 통해 이날부터 파이어폭스는 웹기반 실시간통신(RTC) 표준 '웹RTC(WebRTC)' 기술로 구현된 온라인 영상대화 서비스용 코덱으로 H.264 포맷을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웹RTC는 스카이프나 애플 페이스타임같은 서비스를 브라우저만으로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실시간 통신 웹표준이다. 유튜브나 비메오같은 영상 스트리밍용 웹표준과는 별개다.

H.264 코덱은 이전부터 널리 쓰인 동영상 처리용 소프트웨어(SW)다. 영상 촬영 장비나 재생 단말기에 H.264 코덱이 포함되면 해당 특허 관리조직인 MPEG LA가 해당 제조사로부터 로열티를 받는다. 원칙적으로 제품에 H.264 코덱을 사용할 경우 로열티를 내야하는 건 웹브라우저 개발업체도 예외가 아니다.

파이어폭스 개발사 모질라는 예전에는 자사 브라우저에서 웹용 동영상 기술로 H.264 코덱을 지원하지 않으려 했다. 대안으로 VP8 코덱을 활용해 '웹M(WebM)'이란 포맷을 만든 구글 편에 섰다. 독점적인 특허 기술을 지원하는 게 오픈소스 SW라는 파이어폭스의 탄생 취지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랬던 모질라가 입장을 바꾼 시점은 지난 2012년 3월부터다. 미첼 베이커 모질라 재단 의장과 브렌던 아이크 당시 CTO가 PC에 이어 모바일에서도 사실상 표준화 추세인 H.264 코덱 지원을 미룰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당시에는 이미 웹용 동영상 목적에 한해 H.264 코덱 로열티는 무료였다. 그러나 이것이 제품 개발업체에게 앞으로도 영원히 로열티를 면제해 준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모질라가 H.264 도입을 계속 망설인 이유였다.

이번에 H.264 코덱 기반 영상 지원 소식을 내놓은 갈 CTO도 모질라는 언제나 독점적인 통제와 기술의 영향이 없는 열린 웹의 수호자였다며 불행하게도 H.264에 진정으로 대항할만큼 충분히 퍼진 로열티없는 코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구글의 VP8은 충분한 사용자와 서비스 규모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일부 오픈소스 업계에선 이같은 모질라의 결정이 특정 사용자를 배제하는 기술을 도입해 독점 SW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파이어폭스의 탄생 배경이나 모질라 재단의 '열린 웹' 철학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모질라가 당시 H.264 지원 영역을 '모바일'로 제한했고, 파이어폭스 사용자들에게 비용을 물리지 않고 직접 H.264 특허 사용료를 낼 여력이 있다 해도, 해당 기술을 쓰는 순간 이미 파이어폭스 브라우저가 오픈소스SW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웹 환경에 이미 깔린 H.264 콘텐츠가 많아, 모질라가 구글 VP8 코덱만 지원해서는 브라우저 시장에서 경쟁하기가 힘들다는건 일리가 있다. 씨넷 보도에 따르면 모바일앱, 카메라, 스마트폰 프로세서, 블루레이 디스크용 비디오 처리기술은 H.264와 그 후속판인 'H.265/HEVC' 비중이 압도적이다.

모질라가 2002년과 달리 지금은 H.264 코덱 지원에 따른 로열티를 낼 필요는 없어 보인다. 통신장비업체 시스코가 지난해 11월 라이선스 제약 없이 H.264와 호환되는 '오픈H264(OpenH264)'를 만들어 내놓은 덕분이다.

시스코가 배포하는 오픈H264를 웹 환경에서 사용할 경우, 해당 제품 개발업체는 그 로열티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 시스코가 MPEG LA라 불리는 특허 관리조직의 실제 권리 당사자인 소니, 파나소닉, 마이크로소프트,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 등에 대신 내 준다. 그게 오픈H264 바이너리 사용 조건으로 명시돼 있다.

시스코 오픈H264는 과거 모질라가 지지했던 구글 오픈소스 코덱 VP8의 대항마 성격도 띤다. 구글은 자사 브라우저 크롬에서 H.264를 빼고 VP8과 그 후속 버전 VP9를 지원하려 한다. 이는 유튜브 스트리밍 동영상이나 행아웃 같은 서비스에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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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CTO는 모질라는 VP8 영상 포맷을 계속 지지할 것이지만 VP8은 H.264를 대체할만큼 충분히 채택되지 않았다며 현시점에 오픈H264는 어떤 인터넷 접속 애플리케이션에든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열린 웹을 위한 분명한 승리라고 평했다.

시스코가 오픈H264를 모질라가 원하는만큼 개방적인 기술로 내놓은 건 아니다. 소스코드를 공개하긴 했지만 그걸 수정해 제품화할 권한까지 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인 오픈소스SW와는 개념상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