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회장 "정부 감시가 인터넷 망쳐"

일반입력 :2014/10/09 21:09    수정: 2014/10/10 07:58

국가 권력기관의 사이버 감청행위가 인터넷 환경을 파괴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해당 발언 주인공은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다.

미국 씨넷은 8일(현지시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을 비롯한 여러 IT업계 임원들이 론 와이든 상원의원과의 라운드테이블에서 정부의 인터넷 감시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전직 미국 국가안보국(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지난해 사람들의 예상을 초월한 미국 정부의 광범위한 사이버 감시 체제를 폭로했다. 그후 이는 업계와 경제에 악영향을 줄 거라는 기술업체들의 우려가 이어졌다.

앞서 스노든이 유출했던 NSA 내부 문건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그간 자국내 시민의 전화번호와 수발신 시간을 포함한 통화 기록을 무단 수집해 왔다. 불특정 사용자의 메일과 페이스북 포스팅 및 메신저 대화, 소셜미디어에 게재된 메시지나 검색 내역 등 암호화되지 않은 대량의 인터넷 트래픽도 함께 다뤄졌다.

또다른 NSA 내부 문건에선 미국 정부가 영국의 NSA에 해당하는 정부 첩보기관인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 역시 비슷한 감청활동을 벌여왔음을 시사했다.

이날 라운드테이블을 주재한 론 와이든 미국 상원의원도, 디지털 경제에 정부 감시가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라운드테이블에서 그 결과가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업계 임원들의 의견을 접했다.

이 주제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 온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라운드테이블 현장에서도 정부의 사이버 감청 방식과 그게 구글과 다른 기술업체에 계속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 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슈미트 회장은 그 영향은 심각할 뿐아니라 점점 나빠진다며 (공권력의 감시 요청에 응해야 하는 자신들이) 인터넷을 파괴하는 풍파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씨넷에 따르면 슈미트 회장과 나란히 자리했던 브래드 스미스 MS 법률고문 역시 정부의 감청 활동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 온 인물이다.

스미스 법률고문은 사람들은 자기가 믿을 수 없는 은행에 돈을 맡기지 않는다며 마찬가지로 믿을 수 없는 인터넷을 사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패널로 참석한 온라인 파일저장서비스 업체 드롭박스의 램지 홈사니 법률고문도 정부의 온라인 감시 활동이 사용자와 IT업체간의 '신뢰'라는 인터넷 경제 동력의 핵심을 썩게 만들었다고 질타했다.

이같은 의견을 접한 와이든 의원은 지난 2011년에도 미국 정부가 사람들 모르게 시민을 감청할 권한을 행사하려 했던 사실에 충격을 받고 분노했던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국제적으로 일었던 반발을 제외하더라도 그랬다는 것이다.

미국 씨넷은 정부가 아니라 기술업체에 의한 광범위한 정보수집 활동마저 거부하는 국제적 움직임이 일고 있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유럽의 경우 인터넷 검색엔진에서 자신과 관련된 결과를 삭제할 수 있도록 요청하는 '잊힐 권리' 보장 법안 마련을 둘러싼 논의가 진행 중이고 이는 구글의 골치를 아프게 하고 있다. 구글이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데이터를 끌어모으고 있는 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스노든의 NSA 감청관련 문건 폭로 이후 인터넷업계는 무너진 이용자들의 신뢰를 되살리기 위해 각자 노력 중이다. 페이스북의 경우 더 강력한 웹메일 암호화 표준을 구현하는 기술업체를 돕겠다고 나섰는데, 이는 구글과 야후가 암호화 기술을 웹메일의 안전장치를 강화하려는 공동 움직임과 함께 추진되고 있다.

또다른 패널로 참석한 페이스북 콜린 스트레치 법률고문은 이처럼 기술업체들이 사용자 데이터를 암호화하는 노력을 우리 모두의 핵심 사업 목표라 일컬으며 업체들이 각자 제품에 암호화 기능을 탑재하려는 움직임에서 발을 뺀다면 (부정적인 의미에서) 근본적으로 놀라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기술업체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한 와이든 의원의 경우 모든 정부 감청 활동을 반대하는 정치인은 아니다. 그는 라운드테이블에서 지난 2008년 발효된 국외정보감시법개정안 702조를 지지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미국 법무장관과 첩보기관장이 미국 밖에 사는 타국 시민을 대상으로 한 첩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관련기사

와이든 의원과 패널간의 논의는 미국법을 개정해 미국 시민과 국제 사회의 신뢰를다시 얻어낼 필요가 있다는 쪽으로 수렴됐지만, 와이든 의원은 이후 정부가 현재 수집하고 있는 데이터를 어찌할 것인지에 관한 계획은 없다며 나는 올바른미래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자리에서의 메시지는 인터넷 경제가 명확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빠졌다는 점이라며 현실은 우리가 연내 좋은 초당적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