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른 기업용IT업계 빅딜 시나리오

HP, PC-프린터 사업 분사로 시장 재편 가능성 높아져

일반입력 :2014/10/06 18:00

황치규 기자

HP가 PC와 프린터 사업부를 별도 회사로 쪼갤 것이란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나온 이후 IT업계 대형 빅딜 시나리오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했다.

HP가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그리고 PC 및 프린터 회사로 나눠지게 되면 각각의 영역에서 모두 인수합병(M&A)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5일(현지시각) 리코드에 따르면 HP에 떨어져 나온 PC 및 프린터 사업의 경우 델이나 레노버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

HP 프린터 및 PC사업은 2013년 560억달러 매출에 영업이익 48억달러를 거뒀다. 시장 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글로벌 PC시장에서 HP 점유율은 18%다. 델이나 레노버가 HP PC사업을 손에 넣게 될 경우 세계 시장 3분의 1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HP PC 및 프린터 사업을 인수하는 비용은 유사한 거래를 봤을때, 해당 사업 1년 매출의 절반 정도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델은 지난해 비상장 회사로 전환하는데 250억달러를 투입했다. 지난해 회계연도 매출 560억달러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사모펀드 실버레이크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델 입장에선 HP를 인수에 필요한 실탄을 확보하는건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리코드는 평가했다.

레노버도 HP로부터 분사한 PC 및 프린터 사업 조직에 관심을 가질만 한다. 레노버는 올해 IBM x86서버 사업과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하는데 모두 52억달러를 쏟아부었다.

PC 및 프린터와 결별하는 HP 엔터프라이즈 사업 부분도 빅딜로 이어질 수 있다. HP는 지난해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 등 엔터프라이즈 하드웨어 사업에서 28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고전하고 있는 서비스 그룹 매출이 230억달러, SW사업에선 39억달러의 수입을 거둬들였다.

엔터프라이즈 하드웨어 매출 중 120억달러는 x86서버 사업에서 나왔다. 레노버는 23억달러를 주고 x86서버 사업을 손에 넣었다. IBM x86서버 1년 매출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HP x86서버 사업 가치는 60억달러 수준이다.

네트워크와 스토리지를 포함한 엔터프라이즈 하드웨어 전체 사업 가치는 180억달러 정도로 평가된다. 물론 HP가 x86서버 시장에서 업계 리더임을 감안하면 하드웨어 사업 가치는 좀더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고전하고 있는 HP 엔터프라이즈 서비스 사업 가치가 x86 서버 부문에 대한 프리미엄을 갉어먹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HP는 지난해 엔터프라이즈 서비스 사업에서 235억달러 매출에 6억7천900만달러 영업이익을 거뒀다. 2011년 이후 HP 엔터프라이즈 서비스 사업 매출은 30억달러 가까이 줄었다.

HP는 올해 EMC와 거의 1년간 간헐적으로 합병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최근 협상은 틀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리코드에 따르면 가격이 이유였다. EMC는 자사 가치에 대해 상당한 프리미엄을 요구했고 HP는 EMC 가치를 시장 평가액 수준으로 매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EMC 시가총액은 600억달러에 육박한다.

리코드는 HP와 EMC간 합병을 가로막은 걸림돌 중 하나는 PC와 프린터 사업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EMC에게 PC와 프린터 사업까지 보유한 HP와 합치는건 생각하기 힘든 시나리오일 수 있다.

정황만 놓고보면 PC와 프린터 사업을 떼어내는 만큼, HP는 EMC와 보다 좋은 조건에서 협상을 벌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다른 업체가 다크호스로 부상해 HP 및 EMC 주주들에게 보다 나은 조건을 내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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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만한 여력이 있는 회사들로는 델이나 시스코시스템즈가 꼽힌다. 시스코의 경우 대형 M&A에 보수적이고 최근 EMC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밝혔음을 감안하면 자금력이 있는 델이 대형 인수를 검토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관측이다.

HP가 빅딜외에 독자적으로 엔터프라이즈 사업 확장에 나서는 시나리오도 예상해 볼수 있다. 미국 지디넷은 HP는 PC와 프린터 사업을 분리함으로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SW사업을 강화할 발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지디넷은 HP가 레드햇이나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업체를 인수함으로써 SW사업을 키우는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