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프라이즈 컴퓨팅 시장에서 거대 기업간 대형 인수합병(M&A)가 성사될 수 있을까?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선 EMC를 중심으로하는 시나리오들이 퍼지는 분위기다. EMC와 HP의 합병, 델의 EMC 전체 또는 일부 사업 인수, 시스코와 EMC의 통합설이 대표적이다.
기업용 컴퓨팅 시장은 2000년대부터 시작된 대형 업체간 인수합병 레이스로 인해 전문 업체들이 대부분 사라진 상황이다.
마이크로소프트, IBM, 시스코, 델, HP, SAP, EMC 등 거대 기업 위주로 시장이 재편됐다. EMC를 중심으로한 빅딜 시나리오는 거대 회사들간에도 통합이 급물살을 탈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지금 체제가 8강이라면 앞으로는 4강 구조로 짜여 질 수 있다는 얘기다.
몇몇 업체들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은 이같은 시나리오를 더욱 그럴듯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부상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IT패러다임은 지금, 전통적인 IT업체들에게 헤쳐모여할 것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현재 기업용 컴퓨팅 업계 재편 시나리오의 발단은 주주들의 압박에 직면한 EMC의 처지다.
미국 대형 헤지펀드 회사인 엘리어트 매니지먼트는 최근 EMC 주식 10억달러치 이상을 손에 넣고 5대 주주 반열에 올라섰다.
엘리어트 매니지먼트는 지분 확보와 함께 앞으로 EMC가 자회사인 VM웨어를 떼어낼 것을 요구해왔다. VM웨어를 떼어내면 주가가 힘을 받을 것이란 설명이다. VM웨어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을 배당으로 받으려는 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EMC는 VM웨어 지분 80%를 소유하고 있다. EMC를 둘러싼 빅딜설은 이같은 상황을 밑바탕에 깔고 퍼지는 양상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HP와 EMC는 거의 1년간 간헐적으로 합병 논의를 해왔다. 그러나 최근 협상은 틀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리코드에 따르면 가격이 이유였다. EMC는 자사 가치에 대해 상당한 프리미엄을 요구했고 HP는 EMC 가치를 시장 평가액 수준으로 매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EMC 시가총액은 600억달러에 육박한다.
HP는 EMC가 VM웨어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가장 매력적으로 봤다고 한다. VM웨어는 데이터센터 핵심 기술중 하나인 가상화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HP 입장에서 VM웨어를 확보할 경우 데이터센터 인프라 사업에서 큰 힘을 받을 수 있다.
양사 협상이 다시 시작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EMC는 HP외에 델과도 최근 협상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양사 협상이 어떤 상태인지는 확실치 않다. 상대적인 크기를 봤을때 델이 EMC 전체를 인수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EMC 스토리지 사업만 확보하는 것을 추진할 수 있다고 WSJ이 인용한 한 소식통은 전했다.
시스코시스템즈와 오라클도 EMC 전체 또는 일부 사업을 인수할만한 여력이 있는 회사로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사업 확장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회사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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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코의 경우 EMC를 인수하게 되면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로 이어지는 데이터센터 핵심 인프라 포트폴리오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EMC발 시나리오는 아직은 가능성일 뿐이다. 현실화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럼에도 밑바닥에서 뭔가 군불이 지펴지고 있다는 정황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군불이 제대로 붙어 2001년 250억달러 규모의 HP의 컴팩 인수, 2009년 74억달러 규모의 오라클의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이후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시장을 강타할 또 하나의 빅딜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