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줄인 이통사…진짜 이유 뭘까?

요금할인 선회부터 對정부 항의시위 시각까지

일반입력 :2014/10/02 16:35    수정: 2014/10/02 16:36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으로 과거에 비해 보조금이 1/3 가격으로 줄어들면서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통 3사가 보조금 규모를 대폭 축소한 이유가, 보조금을 통한 소비자 유인을 약정‧결합‧제휴 등 각종 요금할인으로 선회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있다. 또 일각에서는 이통사들이 단통법에서 특정사업자의 반대로 분리공시가 무산된 데 대해 정부에 일종의 항의시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2일 이통3사가 공개한 단통법 시행 첫 주 지원금 현황을 살펴보면, 고가요금제인 85요금제에 2년 약정으로 가입하더라도 갤럭시노트4에 대한 지원금은 10만원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자별로는 SK텔레콤 9만4천원, KT 7만8천원, LG유플러스 7만5천520원 등이다. 소비자들이 이 조건으로 구매한다면 출고가가 95만7천원인 갤럭시노트4의 단말할부원금만 86~88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는 갤럭시노트4 외에 최근 출시된 갤럭시알파, G3 Cat.6, 갤럭시S5 광대역 LTE-A 등 다른 휴대폰들도 마찬가지다. 같은 조건으로 가입해도 지원금이 10만3천840원~15만1천원에 불과하다. ‘공짜폰’, ‘버스폰’ 등에 익숙해있던 소비자들 입에서 불만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통사들 뿔났다?

이통사들의 이 같은 지원금 책정은 다소 의외라는 시각이 많다. 통상 갤럭시노트 시리즈와 같은 인기폰이 출시되면 각종 프로모션은 물론이고 최대한 많은 지원금을 실어 가입자를 뺏어오기 위해 혈안이 됐었던 것이 이통사들이다.

때문에 단통법에서 보조금 상한선이 27만원에서 30만원으로 상향 조정됐을 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7만원대의 고가요금제를 쓸 경우 최소 3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대리점들이 15%까지 추가 지급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34만5천원은 지급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이통3사가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최소한의 보조금만 책정한 채 ‘가입할 테면 가입해 봐라’는 식의 배짱을 부리고 있다.

이런 이통사들의 행태에 당황한 것은 소비자뿐만이 아니다. 정부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현장방문에 나선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1일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지원금이 모두 낮았다”며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통사들의 이 같은 행태를 ‘단통법에 대한 반발’로 해석하고 있다. 휴대폰 유통구조를 투명하게 만들자고 제정된 법에 핵심 이해관계자인 제조사만 쏙 빠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통사의 지원금과 제조사의 장려금을 구분하는 분리공시가 막판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로 제외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실적으로 신규, 번호이동, 기기변경 등 모든 가입자를 차별하지 않고 보조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에는 특정 시기, 소수 이용자에게만 과다 보조금을 지급했던 이통사들이 현재와 같이 모든 가입자에게 동등하게 보조금을 지급했던 전례가 없었기에 현 법‧제도에 적응하는 단계란 것이다.

■ 보조금 빙하기, 언제까지?

그럼에도, 이 같은 보조금 빙하기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이는 드물다. 소비자들의 반발도 문제지만, 올 상반기 이통3사의 영업정지 시기 때처럼 시장이 얼어붙을 기미가 보이기 때문이다.

단통법이 시행된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유통점들은 벌써부터 ‘못 해 먹겠다’며 험악한 분위기다. 특히 폰파라치와 이통사 자체 과징금, 사전승낙철회 규정 등으로 이통사에 대한 불만이 쌓일 때까지 쌓여 있는 터라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같은 보조금이라면 어차피 가입하러 올 소비자도 없다”며 “다시 보조금이 재공시 될 때까지 문을 닫는 게 낫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뿐만 아니라, 이통3사의 영업정지 기간 가장 큰 타격이 심했던 팬택이 법정관리에 이어 매각 절차까지 밟고 있는 상태여서,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이통사들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런 때문인지 이통3사는 삼성‧LG전자 휴대폰과 달리 팬택의 제품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지원금을 책정했다.

지난해 9월 출시된 갤럭시노트3의 지원금은 10만3천원~11만3천원에 불과한 반면, 지난 5월 출시된 베가아이언2은 그 두 배가 넘는 27만4천원~28만3천원(85요금제, 2년 약정)의 지원금이 책정됐다.

특히, 이통사들이 그동안 3G 정액요금제(4만5천원)→3G 무제한(5만5천원)→LTE 정액요금제(6만5천원)→LTE 무제한(7~8만원대) 등으로 고가의 단말로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며 사실상 요금인상을 해왔기 때문에 결국 요금인하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란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당장은 ‘휴대폰 비싸서 못 사겠다’는 기류가 형성되겠지만, ‘지원금도 적게 주며 배불리는 이통사들이 요금도 내리지 않는다’는 분위기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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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국회에서는 이 같은 단통법의 허점을 지적하며 유럽과 같이 ‘단말 완전자급제’를 추진해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되며 준비에 나서고 있다.

안정상 새정치민주연합 수석전문위원은 “이통사와 제조사의 연결고리를 끊지 않고서는 휴대폰 유통시장의 근본적 문제 해결이 어렵고 완전자급제 도입이 필요하다”며 “이통사는 서비스 판매, 제조사는 휴대폰 도매 공급, 판매는 대기업 등을 제외한 순수 판매점에서만 판매하도록 해야 실질적인 통신비‧단말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