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약일까 독일까…전문가 의견은?

일반입력 :2014/10/02 16:51    수정: 2014/10/02 17:06

이재운 기자

'약일까, 독일까'

가계 통신비 절감을 목적으로 시행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이슈의 중심에 서 있다. 갑작스레 줄어든 보조금 탓에 유통 대리점에는 벌써부터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단통법 시행 첫날부터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대체 무엇이냐'는 비판이 비등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단말기 시장 체질 개선과 요금할인 등 긍정적인 관측도 제기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시행된 단통법에 따라 이동통신 3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최신 스마트폰의 보조금을 평균 10만원 안팎으로 책정했다. 갤럭시노트4를 가장 비싼 요금제에 가입해도 이동통신 3사간 8만~11만원 수준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당장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모두가 차별없이 공평한 보조금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결국 보조금 규모 전체가 줄어 이통사의 배만 불릴 것이라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일부 누리꾼은 “’호갱’ 방지를 위해 ‘모두를 호갱으로 만드는’ 법”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당장은 시장이 얼어 붙겠지만 결국 고가 제품 위주인 내수 시장의 ‘체질’을 어느 정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단통법은 요금 및 출고가 인하의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가 내세운 단통법 도입 취지는 ‘요금 및 출고가 인하’였다.

이러한 영향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갤럭시S5와 G3를 각각 86만6천원과 89만9천800원에 출시해 90만원대에 달했던 출고가를 낮췄다. 물론 파생 제품 갤럭시S5 광대역LTE-A와 G3 Cat.6를 각각 94만5천원과 92만4천원 등 높은 가격에 출시해 의미가 다소 퇴색되긴 했지만, 이어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4를 95만7천원에 출시하며 100만원을 넘던 시리즈 출고가와 행보를 달리 했다.

물론 일반 소비자에게는 이 역시 적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하이엔드 제품에 주는 영향보다는 중저가 제품 확대로 결국 시장 전반에 걸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방향으로 모아진다.

이영소 한국IDC 선임연구원은 “하이엔드(고성능) 스마트폰 출고가는 단통법 외에 경쟁 등 다른 시장 내부 요인에 의해서도 조금씩 낮아지고 있었던 추세”라며 “단통법이 하이엔드 제품 출고가를 대폭 인하하긴 어려워도 상승 억제 요인이 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중저가 제품 라인업의 확대로 전반적인 평균 출고가가 낮아져 결국 소비자가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제조사 관계자도 “전 세계적으로도 중저가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점차 중저가 라인업의 중요성이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내수 시장은 이미 위축...제조사 수익성은 악화 우려

한국IDC 조사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 2012년 약 2천276만9천대 출하량을 기록한 데 이어 이듬해 2천202만대, 올해는 2천138만7천500대 수준으로 전망된다. 단통법과 상관 없이 이미 시장규모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것.

이영소 연구원은 이를 바탕으로 “반드시 단통법 때문에만 시장이 위축된다고 보긴 어렵다”며 4분기 시장에 대해 “애플 아이폰6와 화웨이 X3 등 신제품이 등장하면서 (단통법과 상관 없이) 오히려 시장이 활기를 띠게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비슷한 의견이다. 그는 “결과적으로 국내 제조사들이 중저가 라인업 확대로 평균적인 휴대전화 구입비가 감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성능 스마트폰 출고가 인하를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이끌지는 못해도, 최소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힐 수는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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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제조사의 이익률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윤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경우 내년 중저가 제품 시장에서 메탈 소재를 주력으로 한 전략을 수립했는데, 이에 따른 생산비 증가가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국내 시장이 비교적 이익률이 좋았던 점을 감안할 때도 (중저가 시장 확장은) 삼성전자의 이익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