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서양에 '국가는 국가안에서만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오래된 속담이 있었다. 과거 왕들은 나라가어려움에 빠질 경우 경제를 발전시켜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을 몰랐다.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은 다른 나라를 무력으로 점령해 곡식, 물건, 노동력을 빼앗아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으로 죽었지만 나라를 다스리는 그 누구도 전쟁을 없애는 방법을 몰랐다.
정치인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해결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은 뜻밖에도 과학자들과 발명가들이었다. 대표적인사람은 다이너마이트 발명자이자 노벨상 설립자인 알프레드 노벨이었다.
그는"내 다이나마이트가 1천개의 세계 조약보다 더 큰 평화를 가져올 것이다"고주장했다. 사람들이 차마 무서워 전쟁을 시작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한 이듬해인 1904년미국 언론인 존 워커 (John walker)는 ‘비행기는 평화의 기계로 세상에 헤아릴 수 없는 가치를 지닐 것이다' 고 주장했다.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자유롭게 여행하면 다른 나라에 대한 오해를 줄일 있기에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알프레드 노벨과 존 워커의 주장은 한동안 바보같은 주장으로 보였다. 인류는 이들의 주장이후 다이나마이트와 비행기를 이용해 1차, 2차세계대전을 치르며, 기술의 발달로 과거와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대량 살상이 가능하다는것을 보여주었다. 기술의 발달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치명적인재앙이었다.
컴퓨터 과학자 배니바르 부시 (Vannevar Bush)는 단순히 기술의 발달이 전쟁을 없애고 인류의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MIT 부총장이자 전시과학연구개발국(Wartime office of Scientific Research and Development)의 총책임자로 과학기술을 전쟁에 응용하기위해 핵개발 연구 등을 하였다.
하지만 배니바르 부시는 자신의 과학기술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것을 힘들어 했다. 2차 세계 대전이끝나갈 무렵 그는 IT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고문 중 하나인 ‘As we may think’라는 글을 1945년 ‘애틀랜틱’ (The Atlantic) 매거진에 실었다.
그는 이 기고문에서 개인이 인류의 지식을 자유롭게 검색해 사용할 수 있다면 인류의 지식은 무한정 확장될수 있을 것이며 더이상 전쟁 같은 어리석은 짓은 일어나지 않을것 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류가 전쟁을 하는 이유는 정보가 부족해 무지하기 때문이며 정보가 충분할 경우 정치적 갈등, 잘못된 정보, 오해와 미움 등이 사라지기 때문에 전쟁을 없앨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개인들이 네트워크를 연결해 자유롭게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대규모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메먹스’ (memory extender)라는 이름을 붙였다. 놀라운 것은 그가 말한 ‘메먹스’라는 것이 집에서 하드디스크를 장착한 작은 컴퓨터를 이용해 마우스와 키보드로 전세계 정보를 보고 있는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과 상당부분 일치한다는 것이다. 당시는 세계 최초의 전자계산기 ‘에니악’이 아직 세상에 선보이지도 않은 시기였다. 에니악의 크기는 사무실 하나를 모두 채울 정도로 거대했기에 PC는 상상도할 수없던시대였다.
네트워크, 마우스, 키보드, 하드디스크 그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시대를 앞선 개념이었기에 그는 ‘메먹스’를 개발하지 못했다.
평화와 유토피아를 꿈꾸던 배니바르의 꿈은 모순되게도 수십년이 지난후 미 국방부의 지원으로 ‘빈트서프(Vinton Gray Cerf)’에 의해 개발됐다. 현재 인터넷은 배니바르 부시가 생각한 것처럼 개인들은 편하게 전세계의 정보를 검색할 수 있으며 그들이 생각하지도 못했던 기술까지도 발전했다.
과학자들이 꿈꾸던 전쟁 없는 세상은 이루어졌는가? 이에 대한 답은 2011년 하버드대 진화심리학 교수인 스티븐핑거 (Steven Pinker)가 저술하여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우리 본성의 더 나은 천사들: 왜 폭력은 감소하는가?’ (The Better Angels of Our Nature: Why Violence Has Declined) 라는책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거 같다.
그는 우리는 인류가 출현한 이후로 가장 평화로운 세상을 살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인류는 수천년에 걸쳐서 폭력성이 점차 감소하고 우리 세상은 평화로워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 2차세계대전으로만 4천700만명이 죽었지만, 인류는 경제와 통신을 통해 세상을 하나로 묶으며 유기적인 세상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너무나 발전된 무기, 비행기를 통한 무역으로 인한 경제적 연계, 인터넷을 통한 오해 감소로 확실히 우리는과거처럼 대규모 전쟁을 벌이기 어려운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 알프레드 노벨, 존 워커, 배니바르 부시생각의 생각은 상당부분 옳았다.
하지만, 이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은 테러니즘이었다. 국가 간의 전쟁을 없애는 중요한 역할을 했던 다이나마이트, 비행기, 인터넷이 테러리스트들에게는 가장좋은 무기가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교통시설, 원자력 발전소, 공공 건물, 공항, 항구, 심지어 정부 기관들이 자신들을 향한 테러 대응 정책이나 대책에 대해서도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있다.
미국의 유명한 저술가인 Dan Verton은 그의 책 ‘ 블랙아이스: 사이버테러리즘의보이지않는위험’ (Black Ice: The Invisible Threat of Cyberterrorism’에서 알카이다 조직은 인터넷을 통해 미국의 대규모 데이터베이스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그들이 목표로 하는 미국의 중요한 경제기관들의 정보와 주요시설의 소프트웨어적인구조적 약점과 같은 정보를 알아내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관련기사
- 네이버는 왜 네이버가 되었나2014.09.29
- 기술 역사적 관점에서 살펴본 우버2014.09.29
- 페북, 끊기지 않는 프라이버시 사고…왜?2014.09.29
- 왜 미국은 인터넷 관리를 포기했을까2014.09.29
또한, 전 미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 (Donald Rumsfeld)는 ‘알카에다, 교육매뉴얼’ 자료를 살펴보면 인터넷에 공개된 자료만을 가지고도 적들을 공격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의 80%를 얻을 수 있다고 기술되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더 나아가 요즘에는 IS에서보는것처럼 홍보, 조직원 모집같은 핵심적인 일을 인터넷을 통해 충족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로 초기 과학자들이 꿈꾸던 국가간의 전쟁은 확실히 줄었다. 하지만, 테러단체들은 역설적으로이들이 꿈꾸던 기술을 통해 또 다른 전쟁을 이어가고있다. 새로운 고민을 시작할 시점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