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엑스페리아 Z3(D6653, 이하 Z3)는 5.2인치 풀HD(1920×1080 화소) IPS 디스플레이와 퀄컴 스냅드래곤 801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장착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다. 메모리는 3GB, 저장공간은 16GB이며 마이크로SD카드를 이용해 최대 128GB까지 확장할 수 있다. 광대역 LTE는 지원하지만 VoLTE(보이스오버LTE)나 CA(주파수집성)는 지원하지 않으며 SK텔레콤·KT에서 쓸 수 있다.
카메라는 전면 220만 화소, 후면 2천70만 화소이며 1/2.3인치 이미지 센서를 달았다. 최대 24비트, 192kHz 음원을 원음 그대로 재생하며 노이즈캔슬링 이어폰과 조합할 경우 주위 소음을 낮출 수 있다. 게임기 연동 기능인 플레이스테이션4 리모트 플레이 기능이 오는 11월부터 지원될 예정이다. 무게는 152g이며 색상은 화이트, 코퍼, 블랙 등 세 종류다. 출고가는 79만 9천원.
■ 한층 강력해진 방수·능력…모바일 최고 수준
Z3 디자인은 상반기 소니 베스트셀러인 엑스페리아 Z2(이하 Z2)와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대화면을 바탕으로 하드웨어 키를 없애 말끔한 전면과 방수를 감안해 자석식 충전단자 이외의 모든 단자에 마개를 단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테두리 디자인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각이 져 있고 투톤 컬러로 액센트를 줬던 Z2와 달리 Z3는 테두리를 곡면으로 처리했다. 손에 쥐었을 때 딱딱한 느낌이 들었던 것과 달리 훨씬 쥐기 편해졌다. 알루미늄 재질을 바탕으로 한 테두리도 모노톤으로 통일했다.
방수·방진 기능도 건재하다. Z2의 방수·방진등급은 IP58인데 수심 1.5미터 이내 맑은 물에서 30분간 방수가 가능했다. Z3는 방수 기능은 그대로 가져 가며 방진등급을 한 단계 높인 IP68 사양이다. 마개가 모두 닫혀 있을 경우 모든 먼지를 막아낸다는 의미다. 주머니 속에 넣고 쓸 경우 간혹 발생할 수 있는 액정 먼지 유입에서도 자유롭다. 외부 충격을 제외하면 모바일 기기에서는 최고 수준의 러기드(rugged, 강인한) 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넓어진 광각 렌즈, 한층 쓸만해진 4K 촬영 기능
Z3 후면 카메라는 Z2와 같은 2천70만 화소이며 1/2.3인치 엑스모어R 센서를 썼다. 성능은 Z2와 같지만 탑재된 센서는 IMX200에서 IMX220으로 바뀌었다. ISO 감도가 스마트폰 치고는 넓은 50~12800을 오가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단 최대 감도인 ISO 12800은 자동 모드인 인텔리전트 오토에서만 작동한다. 렌즈에서도 변화가 있는데 초점거리가 25mm로 조금 줄어 화각이 넓어졌다. 풍경이나 단체 사진을 찍을 때 사진 안에 피사체를 담기 위해 발품을 파는 수고가 줄었다는 의미다.
주목할 것은 4K 촬영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Z2로도 4K(3840×2160) 촬영은 가능했지만 촬영 시간이 3분을 넘기면 서서히 본체 뒤가 뜨거워지고 촬영을 마친 후에도 동영상 처리에 약간 시간이 걸렸다. Z3는 4K로 영상을 찍어도 온도 상승이 덜할 뿐더러 촬영 후 처리 시간도 대폭 단축됐다. 영상 대역폭도 50Mbps에서 80Mbps로 높아졌다. 한마디로 한층 더 쓸만해졌다.
■ 진화한 워크맨…폭 넓은 고해상도 음원 재생
소니가 오디오 플레이어, 헤드폰·이어폰, USB DAC 등 고해상도 음원을 원음에 가깝게 살리는 하이 레졸루션 오디오 제품군에 강점을 보이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이를 반영하듯 Z3의 음악 재생 기능인 워크맨 앱도 크게 개선되었다. MP3, AAC, WAV, FLAC에 더해 소리 분해도를 높인 소니 고유 포맷인 DSD 파일까지 재생한다. 고해상도 음원을 재생하면 앨범 재킷 왼쪽 아래에 ‘HR’ 표시가 나타난다. MP3, AAC 등 CD 수준 음원이나 손실압축 음원을 업샘플링하는 DSEE HX도 추가됐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Z2와 마찬가지로 전용 이어폰인 MDR-NC31EM을 꽂아야 쓸 수 있다. 3/4극 이어폰과 달리 5극으로 만들어져 엑스페리아 제품군 이외에는 쓸 수 없지만 소음 차단 기능은 뛰어나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따로 켜 줄 필요 없이 자동으로 작동한다. 선풍기 소리나 냉각팬, 에어컨 실외기, 모터 소리 등 낮은 주파수로 지속적으로 들리는 소리를 차단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더 작은 볼륨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청력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단 MDR-NC31EM은 4만9천900원에 따로 구입해야 한다.
■ 결론 : 지금 소니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기술만 모았다
엑스페리아 Z3는 사양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전작인 Z2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풀HD 화면이 뒤처지거나 불편한 것은 아니지만 QHD 열풍이 이미 불어온 한국 시장에서는 큰 인상을 주지 못한다. 하반기에 뒤늦게 Z2를 샀다 해도 속이 쓰릴 일은 별로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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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Z3를 자세히 뜯어보면 소니 이외에 다른 회사들이 쉽사리 따라할 수 없는 특화된 기능이 많다.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 못지 않은 사진과 다른 스마트폰이 따라올 수 없는 음악, 날씨 걱정 없이 쓸 수 있는 방수 기능만 봐도 그렇다. 이런 전략은 고성능 제품으로 더 이상 쉽게 눈길을 끌 수 없는 스마트폰 시장에 오히려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스마트폰을 사고 나서 음악 한 번 안 듣고 사진 한 장 안 찍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기본에 대단히 충실하다는 이야기다.
반면 구매를 망설이게 되는 요소도 분명히 있다. 바로 다름아닌 색상이다. Z2까지 있었던 퍼플 색상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금속 질감이 나는 코퍼 색상이 대신했다. 다른 제조사가 흔히 만들지 않는 색상에 매력을 느꼈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는 부분이다. 스냅드래곤 805 대신 여전히 801에 머무른 것도 다른 경쟁제품과 비교하면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모든 제조사가 비슷비슷한 스마트폰을 쏟아내는 요즘 시장에서 소니만의 두드러지는 매력을 지닌 스마트폰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